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세희야 미운 꽃 봤냐? 꽃은 다 이쁘지. 근데 너희 엄마는 미운 꽃 이쁜 꽃 나눠.”
요즘 엄마는 정원 가꾸기에 한창 몰두해 있다. 정원 가꾸기는 인테리어 다음으로 큰 프로젝트다. 그러면서 바위를 이동하거나 나무를 옮겨 심자는 대형 안건부터, 마당에 자유롭게 핀 꽃들을 모아 심자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아빠가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자유로운 농사와 조경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식물에도 좋다는 입장이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날, 최애 샌드위치와 밀크티를 사들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톡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엄마랑 싸웠다는 거다. 그래서 엄마가 다음날 가기로 한 서울집에 하루 일찍 갔다며 머쓱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엄마와 음식들을 나누어 먹고 같이 영화도 보고 나서, 이유를 물었다. 다툼에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감나무 사건이었다.
감나무는 조경수로는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가을에는 감이며 낙엽이며 우수수 떨어져 지저분한데, 정원의 중심에 자리 잡아 꼭 옮겨 심어야 했다. 그런데 아빠에게 말하니, 포크레인을 불러야 해서 번거롭다. 옮겨심으면 죽는다며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다.
”너희 아빠는 감나무 하나도 안 옮겨주는 사람이야. “라는 엄마의 말에, 아빠가 잘못했네. 하며 한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천안집에 놀러 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새로운 계절에 맞춰 부모님의 일상도 바뀌었다. 땅을 갈아엎고 비료를 줘서 옥토로 만들고 씨앗을 뿌렸다. 옆집에서 얻어온 모종까지 야무지게 심고 나면, 뿌리까지 물이 닿도록 충분히 물을 주어 마무리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아빠는 정원에 돋아난 식물들에 대해 설명해 줬다. 그러면서 꽃이 핀 매발톱을 발견했다. 엄마가 옮겨 심자고 했는데 아빠의 반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식물이었다. 아빠는 세상 뿌듯한 얼굴로, “엄마가 옮겨 심자고 했을 때 옮겼으면 저 꽃을 볼 수 있었겠냐?”라며 자랑을 했다. 옮겨 심으면 그게 식물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나며, 사람도 계속 전학 다니면 힘든 것처럼 식물도 똑같다는 아빠의 논리도 나름 타당했다.
엄마에게 이리 와보라고 내 말이 맞지 않냐며, 아직 봉오리 상태인 꽃을 보여주는 아빠의 모습이 재밌었다. 아빠의 말에 응 그러네, 하면서도 바로 새로운 조경 의견을 말하는 엄마의 모습도. 이전에는 집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원이라는 형태로, 다시 한번 엄청난 의견 조율 끝에 예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