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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Oct 25. 2023

가운에서 파생한 소소함

본질을 생각합니다.

(이미지출처:굿유)

병원에서 입는 가운은 무조건 흰색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아니다.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가운의 색도 다양합니다. 우리 병원만 해도 의사의 경우 약간 베이지 톤이며 긴 가운이 아닌 재킷입니다. 대부분 업무를 수술실에서 수행하는 저는 주로 수술복을 착용합니다. 직원들의 수술복은 물론이고 제가 입는 수술실 유니폼도 전공의 시절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외과 의사용은 전통적인 녹색이고 저는 짙은 남색의 유니폼을 입지요.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그런 색을 입고 진료하고 있습니다.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복장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이 화려해졌고, 바지가 대중화되었으며, 간호대학을 나와 RN이라 부르는 간호사들은 머리에 쓰는 캡(Cap) 대신 명찰과 같은 RN 표식을 달고 다닙니다. 원무과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장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환자들과 접하는 부서이다 보니 점잖고 깔끔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직군 간 분위기를 중요시하다 보니 우리가 보는 옷들도 기능을 주로 따집니다. 옷에 따라 직군을 알 수 있고, 더불어 일하는 데 편안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맞춰 고르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야 하고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 레지던트 때에 비해 눈에 띄게 다른 부분을 더 고르라면 남자 간호사가 많아졌고 여자 의사도 참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남녀의 고정관념을 깨는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실제 간호업무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숫자가 많아진 남자 간호사들이 이를 담당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여자 의사가 많아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여자 선생님들은 확실히 섬세하지요. 세월이 지나면 어떤 추세로 바뀔지 두고 볼 일입니다.     


남녀의 성비가 달라진다고 해서 의사나 간호사의 고유 직능이 달라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설령 급속하게 바뀐다 해도 이렇듯 기본이 흔들리지 않으며 원칙이 지켜진다면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종교도 그러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고유 직능이나 교리에 큰 위해가 되지 않는다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게 괜찮을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사제에 대해 보수적인 교단과 그렇지 않은 교단 사이의 대처 방법에는 많이 차이가 납니다. 어차피 교리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알지 못하니 내 주장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지는 못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서 느끼고 있는 점입니다. 덧붙여 궁금한 것은 절이 꼭 산에만 있어야 하는가? 대중 가운데 존재하면 안 되는가? 교회나 성당이 반드시 고딕양식을 따라야 하며 벽돌이나 돌로 마무리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 저 건물은 20세기 양식이구나, 21세기 양식이구나, 싶은 건축양식을 꿈꿉니다.
 
 이제는 유니폼이나 건축양식, 원칙이냐? 변칙이냐? 일일이 따지지 않고 본질에 젖는 삶을 꿈꿉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좋은 걸 얻으려면 바람직하지 않은 거는 쳐내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은 모르며 살지는 않는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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