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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찾고 싶은 이유

취향 찾기 프로젝트

by 귤껍질

하일권 작가의 웹툰 '안나라 수마나라'에는 아스팔트를 달리고 있는 '일등이'가 나온다. 정체불명의 마법사는 '차갑지 않냐'며 아스팔트 길을 꽃길로 바꿔준다.


비포장 꽃길만 걷고 싶지는 않아도, 무작정 빨리 가려고 텅 빈 아스팔트를 내달리고 싶지는 않다. 적당한 나의 속도를 찾고 싶다.




‘나다움’이라는 게 있을 거고 찾아야 행복하다는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혹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퍼스널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말로 표현만 바뀌어서 끝나지 않을 자기 계발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나다움을 외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세속적이지만은 않다. 내 환경을 나에게 최적화하고 싶다. 가장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나를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일을 찾고 싶다. 삶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꽤나 어울리는 옷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과 스트레스가 없고 뿌듯한 운동도 함께.


이런 것들을 찾으면 그중 하나로 나를 소개하고 싶다. 뾰족할수록 특별해질 것 같다. 알고리즘이 점지해 주길 기다리기보다 내 강점을 정확히 알고 어필할 수 있는 게 더 오래가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꼭 알아야겠다.




'자꾸만 뭘 하려고 해~'라는 장기하의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나는 요즘이다. 왜 나는 자꾸만~ 뭔가를 하려고 할까? 불안해서 그런 것 같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어쨌든 ‘시기를 놓칠까’ 봐서 동동거리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책 읽고 쉬기, 음식 꼭꼭 씹어먹기 같은 걸 하면서. 여러모로 산다는 건 복잡 미묘 피곤한 거라는 생각도 같이.


그러다 보면 나답게 산다는 건 사실 되게 심심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푸바오처럼 대나무를 천천히 씹어 먹고, 좋아하는 아저씨가 주는 애정을 듬뿍 느끼면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것. 이게 더 나다운 행복일 수도 있을 것 같달까.




새해 목표를 쓰라 하면, 혼자 100개씩 인생 버켓리스트를 썼다. 올해는 그냥 한 줄이다. 잘 자고, 먹고, 쉬자. 7시간 이상 자고 건강하게 먹고, 가능하면 주 2회 운동하기로 구체화해 본다. 앗 그리고 면허도 따는 걸로.


연말연초 차올랐던 열정이 약간 식은 지금이 객관적으로 나를 점검하기에 딱이다. 나다운 게 별거 아닌 인생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으니, 나다운 게 뭔지 알고 살고 싶다.




그래서 평생 가져갈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하려 한다. ‘나의 취향 찾기 프로젝트’ 다. 전시와 공연 여행 등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 궁금한 것들에 대한 소외를 남기려 한다. 일단 다양하게 해 보고 취향을 알아가고 만들어가는 게 ‘최적화’ 그리고 ‘특별함을 발견’하는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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