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리뷰] 잠들지 않는 새들
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커피가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죠. 행복을 위해 달려가는 순간에도 커피는 말해줍니다.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음을. 제가 커피에 대한 예찬을 했던 적은 너무도 많아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커피가 나의 일상에 언제든 어느 때든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너무도 확실하기에 나는 커피를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확실히 해두고 싶습니다.
좋아하면 더욱더 자세히 알고 싶은 법이죠. 무작정 맛있는 커피를 찾아 헤맬 때도 있고요. 알지 못하는 나라의 농장 이름까지 알아가며 커피를 마실 때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커피가 너무 좋아서 몇백만 원의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좋은 커피머신을 사기도 하고요. 어떤 집에는 여느 카페 못지않은 멋진 홈카페가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커피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이렇게 저마다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여러분도 좋아하는 그 무엇이 있을까요? 그 무엇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곁에 있어야 하는 것들일까요? 그러나 우리의 그 마음이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 갇혀 있게 한다면 그땐 우리의 일상이 과연 안전한 것인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평범하게 하는 것들이 누군가의 평범함을 잃게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다큐멘터리 <잠들지 않는 새들>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 부상하는 온실 산업의 인공조명을 추적(영화의 시놉시스 문장 중 일부) '한 내용입니다. 신보다 조금 못한 존재로 환경을 다스리고자 했던 인간은 스스로 먹을 것을 창조해 내려합니다. 창조에 필요한 모든 환경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거죠. 인간은 계절에 상관없이, 날씨와 온도에 상관없이 언제, 어느 때나 인간의 필요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인간의 필요는 지구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빛과 어둠의 적절한 리듬으로 생을 온전하게 하는 지구의 생명들은 갈 곳을 잃어버립니다.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게 되죠.
그 모든 방황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결국에 이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한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미 매 순간의 쾌락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진 인간은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에, (즉 자연으로 다시금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그 숙제를 넘기고 마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과연 우리를 위한 일인지,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언젠가 커피나무를 심어 보려 했습니다.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 푸른 잎까지 보게 됐죠.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자란 커피나무는 끝내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커피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애초에 아니었던 거죠. 저도 이 커피나무의 열매를 통해 생두를 얻고, 로스팅을 해 원두로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커피를 좋아했던 마음만이 충만했던 거죠. 그러나 커피가 있어야 할 곳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커피를 사랑하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위해, 동물을 위해, 그리고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도무지 헤매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커피나무를 생각합니다.
그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빛이 있으면 깨어나고 어둠이 있으면 잠이 드는 것. 자연이 처음부터 정해 놓은 이 원대하고 숭고한 법칙을 우리가 순응하며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짧은 생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 순간 곁에 두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또는 그런 마음이 나의 욕심으로 자리 잡고 있나요. 이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날갯짓을 하는 온전한 모습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1. 내가 뽑은 영화의 키워드
#시간감각 #리듬과생태계 #감각의최후 #환경 #기후 #리듬
2. 한 줄 감상평
과소비한 감각의 최후
3.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
평범한 일상을 견디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우리의 평범함을 위해 누군가의 평범함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평범함의 무게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한 고민으로 다가갔던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래산업과 농업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인간과 자연을 위한 문명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산업과 다음세대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알고 준비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잠들지 않는 새들]은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023.10.19.(목)~ 10.23.(월)
#서울동물영화제 #동물영화제 #영화추천 #SAFF #관객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