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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Mar 25. 2024

산골자기에 집 지으러 오는 여정

엄마의 집짓기

“전봇대를 잘못 건드려서 동네 전기가 나간 거 있지?”


산에 집을 짓는 건 시골에 집을 짓는 것과 또 다른 문제다. 광덕산 초입부터 시작되는 비포장 도로와 샛길을 주욱 오르며 제멋대로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감나무 하나가 보인다. 그 오른쪽에 돌담 위로 보이는 집이 우리 집이다. 자가용 한 대가 바듯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 평소에도 조심해 운전해야 하는데, 비나 눈이 오면 더 지나기 쉽지 않은 난코스가 된다.


2층 바닥을 마무리하려 하는데, 경사가 진 걸 발견했다고 한다. 이 정도 문제야 뭐, 건축을 하면서 온갖 변수를 만났으니 놀랍지 않았다. 문제는 경사를 없애기 위해 시멘트를 부어야 하는데 이전에 왔던 레미콘 회사에서 절대 올 수 없다고 했다. 옛날에 갔던 그 집이냐며, 좁은 산길을 오르다 죽을 뻔했다며 바로 입금한 예약금도 돌려주었다고 했다. 그래도 와주시면 안 되냐 하니, 사고뿐 아니라 인명 피해에 대한 보상 방안까지 각서를 쓰라고 아니면 안 간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고 했다.


가끔 고속도로에서 세우면 2층 높이는 거뜬히 넘어갈 것 같은 큰 레미콘 차를 봤는데, 그게 광덕산 우리 집까지 들어와야 한다니 나조차도 상상이 잘 안 되어서 못 오겠다는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레미콘이 오지 않으면 레미탈 130포를 하나하나 옮기고 수작업으로 미장공들이 평행 잡으며 바닥을 쳐야 해서 일의 난이도가 배로 올라갔다. 고민 끝에 벽돌집 사장님을 통해서 다른 회사에 부탁해 보기로 하고, 한 회사를 섭외하는 것에 성공했다.

마당에 들어선 레미콘 차

전체 6루베가 들어가는 큰 돌돌이 통에 절반인 3루베의 시멘트를 싣고 산길을 오르던 차는 결국 전선을 건드리는 사고를 냈다. 올라오면서도 못 갈 것 같다는 우는 소리를 하셨는데, 구경하던 동네 주민분이 H빔도 올라왔다고 충분히 간다고 말을 얹어주어서 안 돌아가고 꾸역꾸역 올라올 수 있었다고 했다. 불가능한 건 없는지, 무사히 올라와서 2층 바닥에 시멘트를 붓고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런 일이 있어서 예정보다 서울에 늦게 온 거야. 너희 아빠는 아직도 눈 맞으면서 뚝딱이 아저씨랑 전선 작업 하고 있을 거야.”라며 파란만장했던 하루에 대한 회고가 끝이 났다. 밤 12시가 넘어 집에 온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라디오에서나 들을 법한 신기함 사연이지만, 두 분께는 그저 조금 힘든 일상이었다. 건축을 하는 1년 간의 시간 동안 웬만한 고생이나 사고는 이제 별 거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힘든 일도 익숙해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이고, 결국 모든 문제든 해결책은 있는 법이라는 걸 몸소 깨닫는 과정에 있는 부모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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