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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Mar 27. 2024

동화 같은 집을 만드는 색깔들

엄마의 집짓기


집의 문을 열면, “노랑! 오늘 당신의 기분은 노랑입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온 벽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집에, 보라색 커튼이 걸려 있다. 들어서면 원색이 주는 에너지와 생기가 집 안을 가득 채운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집에 초록이 추가되었다. 창 밖으로만 보이던 녹음의 색을 그대로 가져와 부엌 싱크 문에 담았다.


초록싱크

신축의 부엌을 만들며 구축의 부엌도 개보수를 했다. 처음에는 신축과 동일하게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싱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축에 어울리는 느낌이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고민을 더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 뒤 엄마가 유레카, 머리 위에 반짝하고 전구가 켜진 표정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초록으로 할까 봐! 자려는데 딱 생각이 나서 한참을 찾아봤어. 원색 초록색으로 칠하는 거야”라고 즐거워하던 엄마는 천안에 내려가지 마자 초록색 페인트를 샀다.


원래는 초록 문을 구매하려 했다. 그런데 시중에 쨍한 원색 초록으로 된 싱크가 없었다. 아쉬웠지만, 건축을 하며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부모님이었다. 직접 제작하기로 한다.


페인트 칠 중인 엄마

두 분이 힘을 합쳐 문을 직접 제작해 달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아빠가 배운 목공이 빛을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신이 난 아빠는 엄마가 요청에 따라 끊임없이 가구를 제작했다. 그렇게 엄마의 공구보관함, 신축 공용 공간의 선반, 화분 받침까지 집 안 곳곳에 초록색 가구가 들어섰다.


엄마만 손을 가만두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도 엄마 못지않게 사부작 거리는 걸 알게 됐다. 아무튼 부모님은 내가 아는 귀촌한 분들 중 가장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다.


미니 서랍장을 제작중인 아빠
아빠의 서랍장
초록 의자
초록 선반

초록 가구들은 구축에서 시작해서 신축까지 퍼져나갔다. 개성이 강한 원색이지만, 어디든 포인트가 되며 잘 어울리는 것이 신기하다. 인테리어를 하며 가장 고민하는 것이 색 조합이다. 생각보다 여기저기 출몰하는 진한 녹색에 놀랐지만, 공간에 맞는 색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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