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쉽게 쓰는 생각 #4
늘 뭐든지 잘 될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근거 없는 희망에 기인한 쓸데없는 낙관이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시험 기간에만 공부를 해도 성적이 제법 잘 나왔고,
대학도 큰 어려움 없이 입학하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될 것만 같았죠.
그러나 살아가다 보니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다 투자에 실패해도 나는 잘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몇 년 안에 주식으로 큰 부자가 될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히 실패했습니다.
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것만 같았으나,
그저 그런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인간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하여 좋은 사람들과 뜻깊은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했으나,
주변 사람들은 공기 중을 떠다니다 터져버리는 비웃방울처럼 점차 사라졌습니다.
정말 기다리던 친구들과의 여행 전 날,
예기치 않게 아이가 다치고 수족구에 걸리면서 고열이 나,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풍선처럼 부풀었던 기대는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큰 상실만 남겨 놓았습니다.
아이가 수족구에서 나아 괜찮아지나 했더니,
다시 감기에 걸렸습니다. 저 또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최근 분양가상한제로 비교적 저렴한 살고 싶은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습니다.
확률이 적은 것은 알지만, 잘 될 것이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로또와 같은 청약 앞에서 낙첨의 결과를 씁쓸히 확인하였습니다.
잘 될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잘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기대한 만큼 실망감도 커졌고, 마음이 쓰리고 아파왔습니다.
이런 순간순간마다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빅터 플랭크가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며 경험한 것을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의하면 1944년 겨울부터 1945년 초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수감자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수감자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수감생활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끝났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수감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의 희망이 삶의 원동력일 수 있었으나,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의 큰 실망이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크리스마스의 희망을 품지 않고, 앞으로 잘 되지는 않겠지만 하루하루 참고 견디어 보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수용소를 살아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때로는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강한 힘이 되지만,
쓸데없는 낙관과 희망은 우리를 더 절망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잘 안될 거야 아마"의 정신입니다.
잘 안 되는 게 디폴트입니다. 그러니 잘 안되었을 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또한,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잘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넥스트 스텝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잘 안될 거야 아마"의 정신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지나친 낙관과 근거 없는 희망에 사로잡히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