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마젠타, 옐로, 시안 빛의 삼원색이야. 시안은 파란색이지. 다른 의미로는 초안을 의미하기도 해. 건축이 완료되면 파란색으로 “시안”이라고 적힌 간판을 걸 거야. “
노트 표지에 “시안 한 생각”이라고 제목이 적혀 있었다. 아직 모바일에 필기하는 것보다 손글씨가 익숙한 부모님은 집에서 굴러다니는 노트를 가져다가 건축에 필요한 기록을 하는 것에 사용했다. 학창 시절 동네 문방구에서 산 이 노트도 그중 하나였다.
시안 한 생각이라니, 그냥 “천안집 관련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보다 더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시안’이 앞으로 지어질 갤러리의 이름이다. 이 이름을 찾기까지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름에 담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광덕산의 풍경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고 엄마가 가꿀 매력적인 정원도 있을 테니, 자연이나 숲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 필요했다. 또 갤러리답게 고급스러우면서도 예술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했다.
처음에 엄마가 스티로폼으로 꿈꾸는 집의 초안을 잡을 때, 가명으로 ‘요요 407’이라고 불렀다. 가볍게 지은 이 이름이 진짜 건물 이름이 될까 봐 동생과 내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촌스럽다며 결사반대를 했다. 그다음에는 아빠의 제안을 따라 ‘the forest‘ 혹은 ’in the forest’ 같이 숲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담은 이름을 생각했다.
이름에 대한 고민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계속되었다. 명절에 사촌들과 이야기하다가, 삶과 쉼을 빗대어 '온 앤 오프'로 하는 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갤러리 온, 펜션 오프라는 이름은 꽤나 마음에 들었지만 아직 1프로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 뒤로 몇 달 후에 엄마와 좋아하는 찻집으로 놀러 가는 길에 엄마가 “우리 집 이름 ‘시안’으로 하기로 했어”라고 했다. 시안, 어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워서 느낌이 아주 좋았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색의 3 원색 있지. 그중 파란색을 시안이라고 불러. 다른 의미로는 초안이라고도 하고. 우리 집 이름으로 너무 잘 맞지 않니? “라고 했다.
"이전에는 숲이라는 의미를 담으려 했는데, 숲이 아니라 파란색 바다의 이미지를 가져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재밌잖아, 약간의 부조화처럼 느껴지기도 하고"라고 덧붙이는 엄마의 말에 그 이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전의 다른 이름들과 달리 작은 의구심도 들지 않고,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을 찾으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건축도 잘 풀려갈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