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많은 생각들.
이 글을 정리하는 오늘은 11월 11일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오늘은 소위 말하는 빼빼로 데이입니다. 이날이 언제부터 유래하는지 기억조차 없고 굳이 그 기원조차 알고 싶지도 않지만 ‘이건 또 무슨 도깨비 같은 날이야?’ 반응을 보였던 기억은 또렷합니다. 누가 주면 마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먼저 챙긴 적은 거의 없던 11월 11일은 60살이 넘은 21세기 지금도 버젓이 남아 그 위력을 뽐내는 중입니다.
달력에는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라 되어 있습니다. 흙 토(土) 자를 파자(破字)하면 11(十一)이 되니 11이 서로 겹친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랍니다.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식, 보행자의 날이라는 안내도 보입니다. 상업적인 빼빼로 데이라는 반감 때문인지는 모르나 가래떡 데이라는 이름도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건 그러면 그럴수록 빼빼로는 더 잘 팔린다고 해요. 해 먹기 힘들고 구매하는 거조차도 값이 버거운 가래떡보다는 빼빼로에 손이 더 간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게 말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상업적이야! 휘둘리지 말아야 해!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나도 동참하게 되는 묘한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는 관념을 떠나게 되더라는 말씀입니다. 퇴근길에 간단하게 포장된 과자 하나를 구매하여 아내에게 선물하고는 혼자 감성적인 양 득의양양하게 귀가했습니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란 말입니까?
이 풍경은 종종 직장에서도 벌어집니다. 한 부서에 많은 인원이 근무한다는 이유로 저는 잘 챙기지 못합니다만, 이런 날이 되면 저에게 내미는 직원들의 손에는 늘 한두 개의 빼빼로가 들려있습니다. 이쯤 되면 고맙다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는 없는 일! 이래저래 보답하느라 주머니만 가벼워집니다.
과연 이를 대체할 만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만히 보면 1년 365일 아니면 366일 중에 어느 하루도 의미 없는 날이 있을지요? 만약에 말입니다. 모든 날에 빼빼로 같은 선물이 필요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갈까요? 우리는 종종 선물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반대로 마음은 볼 수 없으니 그를 보여주려면 선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편지나 엽서에 쓰는 글도 그러합니다. 농축된 한 줄이냐? Story냐? 당연히 이 안에는 진심이 담긴다고 이야기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진실하게 사느냐는 문제는 증명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일 또한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무엇이 더 어려운 일이냐 묻는다면 저는 후자(後者)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삶은 연습이 필요하고 진심이 필요한가 봅니다.
글을 쓰는 이 아침도 이처럼 상반된 생각 중에 무엇을 얻고 버릴지 결정하지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합니다. 받으면 보답하고, 못 받으면 모르는 척 넘어가리라, 생각만 하는 중입니다. 차라리 정신없이 바쁜 날이면 좋겠습니다. 그쯤 되면 핑계 대기 좋잖아요! 오늘 출근길에 바라본 상점에는 참으로 다양한 과자들이 줄지어있습니다. 편의점, 제과점, 카페. 나이 든 제가 하는 걱정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저게 다 팔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