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껍질 Jul 01. 2024

여행의 시작, 공항

도쿄라는 브랜드 (2/10)



인천공항


도쿄 여행의 시작은 달리기였다. 비행기 출발 시간에 임박해서 라운지를 떠났다. 생각보다 먼 탑승구까지 열심히 뛰며 뒤를 돌아봤다. 엄마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뒤따라오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영화로 만들면 이 장면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스치듯 생각했다. 마지막 탑승자를 찾는 소리에 속도를 높여 골인하듯 올라탔다. 이렇게 시작을 해버려서일까? 여행 내내 지하철, 로만스카,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발 아프게 걷고 뛰었다.


하지만 그 뒤의 여정은 더 예측 불가능했다. 30분가량 출발이 지연되더니, 비행기 센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비행기를 옮겨 타야 한다고 했다. 꽤 여러 번 비행기를 타봤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맞은편 탑승장에 들어온 비행기가 뜨고 나면, 우리를 태울 비행기가 정차할 거라고 했다. 승객들은 그 앞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항공사 측에서 틀림없이 보상을 해주겠지 생각했다. 보상도 받고 여행의 에피소드도 추가되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덕분에 일련의 사건들이 파란만장한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이후에 2시간 이내 연착된 건 보상이 없다는 걸 알고, 약간 괘씸해졌다. 예측 불가능한 여행의 오프닝이었다.




나리타 공항


엄마는 새로운 공간을 가면 그곳이 좋고 싫은 이유를 찾고 말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덕분에 덩달아 공간을 같이 탐구하며 깊이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엄마는 수시로 “이것 좀 봐!” 라며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 끝에는 너무나도 일본 스러운 그림, 공예 작품과 장인의 사진들, 깔끔하고 심플한 광고 같은 것들이 보였다.


감탄의 대상에는 기둥이나 바닥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바닥면과 닿은 부분은 먹색이고, 올라갈수록 흰색으로 그라데이션이 된 기둥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 같았다. 볼펜똥 같기도, 목탄으로 점을 찍은 것 같기도 한 바닥은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을 줬다. 반복적인 새로 줄과 긴 타일로 된 벽에선 정제된 아름다움과 통일감이 느껴졌다.


지루한 대기줄에서도 채도가 낮은 파란색의 대기선과 안내장, 톤 다운된 핑크색 지문 검사 기계 등에서 디자인의 묘미를 찾았다. 그렇게 도쿄의 모든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보고 갈 기세로, 입국심사를 마쳤다.


매번 설레는 비행!
그림같은 공항 풍경
공항에 걸려있는 재료와 장인 사진
입국 심사하러 가는 길!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된 기둥
이전 01화 여행 갈 핑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