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연극 이야기 (1)

#교육연극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by 스텔라박

나는 연극을 좋아한다. 09년도에 신규 교사로 발령받아 첫 제자인 6학년 아이들을 만났을 때, 모든 것이 서툰 나,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만과 냉소로 가득 찬 아이들은 아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나는 교사로 된지 2년 차 되던 해 소위 매너리즘이란 것에 빠졌다. 일도 일상도 재미가 하나도 없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방법을 찾다 찾다 교육연극을 배우게 되었다. 왜 하필 연극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데, 나름 나의 마음을 치유해 보겠다며 여러 상담, 치료를 검색하다가 연극치료가 눈에 들어왔고, 교육연극 수업 내용에 연극치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 내가 이 교육연극이란 걸 배우게 되면 나도 치유하고 아이들과 수업도 자신감이 생기겠지, 이런 마음으로 교육연극 지도자 과정을 1년 동안 들었다. 그 후 완전히 연극에 빠져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내가 있는 지역에 연구회를 만들었고, 도 연구회에서도 활동했다. 그리고 교육연극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수업에 연극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연극을 수업에 적용하는 것은 꽤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이 나의 수업에 재미있어 하면서 몰입했고, 나만의 교육연극 수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렇게 수업에 연극을 적용하는 거에 재미를 붙여 여러 수업을 하다가 문득,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지 궁금해졌고, 내가 또 다시 인생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나는 호기롭게 극단에 들어가서 나 또한 연기훈련을 시작했다. 무대에 선다는 건 정말 어려웠지만 하고 난 후의 희열은 느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총 세 번의 공연을 마쳤다. 이제 나를 설명할 때 연극이란 걸 빼놓을 수 없는, 나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아이들과 교육연극 수업을 할 때 교육연극은 꼭 무대에 아이들이 서서 대사를 외워서 연극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을 어떤 상황 속으로 몰입시키고, 그 상황에서 즉흥극을 하여보고, 주인공의 심정으로 어떤 선택을 한다. 즉, 연극의 방법을 교육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지만, 연극을 통해 인생을 여러 번 살고 선택하며 경험할 수 있다. 생에 대한 연습이랄까? 하지만, 물론, 아이들이 무대에 서 보는 것 또한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이다. 나는 큰 무대나 화려한 의상이 아니어도 교실이 무대가 되고 다양한 색깔의 천만 있으면 충분히 멋진 연극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각 반마다 특색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한다. 그래서 각 반의 이름도 다르다. 나는 제작년과 작년에 2학년을 맡았는데 내가 구성한 교육과정 안에서 다양한 연극 놀이도 하고 연극 수업도 한다. 11월 초 쯤이면 학부모 공개수업과 비슷한 교육과정 발표회를 하는데, 연극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관객을 자유롭게 모실 수 있는 자리인지라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짧은 연극 공연을 준비했다. 국어 교과서에 나온 작품을 주로 활용하는데 제작년에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피노키오, 작년에는 송아지와 바꾼 무, 냄새 맡은 값, 그리고 또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작품을 골랐다. 나는 특히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대본을 좋아하는데, 반복되는 대사로 쉽고, 등장인물도 많아 2학년이 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 한 후 모두가 하나의 역할을 맡아 짧은 대사를 외우고, 실감나게 행동을 하며 대사를 말하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은 굉장히 재미있어하며 열정적으로 연습을 하고, 나는 연습 시간을 준 후 매 시간마다 아이들이 연극을 하는 것을 보고 어떤 부분을 고치면 좋을지를 말해준다. 아이들의 연극을 지도해줄 때 나는 마치 유명한 연극의 연출가인 양 맨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약간 거만하게,

" 아니 이 부분, 이렇게 해야지 더 실감 나지 않을까? 이렇게(시범을 보이며)."

" 무대에선 등 보이면 절대 안 되는 거 선생님이 말했었지?"

등등의 지도를 한다. 아이들은 아니지 아니지 이렇게! 하며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시범을 보이는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 신기한 건, 같은 대본이라도 어떤 아이들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연극 공연이 된다. 제작년 우리 반 아이들은 굉장히 외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사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중간 놀이 시간에 하도 축구를 할 때마다 싸우는 바람에 나는 한 번만 더 싸우면 정말 그놈의 축구공을 터뜨려버리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고, 동 학년 선생님들께 울분을 터뜨리며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외향적인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연극을 할 때는 기가 막힐 정도로 잘했다.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나의 다양한 색깔 천을 가져가 소품으로 파란 천 강을 만들고, 팥죽 할머니 팥죽도 빈 하리보 통에 갈색 천을 넣어 표현했다. 호랑이가 멍석과 지게에 실려 강물에 빠지는 부분에서는 어이쿠 어이쿠 하며 실감 나게 넘어져서 당시 관객이었던 학부모님들이 어어! 하고 몰입할 정도였다.


반면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순하디 순하고 바른 생활 어린이들이라 내가 너무나 사랑하지만, 연극을 할 때 또한 조심스럽고 얌전했다. 작년 호랑이 역할을 한 아이는 그나마 우리 반에서 가장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는 친구인데 발표나 말을 할 때 자신감이 없어 꼭 말끝을 흐렸다.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러 온 장면에서

" 너를 잡아먹으러 왔다 어흥!"

이라는 대사를 하는데 어흥을 흐리며 작아지는 목소리로 어흐응 이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 아니지 아니지, 진짜 호랑이처럼! 무섭게! 어흥!!! 어어흥!!!"

이렇게 시범을 보였다. 그랬더니 보고 있던 우리 반 아이들 전부가 호랑이 흉내를 내며

"어흥! 어흥! 어어흥!!"

소리를 냈다. 자기들이 시범을 보이는 거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다들 손까지 앙 들며 어흥 거리고 있는데 나는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았다.

"그래 그래, 다른 친구들처럼 해야지. 다시 해보자!"

우리는 주제 중심 발표회 전까지 많은 연습을 했고, 호랑이 역을 맡은 친구는 여러 번 지적받았는데, 그때마다 우리 반 전체 아이들은 호랑이가 되어 어흥! 시범을 보였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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