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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진 Sep 28. 2024

귀찮은 어린이 손님들

미묘는 괴로워


<1> 카페 무단입주냥

1-4. 귀찮은 어린이 손님들


아이 놀아주기 전문가


우리 카페엔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카페 주위에서 어슬렁대는 사랑이를 발견하면 십중팔구 관심을 가졌다.


어릴 적의 사랑이는 사람을 좋아했으니, 당연히 어린아이들도 좋아했다. 아이들이 대충 주위에서 나뭇잎을 주워와 흔들어도 사랑이는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재밌게 놀아줬다.


부모님들은 처음엔 고양이가 아이를 할퀼까 봐 걱정하다가, 순한 사랑이를 보고는 금세 안심하곤 했다.



입소문 스타 등극


우리 카페는 공식적으로 사랑이를 홍보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귀여운 고양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특히 아이들은 앞다투어 사랑이를 찾아다녔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친근하게 놀아주는 고양이는 흔치 않으니 사랑이를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사장님! 사랑이 어디 있어요?"
"저쪽에 있는데... 너무 세게 만지면 안 돼요~."
(그보다 이름은 어떻게 알았니?)



심성 고운 고양이


전의 이야기에서 말했듯 사랑이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람을 가렸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지 않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이 귀찮아진 건지, 느긋하게 누워 있다가도 어린 손님이 다가오면 벌떡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사랑이는 그럴 때도 후다닥 도망을 치진 않고, 아이가 한 걸음 다가오면 한 걸음 뒤로, 두 걸음 다가오면 두 걸음 뒤로만 움직였다. 마치 "일정한 거리를 지켜줘. 1m 이상은 접근 금지!"라고 말하듯이.


나는 사랑이의 이런 행동이 아이들이 귀찮으면서도 한편으론 후다닥 도망쳐버리는 건 미안해서, 차마 멀리는 못 가는 착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심한 콩깍지인가요?





사랑이의 코멘트


너무 사랑스러운 것도 죄야. 이 놈의 인기는 언제 식을지!


내 눈에도 아이들은 귀여우니까 처음엔 잘 놀아줬어요. 내가 조금만 애교를 부려도 좋아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을 보면 기분 좋기도 했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조심성이 없으니 날 너무 세게 쓰다듬곤 해요. 게다가 꼬리를 덥석 잡는 녀석도 있었다구요! 그럴 땐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아시나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하게 됐네요. 뭐, 이제 나도 4살인데 유치하게 애들하고 놀 나이는 지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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