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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Jul 01. 2024

우에노, 도쿄의 첫인상

도쿄라는 브랜드 (3/10)




우에노


검소하다. 소박하다. 정리되어 있다. 스쳐간 사람들, 깨끗한 거리, 단정한 건물들이 남겨준 도쿄의 인상이다.


사람들로 꽉 차 있지만 대화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지하철, 튀는 색이 없는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낮은 채도의 도시 풍경, 같은 셔츠와 바지를 입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풍경들이 도시 전체가 한 사람이 만든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의 통일감을 줬다.


거리는 오래되었지만 깔끔했다. 누군가가 공들여 관리한 것이 느껴졌다. 빛을 뿜어내는 전광판이 없이, 일러스트와 글로 이루어진 광고들은 핵심만 정리해서 전달하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 디자인이란 이런 건가, 생각했다.


페브릭의 재질감이 잘 느껴지는 옷들이 주는 편안함과 소박함이 좋았다. 몸을 옷에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없는, 몸의 결을 따라 흘러내리는 옷들이었다. 개성과 에너지로 꽉 차있지는 않지만, 정돈된 일상 같은 느낌이 편안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이국적인 얼굴들이 새삼스럽게 여기가 일본이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상냥하지만, 친절이 절대 과하지 않았다. 역무원에게 길을 물으면 딱 맡은 범위에서만 알려줬다. 불편한 오지랖이 없어 좋았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느껴지는 안내가 정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발견한 반복되는 특징도 있었다. 창문이 모두 불투명유리이고, 밖에는 철장으로 안에는 커튼으로 이중, 삼중으로 가려져 있었다. 눈높이까지 담장 또는 다른 구조물로 가려져 밖에서는 내부 모습을 알기 어려웠다.


편안한 외형이지만 다가서려 하면 조용히 혼자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도시, 도쿄의 첫인상이었다.


고요하게 자기다움을 지키며 거리를 둘 것 같은 느낌. 도쿄라는 도시와 깊고 충만한 상호작용을 원하는 여행자 입장이라 조금 서운했다. 이런 느낌을 현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알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에노의 풍경들

(아마도) 고양이 산책 주의사항!
(아마도) 강아지 산책 주의사항!
가까이에서 보면 무늬가 다 다른 불투명 유리들
달과 바닷물을 연상시키는 조명과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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