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지금 하시는 게 진짜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어느 날은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건축하면서 단계단계별로 새로운 분들이 오면, 매번 쫓아다니면서 현재 공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단다. “공부를 하다가도 그렇잖아 이제까지 공부한 것을 수포로 가게 하지 않으려면, 완주까지 가려면 매 순간순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지 “ 라며 그 말이 의도된 건 아니고 진심이라고 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창문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창 틀어져서 못 열고 닫으면 그건 집이 아니라 감옥이죠 큰일 나요” 하고, “다른 거 다 잘되도 방수 잘못돼서 물 새면 못쓰는 집 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예뻐도 옷을 잘못 입으면 엉망이 되니 인테리어가 진짜 핵심인 거 같아요” 하면 작업자분들도 지금 해주시고 있는 게 핵심 단계라는 것에 다들 동의하시는데 이런 대화가 반복되는 게 재밌다고 했다.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데, 듣는 사람이 힘 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좋은 습관인 것 같았다.
그렇게 작업하는 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의외로 내 집 지어본 사람이 없다며 엄마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부분 아파트에 사시고 딱 1분이 지어보셨더라고. 집 짓는 거 힘들지 않냐고 하셔서 그렇다고 했더니 ’ 누가 집 지으면 몇 년 늙는다고요? 늙는 게 아니라 그냥 죽어요 죽어 ‘ 하시는 거 있지”라며 격한 공감에 대한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힘들어 죽는다고 그랬다며 한 번 더 덧붙였다.
내 집을 지어본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그만큼 담당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종합건설사라는 컨트롤 타워가 없으니 단계단계를 부모님이 관리하고 있는데, 서로의 업무를 잘 모르거나 후속자가 이전 사람이 잘못해서 작업이 어렵다고 불평하면 아주 난감하다고 했다.
구부능선을 넘는데 지금 팔부능선 즈음인 것 같다고, 그런데 마지막이 보일 때 더 힘들다는 게 정말인지 이제는 그냥 얼른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고 싶다는 말에서 부모님이 지쳤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제대로 해야 한다고 되뇌며 한 발 한 발 제대로 딛으려는 것도.
“손가락들 이야기가 있잖아, 엄지는 최고라고 할 때 쓰니까 내가 제일 잘났고 검지는 가르칠 때 쓰니 제일 중요하고, 중지는 가운데 가장 중심에 있고 약지는 내가 얼마나 중요하면 온갖 반지를 나에게 끼겠냐고 하니, 마지막 새끼손가락이 내가 없으면 손가락 네 개뿐인 손이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지금 인테리어는 마지막 손가락을 잘 만드는 과정인 것 같아”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똑똑하게 일하라고들 하지만 정말 모르는 길이라면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나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다 큰 어른이 되고, 두 아이를 키우고 30년가량의 직장생활을 경험한 뒤에도 처음 가는 길은 다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