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안 되는 필라테스 강사
이번 추석 당일이 화요일이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주말에 이어, 월화수까지 5일을 쉴 수 있는 명절 연휴다. 여기에 목금 연차를 쓰면 무려 9일의 미니 방학이 생긴다.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내가 직장인이 아니라 프리랜서라면 이 연휴가 마냥 즐거울까?
직장인인 나에게 9월과 10월은 매우 행복한 달이다. 9월에는 긴 추석 연휴가 있고, 이 연휴가 지나도 10월에 많은 휴일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휴가가 하루 더 생겼다. 10월 중순까지는 행복한 휴일의 연속이다. 직장인으로서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공휴일 날짜를 확인하고, 또 언제 어떻게 연차를 써야 최소한의 연차로 최대한의 휴가를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건 내가 정규직으로서 4대 보험 아래 일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만약 필라테스 강사로서만 근무하고 있다면? 이 연휴가 마냥 즐겁게 느껴질까? 물론 연휴가 있다는 건 분명히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그 달의 내 수입에 따라 길어지는 연휴가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 상황에 따라 휴일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프리랜서에게는 연차와 병가도 없다. 강사 생활을 한지 그리 오리 되지 않았던 어느 날, 심한 장염으로 수업 전날 끙끙 앓았던 적이 있었다. 전날 밤부터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더니 새벽 내내 앓았다. 그 와중에도 늦은 새벽 원장님께 수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카톡을 남겼지만, 센터 사정 상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엄마의 도움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출근했다. 다행히 첫 타임만 수업 후 원장님과 회원님들의 배려로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그날 깨달았다. 아, 절대 아프면 안 되겠구나.
물론 직장인이라고 아파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발표나 일정이 없다면, 너무 심하게 아플 경우 당일 연차나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경우 나를 대체해 줄 동료들도 있다. 그렇지만 필라테스 강사의 경우 내가 온전히 수업을 이끌어가야 하고, 각 타임에 대한 책임감이 늘 존재한다. 대강을 맡길 수는 있지만 대강할 수 있는 선생님을 구하는 것도 나의 일이다. 강사에게 체력 관리는 매우 중요하구나 느꼈다.
결국 내가 느낀 건, 프리랜서가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더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직장인과는 자유로운 영역이 다르달까. 경제적인 불안정성에 오는 제약과 불안함이 있다. 자유롭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어떤 자유를 쫓을 것인지는 내 선택이다. 내가 추구하는 자유는 어떤 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