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철커덕 소리가 계속 나는 거야, 불량이라고 버린다고 해서 얼른 달라고 했지”
기성 제품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화장실 철문을 직접 제작했다. 그런데 닫을 때마다 철커덕, 건물 어디서든 들릴 정도의 큰 소리가 났다. “너무 당황스러웠지, 화장실은 조용히 다녀오고 싶을 텐데 열고 닫을 때마다 큰 소리가 나니까.”라는 엄마의 말처럼 꼭 해결이 되어야 할 문제였다. 다행히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제작 업체에서 불량이니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방문 시 가져가겠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 가져간 철문은 버려? 식탁으로라도 쓰면 안 돼?" 하니, 엄마도 바로 식탁을 떠올렸다고 했다. "쿠팡에서 다리만 사서 달면 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얼른 달라고 했지" 라며 뿌듯해했다. 쓰레기 처리에도 돈이 드니, 처치 곤란이었던 모양이었다. 제작 업체에서도 선뜻 사용하라고 했다. 그 결과 신축의 인테리어 중 핵심이 되는 식탁은 버려지는 문을 재활용한 공짜다.
직영 방식으로 건축을 하면서 자재비를 낱낱이 알게 되니 버리기보다 어떻게든 사용할 생각을 하게 된다. 건축은 끝났지만 아직 정원이 가꾸어지기 전인 마당 곳곳에서 부모님이 정리한 자재들을 찾을 수 있다. 주인이 제자리를 찾아주길 기다리며 옹기종기 마당 한구석에 모여 있는 각종 벽돌들, 땅을 고르게 정리하며 나온 거대한 돌덩이들은 혼자는 버려지는 쓰레기지만 모아놓으면 꽤나 든든하다. 분명히 나중에 자신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가만히 기다리는 마음씨 좋은 일꾼들 같다.
바로 새로운 쓸모를 찾은 철문과 달리, 쓰고 남은 파벽돌들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마당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돌끼리 부딪혀 붙어있는 매지를 떼고 물로 씻어 가지런히 놓기까지 손이 꽤 많이 갔지만 분명 쓸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지런히 모아두었다.
신축이 다 지어지고 나서 구축 테라스를 뜯어내고 나서야, 그렇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파벽돌들이 제 역할을 부여받았다. 구축과 신축을 잇는 테라스 옆 흙바닥을 예쁘게 메꿔주는 것이었다. 작고 부서진 벽돌들은 끝에 모서리를 채우기에 제격이었고, 길쭉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벽돌들이 중심을 잡아주었다. 감성도 비용도 모두 잡은 행복한 재활용들은 그렇게 집 곳곳의 빈 공간들을 특별하게 해 줬다.
뭐든 계속 두고보다 보면 그 쓰임이 떠오르는 것 같다. 알뜰살뜰하고 재밌는 재활용 아이디어는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