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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서 지피티(GPT) 향, 어떻게 빼죠?

지피티랑 같이 브랜딩 하기

by 귤껍질

“지피티랑 같이 쓴 글에서 지피티향 빼기 “ 요즘 가장 큰 관심사다.


마케팅 글을 쓸 때 지피티에게 많이 묻는다. “시즌(크리스마스, 밸런타인 등등)을 맞이해서, 고객에게 전할 축하 메시지를 써줘.”, “이번 이벤트 소개글인데, 00 작가 스타일로 따뜻하게 바꿔줘.”와 같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항상 충실한 답변을 준다.




이번에도 다른 어느 때처럼, 긴 글을 써오라는 요청에 대략 초안을 쓰고 지피티에게 위트와 센스를 더해서 고쳐달라고 했다. 10초도 안되어 나온 수정본을 반영해서 최종 문구를 썼다. 그렇게 팀장님 컨펌까지 마쳤다.


그런데 퇴근할 때쯤 다시 읽어보니 특정하기 어렵지만 왠지 지피티가 쓴 티가 너무 나는 거다. 잘 쓰지 않는 표현, 뜬금없이 튀는 느낌의 문장들같이 곳곳에 지피티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니, 어디 내놓기 부끄러워졌다.


퇴근 후 만난 지인에게 보여주니, “나는 그걸 지피티향이라고 해.”이라며, 지피티가 쓴 글에서는 그놈의 지피티향이 무조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어휘가 없어서 입안에만 돌던 말들이 있다. 이럴 때 딱 적합한 단어를 들으면, 애타게 찾았던 만큼 뇌리에 박힌다. ‘지피티향’이라는 표현이 그랬다. 인스타 릴스에 가끔 뜨는, 누가 봐도 AI가 만든 영상들이 떠올랐다. 지피티의 답변에서 종종 느껴지는 약간의 억지 부리는 것 같은 느낌과, 어딘가 어색한 문장들도.




지피티향을 빼려면, 일단 내가 직접 쓰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편한 기술을 포기하긴 아쉽다. 발전된 AI 기술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지피티보다 뛰어난 “콘텐츠에 대한 감각”을 가지자는 거다. 글을 많이 볼수록 비문을 더 감각적으로 쉽게 포착해낸다. 이것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면, 감각적으로 지피티의 무분별한 침략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기획을 더 탄탄하게 해서 주도성을 잃지 말아야겠다. 지피티에 의존하기보다, 내 기획과 방향성에 맞춰 지피티가 보조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필수다. 그래서 의존하지는 않되, 잘 협력하며 잘 지내보고 싶다.




나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지 궁금하다. 다들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도. 아무튼 나는 더 열심히 읽고 콘텐츠를 제작할 거다. 그래서 그놈의 지피티향이 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콘텐츠를 만들 거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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