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데크, 잔디, 마당 이렇게 3단으로 떨어지고, 마당을 필로티 구조로 철골이 둘러싼 것이 내 눈에는 공연장 같은 거야 “
*필로티 구조 : 벽을 없애버려서 철골 기둥만 있는 건물 구조로, 최초의 아파트를 만든 르 코르뷔지에가 고안했다.
쇼핑을 하다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면서도 엄마는 어김없이 집 이야기를 꺼냈다. ”상상은 계획이랑 비슷해, 상상이 있어야 그 뒤에 실행도 따라오는 거야.” 라며 신축과 구축 사이어서 발견한 무대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구축과 신축은 예쁜 포물선을 이루고 있는데, 그 사이에 두 번의 단차가 생겼단다. 구축의 데크에서 잔디밭으로 내려오는 게 하나, 잔디밭에서 신축의 현관과 이어지는 마당으로 내려오는 것이 다른 하나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빈 공간으로 보였을 장소다. 하지만 항상 집구석구석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뿐인 엄마에게는 무대처럼 보였다고 한다.
“콜로세움 같아 보였어. 데크부터 마당까지 폭이 넓은 계단을 두고, 집 앞마당에서 공연을 하려고. 너무 멋진 무대가 될 것 같지 않니?” 라며 동네 사람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계단은 17센티로 할 거야. 18-17센티가 가장 편한 높이라고 하더라고. 더 낮추려 하니 16센티는 어린이집 계단이래. “라며 신나서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설렘이 엄마에게 동력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직 내부 인테리어 전인 신축과 기존의 구축이 합쳐져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천안의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모여 대화하고, 피곤하면 하루 쉬고 가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갤러리 공간을 활용해 전시도 하면 좋겠다는 말에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가 생각이 났다.
공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찾아낸 작은 무대에 대한 이야기부터, 동네 주민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 그리고 나아가서는 천안이라는 도시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되고 싶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고민하고 상상했는지 느껴졌다.
온통 하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깊게 그 대상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는데, 엄마를 보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집에 관해 수백 가지의 아이디어들이 있고, 일부가 실현되는 과정 중에 있다. 씨앗을 뿌리듯 하나씩 심어놓은 생각들 중에 건강하고 좋은 아이들이 하나둘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