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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진 Sep 18. 2024

말로만 듣던 간택을 당하다

사랑이와의 첫만남


<1> 카페 무단입주냥

1-1. 말로만 듣던 간택을 당하다



누구냐, 넌?


사랑이와의 첫 만남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꺼운 마스크 안쪽으로 가득 찬 입김에 숨이 턱 막히는 여름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기승과는 상관없이, 여름휴가철은 우리 엄마 카페가 가장 바쁜 시기다. 방학을 맞아 집에서 빈둥대던 나까지 불려 나와 카페 일을 도와야만 했을 정도이니.


한참 커피를 내리다가 잠시 숨 돌리는 타이밍,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던 직원 한분이 카페 뒤쪽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나와 엄마, 다른 직원들까지 호기심이 생겨 우르르 그 동물의 정체를 확인하러 나갔다.




쓰레기더미 속의 고양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고양이었다! 꼬질꼬질하고 눈에는 눈곱이 잔뜩 눌어붙은 새끼고양이. 태어난 지 2주도 안되어 보였다. 새끼고양이는 불안한 듯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자꾸 돌아다니며 앵앵 울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혼자 있는 새끼고양이를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 사람 손길을 타면 어미가 안 데리고 갈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일단은 건드리지 않고 가만 두기로 했다. (결국 이 불쌍한 아기고양이의 어미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만 말이다.)




어디 가? 나도 데려 가!


고양이는 잠시 잊고 일을 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직원 언니들이 시내에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고 해, 나가서 저녁을 먹자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새끼고양이가 자꾸 우리를 쫓아왔다. 겨우 따돌리고 도망치듯 택시에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했다.


"동물 데리고 타시면 안 돼요."
"네?"


발밑을 보니 아뿔싸 이 녀석, 택시까지 따라 탄 것이다! 너무 작아서 눈치 채지도 못 했다. 짧은 다리로 낑낑대며 올라타는 녀석을, 겨우 붙잡아 저 멀리 내려다 놓았다. 밥을 먹는 내내 우린 대체 그 고양이가 어디서 왔을지 열띤 토론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살아 봅시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도, 다음날이 되고 다다음날이 되어도 이 고양이는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원래 자기 집이라도 되는 듯 카페 근처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어디서든 발라당 눕는 뻔뻔한 태도까지 보였다.


엄마는 원래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워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제 발로 들어온 이 작은 손님을 내쫓을 수도 없고, 별다른 수가 있나? 잘 키워드리는 수밖에. 그때부터 나와 엄마는 팔자에도 없던 고양이 공부를 시작했고, 그와 함께 이 작은 고양이의 묘생도 시작되었다.






사랑이의 코멘트
처음부터 흑역사 대방출이라니, 너무하네!


지금은 도도한 나에게도, 염치 같은 건 없이 어디라도 빌붙어야 했던 때가 있었죠. 이땐 정말 아찔했어요.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엄마랑 형제들을 다 잃어버렸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지...


정처 없이 걷다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이 카페를 발견한 거예요. 카페에 들어가 누구라도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고 싶었어요. 나 좀 살려달라고!


다행히 내쫓지 않고 받아주셔서 이렇게 잘 살고 있네요.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묘생 모두 통틀어서 이때만큼 힘든 때는 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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