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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음식은 맛보다는

분위기로 먹는다?

by 김욱곤
(이미지출처:황금 책나무) 이런 게 회식이죠.



오늘도 음식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많고 많은 이야깃거리 중에 왜 하필 먹는 이야기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주제는 생선입니다. 물고기라고 해도 상관은 없겠지요. 음식을 이야기할 때 물고기를 먹는다고 표현하면 왠지 어색하여 찾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의미는 같아도 쓰이는 용례가 조금 다르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물고기는 동물 관련 전문용어로 어류의 척추동물을 일컫는 말이고, 생선이란 말리거나 절이지 아니한, 물에서 잡아낸 그대로의 물고기를 일컫는다 하니 오늘의 주제는 엄밀히 말하면 생선입니다.

음식에 쓰이는 생선도 그 출신이 민물이냐, 바닷물이냐? 를 따집니다. 어릴 적 집에서 매운탕을 끓일 때마다 거의 손도 대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린내나 흙내 때문입니다. 가끔 낚시를 다녀오신 아버지의 수확물을 어머니가 손질하여 음식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손질을 힘들어하시던 어머니의 성화로 어느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끊기게 되었지만 내 기억 속의 매운탕은 대부분 민물고기요, 먹기 싫었던 요리였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음식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가 들으시면 분명 섭섭하다고 하시겠지만 이 나이가 되어도 한번 고착된 입맛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두 번째 언급할 것은 다름 아닌 회(膾)입니다. 제가 생선회를 처음 먹어보고 제대로 먹어본 게 전공의 시절입니다. 어쩌다 회식 자리가 마련되면 가끔은 횟집을 가게 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산낙지라는 것을 그때 처음 접하게 되었고 입안에 넣었을 때 생경한 느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음식을 미각(味覺)으로만 먹는다는 말은 절대적이 아닙니다. 후각과 시각도 중요합니다. 제게 맵다는 게 90% 이상 달갑지 않은 맛이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어릴 적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던 민물매운탕은 횟집의 매운탕에서 반전을 일으킵니다.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손도 안 댔던 꽃게탕을 결혼 후에 아내 덕분에 먹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제게는 대단한 반전입니다.

기억만 좋다면 요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배우는 중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음식과 요리가 존재하며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드느냐? 누구랑 함께 먹느냐? 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도 배워가는 중입니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이듯, 음식의 맛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오늘은 직장에서 회식이 있다고 합니다. 대충 어느 음식점인지 결정은 되었겠습니다만 어느 정도의 질(質)을 제공할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음식의 질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부디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고급 한우라 하니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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