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십 수년 이 일 해온 사장님이 처음인 건 저는 오죽하겠어요. 저는 모든 게 처음 아니에요? 하니, 툴툴거리면서 그냥 가더라고. “
엄마는 종종 일하는 아저씨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하나라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와 최대한 수정 없이 편하게 짓고 싶은 아저씨들은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집주인과 고용인이라는 입장 차이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를 풀어나가는 엄마의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건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준공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서류를 설계사무소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서류를 보냈는데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와서 건축사에 추가 서류까지 다 주면 잔금을 입금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장 입금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나오셨다고 한다.
“지금까지 업무 하면서 처음 듣는 서류예요. 잔금 안 받고 서류 안 주면 어쩌려고 그러세요?”라는 반 협박성 말에 기가 죽을 법도 한데, ”사장님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원래 저의 일처리 방식이에요. 다른 분들께도 받을 서류 다 받고 종료되었을 때 잔금 치르고 있어요. “라고 어물정 상대방의 페이스에 따라가지 않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이런 서류 요청은 처음이라며 툴툴거리시는 사장님께 “베테랑이신 사장님도 처음인데 모든 게 처음인 저는 오죽하겠어요?”라며 똑 부러지게 응대했다.
수미상관처럼 비슷한 일이 건축을 시작하면서도 있었다. 그라운드 레벨, 즉 집의 바닥을 어디로 할지 정할 때, 건축사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한참 높게 구축 테라스와 같은 높이로 잡아버렸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구축 집, 주변 집들과 조화롭지 못하고, 신축 혼자 우뚝 설 것이 뻔했다.
안 좋은 결과가 뻔히 보이니 아찔해서 건축사에게 바로 내려 달라고 하니 “설계도대로 한 거예요.”라며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건축에 대해 잘 아는 옆집 뚝딱이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아직 본격적인 공사 전이니 수정 가능하다고 했다. 확신을 얻었으니 바로 가서 강경하게 다시 말했고 그제야 수정해 줬다고 한다.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내 의지대로 만들기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라며 회상하듯 말하는 엄마를 보며 일의 주인이 되는 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졌는지보다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해보는 일을 해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주도권을 잡고 가려면 분명히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건축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부모님이지만, 내 집이니 모든 프로세스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것도 나라는 생각이 모든 의사결정의 단단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한 태도가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게 해 주었던 것 같았다.
건축은 이제 끝이 났고, 이제는 내부 인테리어와 구축을 유지보수하는 일이 남았다. 앞으로의 여정도 원하는 방향으로 엄마답게, 아빠답게 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