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가 지난 카페는 조금 한산해져서, 엄마와 나는 마당에서 사랑이를 데리고 자주 놀았다. 호기심 많은 사랑이는 풀냄새도 맡고 솔방울을 축구공처럼 드리블하며 놀았다.
하지만 이 웃기는 고양이는 우리하고 재밌게 놀다가도, 지나가는 다른 손님들이 아는 척을 하면 그쪽으로 쌩 달려가 애교를 부렸다. 여태껏 같이 놀던 우리는 내팽개쳐놓고!
처음 카페에 올 때부터 개냥이(강아지처럼 사람에게 살가운 고양이)인 건 알았지만, 사랑이는 조금 과했다. 어릴 적의 사랑이는 사랑만 준다면 누구든 상관없는 가벼운 녀석이었다.
아니 내가 서운한 게 아니라 진짜 걱정돼서 그래
심지어 사랑이는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도 먼저 다가가 애교를 부렸다.
손님들 중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사랑이가 다가오면 깜짝 놀라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음료를 들고나가는 손님 앞에 불쑥 나타나 음료를 쏟을 뻔한 적도 있었다.
사랑이가 사람을 너무 좋아하니, 혹시나 우리가 안 보는 데서 애교를 떨다가 해코지당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야
사랑이가 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강아지도 아니니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이 사랑이는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사람을 가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아는 카페 직원들이 아니면 먼저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어릴 땐 그렇게 관심을 갈구하던 녀석이, 이젠 손님이 먼저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시크해졌다.
당신이 내 아빠?
하루는 사랑이가 카페에 정착한 이후 처음으로 아빠가 놀러 온 날이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빠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나는 사랑이가 처음 보는 아빠에겐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기대감을 낮춰놨다.
아빠는 커피도 마시지 않고 바로 기숙사 마당으로 가 사랑이를 불렀다. 나는 사랑이가 아는 척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사랑이는 먼저 아빠 쪽으로 다가와 아빠 발치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애교를 떨었다! (그 일로 아빠는 아직까지도 세상 모든 동물들은 자길 좋아한다고 의기양양한 상태이다.)
난 고양이 전문가가 아니라 고양이가 어떤 기전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건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랑이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똑똑하고 지조 있는 고양이라는 것이다.
사랑이의 코멘트
진진이 너 바보 아냐? 너랑 똑같이 생긴 아저씨가 걸어오는데 내가 그것도 못 알아보겠니?
그리고 엄마가 하도 모르는 사람한테 아는 척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따르고는 있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랍니다.맛있는 간식을 가지고 오는 손님이라면 예외죠!
카페에 날 보러 오는 손님들도 많답니다. 그 손님들은 내 마음을 사려고 츄르에 참치캔에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요. 그런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으니, 한 입도 남김없이 먹어 줘야죠. 귀여운 애교는 덤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