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예스 Oct 01. 2023

마당을 파다가 상평통보를 찾았다!!

엽전으로 눈뜨고 코베인 국민학생

대청마루란 이런것. 창호란 바로 이런것 ㅋㅋ
엄마는 우리가 밥먹는 시간이 되어서야 사진 찍어 줄 틈이 나셨나보다.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인화하기 전엔 모르던 시절.


 지금은 포항시 소속이 되었지만 경북의 한 산골짜기, 30년 전 우리 집이 1,800년대 조선 후기에 유서 깊은 집의 터였는지 모른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동생과 함께 적당한 나뭇가지 마당 흙이 패인곳을 더 파면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던 마당에서 뭇가지 끝에 단단한 무엇이 걸렸다.

큰 돌멩이인줄 알았는데 납작한 것이 순간 포크로 과일을 콕 찍듯 끼워져서 나오는 것엽전이었다.


처음엔 오래된 10원짜리 색에 가까웠는데 다보탑도 아니고 아빠 연장통 큰 나사에 맞는 오링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천냥이오~" 옛날이야기를 접했을 때 삽화로 본 엽전 꾸러미, 동그라미 주화 안에 네모 구멍이 있는  그것이었다.

출처: 나무위키


아빠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엽전이가? 이거 옛날 돈이다. 상평통보네~ 마당에 있더? 잘 가지고 있어라" 하셨다.

나에게는 1원짜리도 동네 할머니를 통해서나 귀하게 봤을 시절이라 그보다 아득한 옛날 옛적 돈, 무려 '돈'인데 아빠는 옛날 주화쯤은 마당을 파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인지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3학년이던 나는 다음날 자랑스럽게 담임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선생님 근데요~,

이거 국어책에 나오는 엽전 맞지요?"

앞줄에 앉은 나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으잉? 엽전 맞다. 니 이거 어디서 났노??"

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어제 동생이랑 땅 파다가 나왔는데요?"

" 이야~ 일단 수업 끝나고 교무실 와 봐라. 자세히 봐 보자."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교무실로 엽전을 들고 갔다.

내가 판 작은 보물. 아빠보다 내 업적의 가치를 알아봐 주신 선생님이 고마웠다.

"보자~ 응, 그래. 니 이거 슨생님한테 팔아라. 공책 두 권. 어떠노?"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운동회때 쓰고 남은  "상" 도장 찍힌 공책(노트) 권을 내미셨다.

굵은 줄공책이 2EA.

보라색 "" 도장이 찍힌 건 좀 멋이 없었지만 상을 받지 않았는데도 상 받은 듯한 기분도 나쁘지 않아 선생님과 거래를 하게 되었다.

나는 문구 욕심이 있으니까.


"마당 파다가 또 나들고 온나~.

그땐 엽전 1개당 공책 3권씩 쳐 줄게~"

라는 말씀은 나를 더욱 들뜨게 했다. ^^


그날 나는 집에 가서 숙제고 뭐고 어제 파던 자리만 계속 팠다. 아예 모종삽을 들고 와서 도굴꾼처럼 마당을 파헤쳤다. 동생도 같이 팠다.

좀 더 닳은듯한 엽전 2개를 더 찾아내고 다음날 등교를 신나게 해서 선생님께 들고 갔다.


우매한 동심을 공책 4권과 맞바꾼 담임 선생님.. ㅋㅋㅋㅋㅋ


일주일 뒤 피노키오 책상 위 늘어난 공책을 보며 아빠가 물어보셔서 공책 벌어온 사연을 말씀드리니

"으이구 등신아, 상평통보를 겨우 남아도는 공책으로 바까왔다고? 차라리 엿장수한테 갖다 주지 그랬노? 그 선생도 참..!" 

하시며 엄청 아까워하시는 것이다.

아빠의 말씀을 듣고 나니 갑자기 덜컹 내려앉는 심장.

'내가 뭘 판 거지?'

이미 거래일로부터 7일이 지났고 이제 와서 한 입으로 두말하며 쓰던 공책을 다시 내 보물과 바꿔 올 수는 없었다.

혹시, 당근마켓에서 쓸만한 물건을 소소하게 용돈이나 할 겸 올려 봤다가 생각보다 문의주는 사람이 없어서 가격을 여러 차례 내리다가 결국 나눔♡으로 돌리면 10초 안에  4명에게 문의가 오며  씁쓸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은가?

교육자에게 헐값에 물물교환했다는 억울한 마음의 나는 그 후로 나는 판매자의 윤리의식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학교생활을 하다가 4학년이 되었다.  


담임 선생님이 바뀌고 나서도 문득 계단이나 복도에서 작년의 내 고객이었던 담임 선생님을 마주칠 때마다 나와 동생만 알아볼 수 있는 소심한 눈길을 흘기며 지나가게 되었다.

마당 있는집: 잔디 같은것은 없는 리얼마당.

어두운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할 때 물어보시는 선생님의 안부는

"느그 아부지 요즘도 술 드시나?"

"아니요.."

"그래, 다행이구마."


나는 단지.. 걸음을 주저하며 뒤돌아본다.

(선생님.. 제 엽전은 잘 있나요?... )

속으로 외치며 침을 꿀꺽 삼키고 지나갈 수밖에. ㅎㅎㅎ


글 올리고 나서 남동생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세지 ㅋㅋㅋㅋ

글 발행한뒤 폭로하는 동생ㅋㅋㅋ
동생이 보관한 옛날주화들
그런데.. 상태 나쁜 주화는 별로 값어치가 없다고 하던데...  그당시 공책 2권이면 값을 많이 매겨주신건가? 이제와서 궁금하다...ㅎㅎ
이전 06화 꿀벌아 미안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