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니 Aug 21. 2024

내가 싫어하는 건 정말 야근일까?

야근 vs. 내 시간에 대한 통제


워라밸 vs. 연봉 vs. 좋아하는 일 vs. 복지 중에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걸 고를 것인가? 직장인들의 흔한 밸런스 게임 중 하나다. 나는 종종 '워라밸'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하곤 한다. 한참 취업을 준비할 때에도 나에게 워라밸이 꽤나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직장인이 된 지금도 워라밸이 나에게 중요하다. 하루는 야근을 하는 게 너무 싫어서 혼자 탕비실에서 울었다고 하면 믿어질까?






내가 야근을 늘 싫어했던 건 아니다.


예전에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 마감이 다가오는 한두 달은 야근이 꽤나 심한 업종이었기 때문에 계약을 할 때에도 야근이 꽤나 많을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리고 정말 많았다. 9시에 퇴근하면 '오늘 빨리 퇴근하시네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정을 넘긴 야근은 흔한 일이었다. 그때의 나는 또 야근이 싫어서 울었을까?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이 야근은 오히려 괜찮았다. 왜 괜찮았을까?


첫 번째로 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두 달의 야근만 버티면 됐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계약도 종료되기 때문에 끝이 보이는 야근이었다. 계획된 야근이었다. 두 번째로 내가 생각하기로 이에 상응하는 일당을 받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야근이 많을 것을 고려하여 애초에 좀 더 높은 일당으로 계약을 제안해 주셨다. 실제로 정직원으로 근무하시는 신입사원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정직원은 야근 수당이 안 나온다는 말에 정말 안타까웠던 기억이.. (마치 지금의 나를 보는 듯하다..) 세 번째로는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으로서 야근을 하는 나의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직장인을 너무 하고 싶었으니까! 물론 이 이유보다 첫 번째, 두 번째 이유가 더 컸지만 말이다.



나에게 괜찮은 야근이 있고, 안 괜찮은 야근이 있다.


그럼 다시 야근을 하는 게 싫어서 탕비실에서 우는 지금의 나로 돌아가보자. 야근을 하면 나는 매일 같이 울까? 그건 아니다. 최근에도 더한 야근을 했지만 예상했던 일이라서 괜찮았다. 예상했던 일. 나에겐 이게 중요하다. 같은 일이고, 비효율성에서 오는 야근이 아니라면, 왜 나는 야근이 그토록 싫은 것일까? 계획된 일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탕비실에서 눈물이 나오던 그날은, 약속이 많은 주였고 특히 그날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프로젝트가 생겼고, 이미 그 주에 야근을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 날에도 야근을 피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내 시간을 오로지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느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내 시간에 대한 통제가 중요한 사람이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포인트이다. 내가 계획했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것 보다도 시간에 있어서 더 그렇다. 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싫다. 나는 내가 아픈 것도 싫다. 그 이유도 아파서 싫은 게 아니라, 아파서 내가 계획했던 일정을 못하는 게 싫다. 특히 노는 거라면 더더욱 취소하는 게 싫다!! 이런 내가 정말 유치하고 욕심쟁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내 모습인데.


내 시간에 대한 통제가 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지속되면 거기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내 임계점을 알고 임계점까지 가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면.. 이 임계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걸까? 오히려 임계점을 늦출 수 있는 다른 요소가 필요한 건 아닐까?



 

야근의 유일한 장점은 택시를 타고 편하게 퇴근할 수 있다는 점. 단, 안전 운전을 해주시는 좋은 기사님을 만나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