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담긴 이야기, 취향의 조각들

여덟 번째 귤껍질 편지

by 귤껍질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그 관계에서만 할 수 있는'


지인이 연인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특수한 관계라고 했어요. 나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상대방을 어떤 기대와 관점에서 해방해서 그대로 수용해 주는 경험을 해보라고요. 너무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해해보고 싶은 말이었어요.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취향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왜 그런가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따라 살기보다 내 마음이 행복한 선택들을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그런 경험과 생각을 담은 브랜드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머릿속으로 종종 기획을 하고, 혼자 즐거워하는 시간을 보내요.


11/20 '춘일가옥' 방문

11/23 '밑미' 팝업

12/6 '언노운 라운지' 취미 탐색, '나비잠' 상영회




ch1.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춘일가옥을 만든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군가는 부동산을 하고, 주식을 하고, 여행을 가는데 돈을 쓰는데 그 돈을 공간에 쓰겠다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게 되었을까. 수많은 집들 중 한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많은 경험과 생각들 중 일부만을 들었지만 예술을 한다는 건, 창작을 한다는 건 행복하지만 그걸로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마냥 아름다운 경험일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공간의 벽 하나, 마당의 구조물 하나까지 직접 구상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탐나는 경험이라고,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계단을 매운 흔적, 경매에서 구매하셨다는 얼굴이 깨진 부처와 당근에서 구했다는 추상화 등 손길이 닿은 흔적이 좋았어요.




ch2. 기록하는 사람


밑미에서 연말 전시를 해서 다녀왔어요. 리츄얼 클래스를 들어본 적 없지만, 나를 지켜줄 루틴을 찾고, 만들기를 응원해 주는 게 좋아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에요.

다른 사람의 기록물을 봤던 경험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소비를 중심으로 기록했던 것이 인상 깊어요. 좋은 기획을 보면 머릿속에 반짝 불이 켜지고 저도 해보고 싶어 져요. 며칠 시간이 흐르고 문득, '물건'을 키워드로 저의 취향과 선호를 기록하고,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만들었어요. 이제 독립도 하겠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헛헛한 기분을 풀어낼 겸 저와 살아온 물건들을 기록하고 정리해 볼게요.







ch3. 나를 이루는, 나의 취미


바, 영화관, 음감회 공간, 사무실, 소개팅, 모임 공간이 결합된 언노운 라운지에서 취미를 나누고, 노래를 듣고, VR 체험을 했어요. 취향이 풍부하고 깊은 사람은 그 삶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년에 하고 싶은 취미들을 모아봤어요.


-물을 좋아해서, 내년에는 다이빙을 배우고 싶어요. 깊은 물 안에서 나의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순간을 경험하고 기억 속에 담아둘래요. 당연한 일상의 소음과 복잡함이 사라지는 순간이 기대돼요.


-테니스도 다시 시작해볼까 싶어요. 마르고 탄탄한 몸, 탄탄 마른 이 되겠다! 선언하고 다녔는데, 정말 한걸음 정도 가까워진 것 같아요. 빠른 감량보다 건강하고 꾸준하게 좋은 몸을 만들고 싶어요.


-음악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음감회, 연주,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어볼래요.


-독립하면, 제 공간을 예쁘게 꾸미려고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간의 신경 쓴 포인트들도 잘 알아주는 안목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ch4. 누군가가 남기고 간 것


저에게 일본 영화는 어딘가 아련하고, 편안한데, 슬픈 느낌이 있어요. '나비잠' 상영회에 다녀왔어요. 사랑, 창작,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사랑은 결국 둘만의 이야기고,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저절로 전달되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가 끝난 뒤, 나카야마 미호라는 배우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그 삶을 따뜻하게 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많은 이들이 같이 공유하고 슬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귀여운 것들을 포착하는 걸 좋아해요. 모두 사서 집에 가져다 둘 수 없으니, 다시 보고 싶어질 때를 대비해서 사진으로 담아놔요.


동그랗고 귀여운 산타예요.

빛나는 곰돌이!

귀여운 조명, 조각보 같은 느낌이 매력적이었어요.

눈 온 뒤 을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왠지 가지런하게 이 도시에 질서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회사 로비 모습이에요. 창에 비친 햇살이 일렁이며 만드는 그림자와 나무와 풀들의 모습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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