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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Sep 08. 2024

MBTI별 독서법?

6화_나는 너를 파악하고 나서 대화하고 싶다

 독서 모임 오픈 채팅을 부러운 마음으로 눈팅만 하던 지혜가 드디어 모임에 가는 날이다!

 몇 달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그새 지혜는 독서 레벨이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든다. 일요일 오전 11시, 모처럼 주말에 쉬는 남편과 아들 도훈이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간다. 첫 모임 때는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느새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새 독서 모임 오픈 채팅에 인원이 20명이나 되었다. 처음에 가입했을 때는 6명, 그중에 지혜 포함 3명이 참여했었는데 초연이 운영하는 독서 모임이 어느새 자리가 잡힌 것이다. 독서 모임 시간대도 다수결 투표로 정해서 바뀌었다. 매주 서너 명 모이던 것이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 11시로 고정이 되었다. 매주 모이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참여 인원 모집이 되지 않았었다. 방장인 초연에게 매주 모임은 부담이었다. 부방장인 현준과 초연이 번갈아 가며 2주에 한 번 공통질문인 발제문을 만들고, 진행하면서 모임은 이제 안정된 듯하다.


 초연은 모임 장소를 고르는데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모양이었다. 6~8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덜 시끄러운 곳으로 정했다. 카페는 많았지만 4명보다 많은 인원이 2시간씩 앉을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 가까운 곳은 늘 붐볐다. 노트에 메모하면서 맞은편 회원들과 너무 가깝지 않을 정도로 큰 테이블을 선호했는데 어떤 곳은 음악 소리가 너무 컸고, 어떤 곳은 믹서기로 얼음 가는 소리가 유독 자주 났다. 자연히 밀집 지역과 거리가 좀 더 먼 곳을 가게 되었는데, 그러자면 주차가 용이한 곳으로 정하는 게 좋았다. 그래도 약속한 시간에 주차 때문에 늦는 사람은 꼭 한두 명씩 있었다. 지혜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공통 책으로 모이는 날이다. 오늘은 무려 6명이다. 약 2시간을 진행할 때 5~6명이 모일 때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고 초연이 말했다.


“오늘의 선정 도서는 룰루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로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어떠셨어요?”     

“저는 처음에 읽기가 좀 힘들었어요. 분야도 이게 인문학인지, 자연 과학인지, 사회 과학인지 아리송하더라고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 얘기를 자꾸 하는데 좀 지루하기도 하고요.”

“저도요~ 근데 반전! 딱 절반 뒤부터 갑자기 흥미진진하지 않아요?~”

“네, 저는 끝쪽으로 가다가 ‘엥?’ 하면서 앞으로 되돌아갔잖아요. '내가 뭘 잘못 읽었나?' 싶었어요. 깜놀~”

“정말 정말 좋은 책이에요!”

“물고기라는 게 원래 없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책 표지요~. 너무 약해 보이지 않아요? 환경을 생각해서 코팅을 안 한 건 지 저는 닳을까 봐 조심히 봤어요.”

그 말엔 모두가 웃으며 공감했다.          

“아, 본격적인 질문 이전에 서로 자기소개할까요? 지혜님 오랜만에 나오셨고 정환 님 오늘 처음 나오셨고요~ 사는 동네, 그리고 나이, MBTI, 주로 읽으시는 책 분야 말씀해 주세요.”

 지혜는 방장과 부방장 얼굴만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쑥스러워한다. 검단신도시에 살고 마흔에, INTP이며,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고, 육아서도 가끔 읽는다고 말했다.

 간단한 소개를 나누는 동안 지혜는 노트에 다른 사람들의 이름과 특히 들어도 들어도 잊어먹는 MBTI를 나이와 함께 적었다. 어차피 상호 존칭으로 ‘○○님’으로 불리니 큰 의미는 없긴 하지만 나중에 혹시 언니 동생 할 수도 있으니 빠짐없이 적어놓는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MBTI는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데, 이거는 자기소개할 때 왜 하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지혜가 조심스레 물었다. 대답은 현준이 했다. 

“그건 초면에 서로 간에 공통점이나 느슨한 유대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랄까요? 비슷한 사람끼리 독서하는 방법이나 관심 분야가 맞을 수도 있고, 서로 의견을 낼 때 참고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MBTI를 딱 들었을 때 그 사람의 성향이랑 그 유형이 바로 매칭이 안 되던데 요즘은 어딜 가나 MBTI 묻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특히 공감 능력을 의심받을 때? 하하하... 다음엔 공부를 좀 하고 와야겠어요~”

지혜의 말에, 이번엔 초연이 받았다.


“성향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감각적인지, 직관적인지, 현재 지향적인지, 미래 지향적인지, 그리고 분석적이고 객관적인지에 따라 독서법이 달라질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감정과 관계중심에서 생각하는지, 계획적이고 목적을 향해 가는 편인지, 상황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편인지에 따라서도요. 특히 독서 모임에서 똑같은 발제문을 가지고 가치관이나 경험에 따라서 완전히 대답이 달라지잖아요~”


 초연은 MBTI 전문가 같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누군가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니 MBTI 개론을 달달 외우고 있나 보다. 지혜는 그래도 여전히 MBTI가 어려웠다. 지혜 자신만 하더라도 어떤 모임에서는 사교적이고, 어떤 상황에선 낯을 심하게 가린다. 직감이 들어맞을 때도 있고, 현재에 집중할 때도 있으며 밝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실적으로 분석을 잘할 때가 있는가 하면, 영화관에서 눈물범벅이 되어 나오면서 영화 내용을 곱씹으며 하루종일 기분이 가라앉기도 했다. 그래도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역시 같은 결괏값이 나오는 것이다.


 토정비결과 띠별 운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얘기처럼 사람의 변덕스러운 상황과 기질에 따라 MBTI를 끼어 맞춘다면 언제나 반은 맞고 반은 못 맞추는 것 아닐까, 하고 지혜는 생각해 본다. 어쩌면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다를 수도 있다. ‘되고 싶은 나’를 반영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독서 모임 멤버들의 MBTI별 독서법-

* ESFJ (정초연/33/심리학) : 감정적이며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연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다. 소설 속에서 간접 경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정해서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 캐릭터가 되어 본다. 생각과 느낀 감정을 일기처럼 쓰는 것을 좋아한다. 독서 모임을 만들어 유대를 가지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이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이 좋아서 모임을 잘 이끌어 나간다.


* ENFJ (배현준/27/자기 계발) :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독서를 할 때도 독서 활동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한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중점을 두고 찾아 새기는 편이다. 공감력이 뛰어나며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려 목표를 잡고 따른 계획을 세운다. 목표로 정한 날까지 계획대로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감정 기복에 따라 계획이 달라지면 대폭 수정하기도 한다.


* INTP (신지혜/40/자기 계발육아서) : 지적 호기심이 많고 특정 주제에 깊이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지혜는 주제별 독서를 통해 특정 관심 분야나 주제를 정해서 뿌리를 뽑는 심정으로 읽어보는 것이 잘 맞다. 자신 있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말이 많아지고, 관심 없는 분야에서는 들어도 한 귀로 새어 나가는 경우가 더러 있으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엉뚱한 생각에 푹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터무니없이 거창한 독서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자체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편이다. 우주의 기운이 언젠가 목표를 이루게 해 줄 거라는 생각도 잊지 않는다.      

 

* ENTJ (황순영/48/사회과학) : 체계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순영은 독서 모임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토론한다. 지식이 해박하고 주제에 대해 논리적인 답변을 잘 준비하는 편이다. 직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말도 빠르며 추진력이 있는 다독가이다. 1년의 독서계획을 세운다면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짜고 달성하는 편이다.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임 중에 누군가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어서 올바른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


* ISTP (양민서/32/실용기술서소설: 곰곰이 생각해 본 다음 말하는 편이고,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은 모임원 중에서 1등이다. 문제가 생기면 책에 답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책에 몰두한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는 버릇으로 책마다 다양한 종이 질감을 느끼기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종이는 매끈하면서도 두껍지 않은 종이이고, 가장 싫어하는 재질은 잡지같이 광택 나는 종이이다. 거기에는 메모하다가 잉크가 번지기 쉽고 자칫 손이 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어차피 계획은 세워봤자 어긋나기 마련이니 지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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