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靈)이 가깝게 느끼는 까닭입니다.
굳이 뭐 그리 멀리 다닐 이유가 있느냐고 핀잔을 하실 게 분명하지만, 무릇 교회의 임무라면 평화와 안식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그렇다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초반에는 존경하는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여서 그랬고, 지금은 원로 목사로 일선에서 여러 발짝 뒤로 물러서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향내가 내내 그립고 그리워 그 멀다는 한양길을 군소리 하나 없이 교회 출석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실행 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리하셔도, 예배라는 본질과 관계없는 단점과 불평거리가 내 입에 머무는 것보다 몇 곱절은 낫다는 고집스러움이 여전히 팽배해 있습니다.
세상에 티끌 하나 없는 사람이나 집단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래도 그것들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이유는 나도 그런 부류임을 알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보다도 내 품에 품을 수 있는 정도냐? 아니냐는 기준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안착한 교회가 바로 그런 맥락이라 보시면 될 듯합니다. 세상에 교회는 많아!라고 생각하며 내 영(靈) 편하기 위해 방문한 곳도 참 여러 군데입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한두 번의 방문으로 무슨 판단이 설 거야? 싶어 몇 번의 관찰 후에 등록까지 마쳐도 내 마음이 용납하지 못할 일로 돌아선 적이 두어 번은 됩니다.
수원에서 서울 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서울의 외곽에서 접근한다고 생각할 정도의 거리와 시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이 천안으로 바뀌고 아내도 얼마 되지 않아 합류하면서 결정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합니다. 게다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예배가 제한되고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되면서 표면적으로 고민은 조금 더는 듯했지만, 그마저도 해제되어 공적인 예배가 허용되자 내재(內在)된 고민이 슬슬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우리에게 큰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 때문에 아내와 티격태격할 정도였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천안에 소재한 교회에 다니는 것입니다. 실제로 알음알음 묻고 물어 소개받은 교회에 방문하고 염탐하기를 몇 달 동안 지속했고 어디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었지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곳이다! 싶어 등록까지 마치고 새 가족 교육까지 마친 후 얼마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에 맞닥뜨렸습니다. 멀쩡한 교회 건물을 놔두고 새로운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올린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그게 무슨 문젯거리가 되지? 하시겠지만 건물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거나, 건물이 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단지 주차 공간이 협소해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 사실이 거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헌금을 강요하겠지 싶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결정한 게 다시 서울의 교회로 복귀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사가 110년 이상 되었지만 건물이라는 공간을 탐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목사님을 교체하지 않으며 부단히 성장시키는 교회, 그리고 환경과 이웃을 함께 생각하는 목회 지침이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반드시 이 교회에 정착해야 한다는 강요도 없으며 때가 되고 여건이 되면 또 다른 교회를 내어주는 아량을 베푸는 교회, 그렇게 마음 넓은 목회를 하는 곳입니다. 누군가 과하게 다가와 (때로 과하게 부담스러운) 따스함은 조금 덜 하지만 이렇게 적당한 거리감은 교회를 오히려 찾아가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청파감리교회입니다. 원로 목사님은 김기석 목사님이며 현재 담임목사님은 김재흥 목사님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청파인(靑坡人)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