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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 천선란 (문학동네) SF 단편 소설집을 읽고

인간의 감각과 감정과 언어의 미래에 대해 느껴보게 하는 책!!

by 나예스 Jan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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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나예스 입니다.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소설은 천선란 작가의 『모우어』입니다.

평소에 우주와 SF를 좋아하는 INTP라 그런지 이 소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천선란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의 전반적 이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합니다. 8개의 작품을 보면 면 상반된 세계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추상적인 어떤 개념을 둘로 나누어 편을 가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진실을 계속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진짜 세계인줄 알고 있는 여기가 가짜라면? 언어가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외계인에 아이들만 감염된다면?

이 책을 읽다 보면 인류가, 어른이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깨닫게 더라고요. 왜 그렇게 느꼈냐면 선입견을 깨 주는 장면들과 더 중요한 역할로 약자들이나 숨어있던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과 통제 효능감을 시험하는 소재들이 나옵니다.


 작년에 읽었던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아주 의미 있게 읽었는데요. 단편소설은 장편보다 호흡이 짧아서 평소에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번 <모우어>는  흥미진진했어요.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초반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취향을 타는 듯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등장인물 이름을 끄적여가면서 읽었어요. 천선란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경이로운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1. 「얼지 않는 호수」

책 속 한 문장 : p.29 (말하는 산양, 폴) "내가 아는 인간은 떠도는 존재야. 머무는 걸 못 하지. 돌아오긴 해도, 영원히 머물지는 않아."

 온 세상이 눈보라와 빙하로 덮인 혹한기의 시대. 파수꾼 '그녀'와 어린이 '야자'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얼지 않는 호수가 하나 있어요. 그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의 호수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나그네가 먹을 것을 요청하면 그가 죽기까지 기다렸다가 식량으로 먹기도 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야기'의 따뜻함이 세상을 녹일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신념이 묻어있습니다. 악뮤의 「얼음들」의 노랫말과  영화 『설국열차』의 모습이 연상되었어요.


2. 「모우어」

책 속 한 문장 : p.56 느껴. 언어가 되는 순간 감정은 단순하고 납작해져. 자연과 우리는 분리되고, 우리는 또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규정하고, 구분하려 들겠지. 우리는 한계에 부딪힐 거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게 돼.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자부하는 언어가 없는 세상입니다. 말하는 것이 금지된 세상에서 영원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인류라면 어떨 것 같나요? 그들이 사용하는 의사 전달 수단은 '의음(意音 : 정신이나 마음의 작용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하여 느낍니다. 고정관념이 또 한 번 깨졌던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문장은 엄청 긴데 단 한 글자 혹은 세 글자, 아무 연관 없는 글자로 생각과 느낌을 통신합니다. 그러니까 대화 중에 실제 언어는 없는 것인데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따옴표가 있는 언어를 말하는군요. 언어와 시간의 연관 관계와 독특한 전개가 흥미로웠습니다.


3. 「너머의 아이들」

책 속 한 문장 : p.92 (아이들) 우리는 바라보고 판단하지만, 그들은 판단하고 바라본다. 어른이 될 때, 그렇게 된다.

 이번에는 외계인에게 감염된 아이들이 나오고, 어른은 감염된 아이들을 한번 더 이용하고 희생시킵니다.

저는 어른의 선입견이 무섭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아이가 하라는 안 하고 딴짓한다고 생각했을 때이지요. 안 봐도 안다는 듯 아이에게 주의를 주면 아이가 억울해 한 상황을 몇 번 경험했었지요. 양심에 찔렸었는지 위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른은 어떤 정보를 찾을 때 모니터 앞에서 손품을 팔고 아이들은 자연과 현장에서 발품을 파네요. 어른들이 아이를 잘 돌봐주지 못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해롭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줄 때가 있는데 그 부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처럼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영영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세계입니다.

 아이들의 세상과 어른들의 세상 중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4. 「뼈의 기록」

책 속 한 문장 : p. 130 (장의사 휴머노이드 로비스) "왜 산 사람의 소원은 안 들어주고 죽은 사람의 소원은 들어줍니까?"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뼈는 몸속에 숨겨져 있지만 천천히 변형되기에 삶 전체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시체에 염을 하는 휴머노이드. 다른 가정용 휴머노이드와 다르게 탑재된 기능은 '헤아림'입니다. 인간이 대자연의 일부임을 언급하고, 질문을 던지고 사람을 위로하고 망자까지도 진정으로 헤아린 휴머노이드가 감동을 전달합니다.


5. 「서프비트」

책 속 한 문장 : p.207 도영아,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면 어떻게 될까? 영웅처럼 우리를 반길까, 아니면 괴물이라고 욕할까?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인간, 그러니까 초능력이 생긴 채로 태어난다면,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능력으로 한강에 잠수해서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이나 해야 하는 학생으로 커 나간다면 어떨 것 같나요? 아니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는데 미숙하게 다룰 때 범죄자들에게 악용되어 강압적으로 죄를 저질러야 한다면요? 보통 사람과 다른 위험한 힘을 가진 사람을 집행유예처럼 감시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보여 주는 내용입니다. 초능력자들끼리의 유대감이 보입니다. 그들끼리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종'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마룻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너무나 연약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에 서로 보듬어주는 것이지요. 우리 인류도 서로 그런 존재 아닐까요?


6. 「사과가 말했어」

책 속 한 문장 : p. 231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저렇게나 많은 게 필요하다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죄가 이렇게나 크다니.

 주인공 '홍옥'미성년자와 성인의 경계에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죄인입니다. 마음이 공허해서 병적인 폭식증인 상태입니다. 환각과 상상력이 혼합된 장면 묘사로, 가장 난해한 내용이었습니다.

 태국출신 친구 '자두(촘푸)'도  홍옥과 있습니다.  T 성향의 저는 "그래서 사과가 뭐라고 말했어?"라고 의문을 품었어요.


별똥별을 맞은 사과가 아무렇지 않은 겉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별똥별을 '맞은'게 아니라 사과 속 과육의 소용돌이 표식처럼 '스며든다', '섞인다', 빨려 들어간다, 투된다'(p.228)라표현으로 보면 자신에게 일어난 재난같은 상태를 표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7. 「입술과 이름의 낙차」

 책 속 한 문장 : p.88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튕겨나가 닿은 그곳이 내 삶인 줄 착각해서.

작품 속 '나'는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죠. 7살에 실종된 아이의 동생 '주미'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국경을 넘어 펼쳐지는 감동이 있습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사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제가 7살 때 추석명절에 할아버지 앞에서 길을 잃어 반나절 이상 미아가 된 적이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인데, 저는 이 소설에서 소름 돋았던 장면묘사가 있었어요. 길을 잃었을 때의 어린 저의 당황스러운 심정을 대신 보여준 것 같았어요.


8. 「쿠쉬룩」

책 속 한 문장 : p.313 "본인의 행복을 위해 떠나는 인간은 말을 남기지 않아."

 '쿠쉬룩'은 수메르어로 '상자'를 뜻합니다. 사람이 증발해 버린다는 것을 상상할 있나요? 생각이 즉시 현실이 되는 경네트워크 프로그램 여주인공 '엔릴'이 사라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접속합니다. 미래가 불안해서 기대하지 않고, 미래의 준비와 대비도 미흡한 채 현재에만 충실인류의 특성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소설들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어른 인간, 지금 너희들 특권 누리고 있지? 영원히 그럴 것 같지?
죽음이, 끝이 있다는 걸 안다면 그렇게 해오던 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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