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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Jul 02. 2024

닛포리 원단 시장

도쿄라는 브랜드 (4/10)


닛포리


일본에 가면 꼭 원단 시장을 가고 싶었다. 한동안 엄마는 재봉틀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가장 먼저 제봉을 배웠다. 그런 둘이 여행을 왔으니, 원단 시장은 꽤나 적합한 선택지였다.


서울의 동대문은 하나의 큰 건물 전체가 시장이었다. 너무 커서 길을 쉽게 잃고, 다시 오겠다며 찜해둔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닛포리 원단시장도 서울의 동대문 원단시장과 비슷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발만 아프고 원단 시장이라 생각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도 기대했던 시장이 보이지 않아서, 근처 매장의 주인분께 길을 물었다. 어디에 사용될지 모르겠는 거대 프릴을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지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면 원단 시장이 있다고 했다. 오면서 봤던 부자재를 파는 토마토 매장 근처가 온통 원단 상점이었다. 동대문보다 아주 작았다. 기대한 크기가 아니고 피곤한 몸으로 오래 걷다 보니 그냥 스쳐가 버렸던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원단을 보기 시작하니, 다시 에너지가 돌았다. 원단은 물감과 같다는 엄마의 말처럼 끝그림을 상상하며 색을 고르듯 수많은 원단을 살폈다.


특히 버튼이라는 가게에 들어서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온갖 단추들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나당 만원 가까이하는 수많은 단추들은 그 자체로 작품이었다. 오후 5시 30분, 원단 시장들이 문을 닫기 전까지 빠져들듯 구경했다.


나팔꽃을 연상시키는 빨간 동그라미 패턴의 원단과 다홍색 자개단추를 고르고,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사지 못한 원단과 부자재가 눈에 밟혔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안목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모든 걸 살 필요 없이 눈을 높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닛포리 원단 시장의 풍경들

마음에 쏙 드는 원단
근처를 계속 서성거리게 한 단추들
너무 예쁜 프릴들
‘버튼’ 입구! (간판도 버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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