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 마시지 않는, 그런 곳입니다.
출근하는 발걸음이야 오전 오후에 펼쳐질 업무의 무게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지만, 퇴근하는 길 특히 조금이나마 일찍 마친 날의 발걸음은 확실히 느긋합니다. 나를 맞아 줄 집이 있고 아내가 기다리며, 편안한 쉼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퇴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고 가정 등 있어야 할 게 없다면 가슴 한편에 자리하는 허전함은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렇게 맞는 휴식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일상의 큰 선물입니다. 생각보다 일과가 빨리 끝나는 날은 억지로 주변을 둘러보다 귀가하는 일이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기도 하고, 좋아하는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는 호사도 누립니다. 그래 봤자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물리적으로 계측하기 힘든 행복감과 여유는 감히 정형화하기 힘든 꿀맛입니다.
커피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주변 날씨와 관계없이 무조건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 춥든지 덥든지 상관하지 않고 늘 아이스커피를 마시던 습관을 고쳐야겠다는 결심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결심 2회 차 만에 나의 결심은 무참히 깨어지고 맙니다. 그도 그럴 게 첫 입을 대기까지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데다가, 홀짝거리며 마시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했습니다. 결국 아이스커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두 번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향도 좀 느끼고 조금씩 입안에서 굴려도 보며 다음 커피를 마시기까지 중간중간 사색도 해보면 좋으련만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양 전투적으로 커피를 마십니다. 결국 카페에 머무는 시간은 아무리 여유롭게 봐주어도 긴 시간이라고 주장하기는 곤란합니다.
언젠가 아내랑 낯선 거리를 걸어 본 적이 있습니다. 무엇이 자리하고 있나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던 차에 유달리 사주나 타로점을 봐준다는 곳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믿는 기독교와는 관계없이 사주나 신점, 점, 예언 등의 행위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던 중, 이렇게 빈번하게 보이는 사주 카페 내지는 타로점을 보자, 사람이 마음이 요상해서 그냥 혹할 때가 있습니다. 내 운세는 어떨까? 무슨 좋은 괘라도 나올까? 흔하게 적혀 있는 재물 운, 사업 운, 공명 운은 어떠할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돌아서는 이유는 단 하나! 행여 나쁜 결과라도 나오는 날이면 어쩔 거야? 싶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그 뒷감당을 할 만한 배짱은 아직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라고 부탁한다면 누구 하나 순탄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여러 혼란 중에도 인내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삶을 경영합니다. 가만히 삶을 반추해 보면 특별한 비법이 있거나 두둑한 배짱만으로 위기를 넘긴 건 아닐 것이고,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때로는 기발함으로 고비를 넘긴 적이 훨씬 많을 듯합니다. 그만큼 인간은 연약할 뿐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고래(古來)로 종교가 존재하며 여태껏 그 힘을 내는 모양입니다. 사람마다 저만의 신(神)이 있고 절대적인 존재가 있겠지요? 여러분은 무엇을 의지하며 누구에게 기대어 살고 계십니까? 그냥 팔자대로 산다는 이유를 대며 흐르는 대로 삶을 영위하지는 않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