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껍질 Dec 08. 2023

집, 가장 값지고 제일 비싼 물건

엄마의 집짓기

“집이라는 것이, 내가 소개할 수 있는 물건 중에 제일 비싼 물건인 같아”


내부 인테리어의 뼈대를 만드는 금속작업이라는 것이 있다. 종이판같은 금속에서 필요한 역할에 맞춰 섬세하게 오려낸 조각으로 디테일을 잡는 일이다. 창문틀, 슬라이딩 도어같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안에 숨어서 지저분한 골조에 대한 마감 작업을 해서 집의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무가 금속보다 연질이라 작업이 편하고 값도 저렴해서 보통 나무로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계절에 따라 팽창 수축을 하니 금속만큼 견고하지는 못하다.  엄마는 오래 남아 사용될 집을 짓겠다는 다짐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도 비싼 비용과 작업의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금속을 택했다고 했다. 이 금속작업에는 2천만 원 정도로 다른 작업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건축비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갔다.

금속으로 잡은 벽과 창문 사이 틈

단계별로 보통 3백~5백만 원 정도의 금액이 들었는데 2천만 원이라니, 건축을 하는 기간 중 제일 가난한 시기여서 금액을 듣고 마음이 복잡했다고 한다. 그런 엄마에게 아저씨들이 “사모님이 보시기에 비싼 것 같지만, 안 보이는 것이 반 이상이다, 더 많다.” 며, “우리는 이게 아주 이 잡는 일이유 이 잡는 일이라 한도 끝도 없어” 라며 금속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해 주셨다고 하시며 엄마는 ”엄마가 돈돈돈 하니까 한 자락 깔고 이야기하는 것도 있겠지만 1미리도 틀어지면 안 되는 아주 섬세한 작업이더라고 “ 했다. 건축을 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중요하고 많다는 걸 알았는데, 금속 작업도 그중 하나였다는 거다.

금속판으로 덮은 보일러
바닥 사이 틈을 매꾼 금속선들

머리로는 납득했지만, 떨어지는 돈에 대한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건축비라는 게 그래 처음에는 가지고 있는 돈도 넉넉하게 있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리적 여유가 있으니 그냥 썼거든 그런데 이제 90 퍼 완공단계이니 다 바닥이 났어 이미. 이제는 내 마음이 힘드니까 가격이 제대로 책정이 된 건가 아닌가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사용에 훨씬 더 신중해지고 그러는 거지 “라는 말에는 건축비 사용 역사가 함축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건축은 건축비와의 타협과 싸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건축비가 물가상승과 함께 잔뜩 오른 시점에 공사에 들어갔다. 어떤 집을 지을지 설계도를 받아보고 건축비가 떨어질 때를 기다려볼까 하는데,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자재값이 훌쩍 뛰면서 인건비도 같이 올라버린 거다. 이미 오른 가격이 떨어질 기미가 없으니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없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공사에서 단계단계마다 돈 쓸 일이 참 많았다. 일하시는 분들 보험 가입이나 식사 준비같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부수적인 비용들부터 좋은 자재를 고르다 보니 추가되는 금액까지 부모님이 꿈꾸는 집은 생각보다 많은 자금을 필요로 했다.


그래도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건축하고, 튼튼하게 좋은 자재로 지은 원동력은 이 건축이라는 프로젝트를 잘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과 서서히 눈앞에 드러나는 집이주는 보람 덕분이었다. 고민하고 결정하는 대로 지어지고 완성되어 가는 집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멀리서 본 천안집!
더 멀리에서 본 광덕산 뷰

”기초를 다질 때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잖아 그런데 이쯤 되니 육안으로 확인되는 건물이 된 거야. 누가 예쁘다 칭찬하는 걸 들으면 아주 뿌듯하고 재미있고 보람되지. 그래도 처음 상태보다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으니 쪼들리는 마음이야. 완주는 해야 하니 가보기는 하겠지만  이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 “라는 말에서 고단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돈이라는 건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 같다가도, 현실을 그 무엇보다 냉정하게 마주하게 하는 현실주의자이자 비평가가 되기도 한다. 건축은 부모님이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곳이자 광덕산에서의 삶을 더 다채롭게 해 줄 공간에 대한 꿈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 바람은 그대로이다. 퇴직자에게 특히 야박한 은행과 초심자에게는 너무 잦은 예상 밖의 지출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길을 찾고, 나아가느라 고생한 만큼 집이 좋은 경험과 기회들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한 법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