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내가 이 집을 잘 지어낼 수 있을까?”
건축을 시작하며 엄마가 가장 많이 한 질문이었다. 엄마에게 집 짓기란 처음 가보는 미지의 세계이자, 동시에 인생에 한 번뿐인 실패 해서는 안 될 도전이었다.
“집 짓기가 어려운 건 돌이킬 수 없다는 거야. 연습이 없이 바로 실전이니까 저절로 책임감을 느끼게 돼.”라는 말에서 엄마가 느끼는 부담을 읽을 수 있었다.
주말마다 딸들도 보고 교회도 가고 친구도 만날 겸 서울로 올라오는 엄마는 항상 집에 관한 질문들을 가지고 왔다. 어느 날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홍보가 필수라는 말을 듣고, 엄마는 잘 모르니 딸들이 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어떤 날은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구했다.
엄마 앞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아나는 딸들은 마치 이미 다 겪어본 일인 듯, 홍보는 개인 채널도 좋지만 처음에는 스테이폴리오나 에어비앤비 등의 플랫폼을 통해 하는 걸 추천하고,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는 무조건 고급지고 심플해야 한다는 둥 그것도 모르냐며 귀여운 거들먹거림을 곁들인 피드백을 해줬다.
그렇게 엄마와 오갔던 수많은 이야기 중 가장 잘해줬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면, “내가 좋은 걸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와. 그러니까 엄마는 우선은 제일 좋은 집을 짓는 것에 집중해 봐 “라며 불안해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한 단계 한 단계를 진심으로 완수하다 보면 아주 좋은 집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가졌으면 했던 것 같다. 간판 없는 가게, 숲캉스 등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열심히 찾는 젊은 세대들도 충분히 좋아할 거라면서, 광덕산 산골짜기까지 누가 올까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잡아주려 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광덕산은 주 5일 이상을 밖으로 나돌며 세상 온갖 좋은 것,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내 마음에 쏙 들 정도로 좋은 곳이었고 초대한 친구들은 두 번 만남에 한 번꼴로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한 친구는 자신을 우리 집 셋째 딸로 입양할 생각이 없냐며 너무 좋다고 해서 재밌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잡아준 무기는 기록이었다. 집을 짓겠다는 엄마에게 ‘묵묵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거야 ‘라는 문구가 적힌 노트를 선물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벌써 4번째 노트까지 선물했고, 그 안에 엄마는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고 빼곡하게 일기를 썼다.
서울에서든, 천안에서든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쓴다는 엄마에게 대단하다고 했더니 "딸이 선물해 준 덕분에 너무 잘 쓰고 있어. 나도 내가 이렇게 잘 쓸 줄 몰랐지. 근데 생각해 보면 나 어릴 때 진짜 일기를 잘 썼었던 것 같아. “했다.
잘 가고 있는지 막막할 때, 지금까지 꾸준히 나아온 여정을 돌아보면 큰 도움이 되었다. 엄마도 그런 기록들을 쌓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신없는 일과 속에서 자기 전 매일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멋졌다. 또 최근 일기 쓰기에 소홀했었는데 다시 나에 대한 기록을 꾸준하게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집을 짓는 건 다른 어떤 일보다 자기 확신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멋진 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하나씩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나아가야 한다.
아트 갤러리, 숲캉스를 즐길 숙소, 옥상에서 별을 보고 마당에서 고구마를 구워주는 카페, 야외 결혼식 장소, 예술가들의 모임장소, 흰 벽면에 빔으로 영화가 상영되는 숲 속 영화관 등등 집에 대해 상상할 거리는 수없이 많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생각들이 밤하늘 별처럼 쏟아져 내리고,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나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아직 이 건축물이 어떤 모습이 될지, 어떤 취향과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될지 예측이 안되지만 꿈꾸는 것은 언제나 큰 동기부여가 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멋지게 도전하고 꾸준히 나아가는 만큼 모쪼록 광덕산에 어울리는, 부모님을 닮은 멋진 집이 지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