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리듬 타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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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슬

출근길 지하철 열차칸에서 쏟아지는 사람들.

그 중 한 명이 나다.

출근시간대에는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한다.

줄에 합류해서 마침내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에 올라탔고,

내 바로 앞에는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지 몸으로 리듬을 타신다.

과하지 않고 바로 뒤에 있는 사람만이 알아챌 정도의 절제된 움직임이었다.

좋아하는, 신나는 음악에 반응하는 몸과 흥을 참을 수 없으셨던 걸까?

어쩌면 우중충한 출근길을 산뜻하게 하기 위한 기분전환용 최신 아이돌 음악을 듣고 계신 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출근길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리듬 타는 아저씨를 보자 갑자기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동생한테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문득문득 가슴이 답답해지는 날들이었고,

동생을 보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산책을 가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동생은,

내가 아니면 하루 종일 다른 사람과 말할 일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쓰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왜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서 이제 와서 내 인생까지 힘들게 하는 건지 원망스러웠고,

동생의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언제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의 힘으로 꾸려나갈지 생각하면 막막하고 무력했다.


그런데 내 앞에 둠칫둠칫 리듬 타는 아저씨를 보며

감정이 환기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가볍게 일상을 살아가자.

이 밝고 긍정적인 기분이 계속 지속되지 않겠지만,

또 무력하고 절망스러운 감정이 엄습하겠지만,

난 일상에서의 유쾌함을 느낄 자격이 있으니까.


바위의 작은 틈사이에도 풀이 자라난 걸 볼 때가 있다.

버거운 일상이었지만,

출근길 지하철을 빠져나오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둠칫둠칫 아저씨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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