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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Aug 02. 2023

여름, 민물고기 잡기

동사리(뿌구리)에게 물리고 퉁가리(탱갈로)에게 쏘였다.

푹푹 찌는 더위, 그래도 어디선가 뜨듯한 바람은 불어오는 제대로 휴가철이다.

여름은 모든 자연이 줄기차게 생장하는 계절이다.

초록 초록한 산과 들판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논에 벼도 훌쩍 키를 키운다.

농민들에게는 여름도 쉽지 않다.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물이 졸아 있다.

냇가 주위 암벽이라도 보인다면 수위가 예전보다 줄어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민물고기들도 살을 찌운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경북 산골에 살 때 우리 집 근처에 가장 흔했던 민물고기는 버들치, 피라미, 동사리(뿌구리)였다.

커 봤자 어른 손가락 정도의 크기인 이 물고기들.

그중에 여름에 인상 깊었던 민물고기가 있다.

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쿡쿡 TV

작은 아귀같이 생긴 녀석이 있는데 머리가 반이다. 아빠가 늘 '뿌구리'라고 하셔서 그게 고유명사인 줄 알았는데 지식백과에서 표준어가 '동사리' 란다.


여름은 냇가에서 놀기 아주 좋아서 물고기를 잡고 방학을 보냈는데 맨손으로 잡기에 만만찮은 녀석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잘 잡혀 주기도 한다.


이 7월 말에서 8월 초쯤은 시냇물도 귀해서 녀석들이 헤엄치기에 물이 너무 적었다.

초등학교 1~2학년인 나와 동생이 숨죽여 걸어 들어가서 잡는다.

꺼끌꺼끌, 거칠고 촘촘한 비늘을 가진 뿌구리가 힘차게 도망쳐보지만 한두 번 놓친 게 아닌 우리도 양보하기 쉽지 않다. 장되면서도 성취감을 느끼며 바스켓에 잡아넣는다.  


7~8cm 정도 되는 좀 큰 동사리가 보였다.

대왕 입크기에 식성이 좋은 이 녀석은 다른 물고기의 머릿쪽을 입에 물고 노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물고기의 몸통 반절과 꼬리만 입 밖으로 내민 채로 둔하게 헤엄 치는 녀석을 발견한다.

분명히 우리도 물고기 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왜 괘씸한 마음이 치밀어 오를까??

자연이 던진 돌, 약육강식 생태계를 이루는 한 장면인데 우리는 그 동사리를 잡아 굳이 입속의 작은 물고기를 뱉도록 만들었다. 여태껏 이렇게 다른 불쌍한 고기를 무자비하게 잡아먹으며 몸을 키웠구나! 이 나쁜 자식..  분노가 느껴졌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물고기를 잡는 인간이 민물고기의 사냥을 저주하다니.


한 날은 좀 더 깊은 물 쪽을 걸어가는데 이 놈에게 (여기선 놈이라고 하고 싶다) 발 뒤꿈치를 물렸다!!

아얏~! 하는데도 아직 물고 있었다. 먹잇감 구분을 못하는 건지 우리 영역에서 나가라고 시위를 한 건지는 몰라도 엄청 큰 녀석이 여린 뒤꿈치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휘저으니 아구를 풀고 도망갔다. 어찌나 놀라고 약이 오르는지..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어 보지만 또 물릴까 봐 분노의 눈빛으로 째려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빨갛게 자국을 남겼으나 약을 바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날 이후 뿌구리에게 정이 떨어져서 다시는 잡지 않았다.


출처 : doopedia.co.kr

가끔 작은 메기 같이 생긴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도 조심해야 한다.

아빠는 '탱갈로'라고 부르셨지만 지식백과는 '퉁가리'라고 한다.

미끈하고 손가락 두께에 뾰족한 가시 같은 수염이 예민하게 뻗어있다.

벌도 아닌데 이 녀석은 잘못 건들면 쏜다.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가시에 찔리는 거라고 하는데 벌이 쏜 것처럼 아파서 웬만하면 건들지 않는다.


초록색 사이다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 주둥이를 몸통 쪽으로 결합하고 박스테이프로 감은 다음 간단한 통발을 만들기도 했다. 쌀밥을 한 숟갈 담아서 물이 잘 흐르는 곳에 놔두면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물고기가 모여든다.

두 시간쯤 지나서 가보면 아직 청소년 크기의 버들치가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갈 땐 마음대로 못 나간 채 가두어져 있다. 페트병 통발을 들어 올려 멍청해 보이는 물고기의 허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왜 이렇게 멍청할까 생각하며 좀 지켜보다가 해체해서 다시 냇물에 붓는다.


휴가철이면, 여름마다 피서가 따로 필요치 않았던 그 산골 동네가 생각난다.

그리고 졸아있던 시냇물과 속이 훤히 보이는 물결 속에 약간의 물속 분탕을 일으키며 헤엄치던 민물고기 녀석들이 생각난다. 왠지 발 뒤꿈치도 찌릿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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