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처럼 반짝이는 우리 첫만남
Movie
타이타닉
Music
Celine Dion - My Heart Will Go On
liquor
샴페인
영화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영화는 너무도 유명해도 따로 설명을 안해도 될 듯 하다. 그 정도로 누구나 이 영화를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딱 한명 타이타닉을 보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바로 남자친구였다.
우리는 다음번에 만나면 영화를 보기로 약속하였다.
'난 타이타닉을 좋아해서 너랑 같이 보고 싶은데 너무 유명한 영화라 이미 봤을 거 같아. 다른 거 보자.'
'아뇨, 타이타닉 본 적 없어요.'
'태어나서 한번도? 유튜브에서 줄거리도 안봤어?'
'네.'
'그 유명한 배 위에서 팔 벌리고 있는 명장면도 몰라?'
'사진으로만 봤어요. 영화는 안봤어요.'
태어나서 한번도 타이타닉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니! 나는 그에게 타이타닉이 얼마나 낭만적인 영화인지 열변을 토했고 동시에 얼른 그와 타이타닉을 보고 싶어졌다. 낭만적인 영화를 보면 분위기도 무르익어지니까. 그렇게 우리는 그 다음 데이트에서 타이타닉을 보았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발그레한 얼굴로 웃었다.
'누나가 옆에 있으니 신경쓰여서 영화 줄거리는 하나도 생각이 안나네요.'
최근에 우린 다시 타이타닉을 보게 되었다. 그와 만나고 나서 3년쯤 지났을 때였다.
'이번 주말에 영화 뭐 볼까?'
'타이타닉 어때? 우리 같이 봤었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나. 너가 옆에 있어서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니까. 다시 봐야겠어.'
'그래, 지금은 각자 영화만 집중해서 보니까. 이번엔 서로 떨어져서 볼 듯.'
타이타닉을 다시 보게 되니 눈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장면들이 보였다. 잭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로즈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장면은 다시 보아도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나는 그 장면을 다시 보며 아마도 사랑은 팔레트 위의 물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점점 닮아가는 것. 우리는 어느새 절반씩 섞여 새로운 나로 변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온다는 것이라던데 정말이지 그 사람의 인생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사소하게는 음식 취향이 닮아간다. 그는 중식을 좋아하고 나는 일식을 좋아한다. 그의 점심메뉴는 80% 이상의 확률로 짬뽕이다. 나의 점심메뉴는 80% 이상의 확률로 초밥이다. 나는 그를 만나 완탕면을 먹어보게 되었고, 미국의 아메리칸 차이니즈 푸드라는 팬더익스프레스에도 가보게 되었다. 그는 나를 만나고 스시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사케동도 먹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취향이 섞여 나는 그가 없어도 짬뽕을 곧잘 먹고 그도 특별한 날엔 오마카세로 향한다. 물감처럼 점점 섞여가는 우리, 마치 그와 내가 만나 새로운 색깔로 변한 듯하다.
잭은 로즈네 가족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샴페인을 같이 마시게 된다. ‘순간을 소중히' 라는 대사는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디카프리오가 샴페인을 마시며 하는 대사이다. 샴페인은 아페리티보, 입맛을 살리기 위해 마시는 가벼운 술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식전주이다. 식사에 앞서 샴페인을 식전주로 많이 마시며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잭과 로즈가 샴페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자 조건반사적으로 샴페인을 꺼내 잔에 따른다.
'우리도 외쳐보자, make it count!'
'응, make it count!'
우리는 타이타닉을 다 보고 나서 함께 장을 보고 와 저녁을 준비한다. 극중에서 잭과 로즈가 먹었던 음식을 준비하기로 한다. 영화 속 요리를 만들며 영화와 요리는 공통점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요리 둘 다만드는 방식, 만드는 국가와 사람들, 만드는 곳의 환경 등 다양한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하며 타이타닉의 슬픈 결말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내가 잭이였으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안했을 거야. 번갈아 바닷속에 들어가 있었다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난 잭이 이해되던데. 그 날씨의 수온에서는 오랜 시간 못 버텨.'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의 가치관을 더 잘 이해하며 세계관을 중첩시켜간다. 영화를 통해 경험한 세계를 요리를 활용해 일상에서도 즐길 때 참 행복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중 하나는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서 주인공들이 먹었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술 한잔을 곁들이며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나누는 순간이다.
우리는 영화와 음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갖는다. 대화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의 질문에 골똘히 생각하다보면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꿈을 찾기도 하고 목표가 생기기도 한다. 과거에 상처받았던 일을 떨쳐버리기도 하고, 현재의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며, 미래의 기대감까지 충만해져서 돌아온다.
잭의 팔레트 위 물감처럼 닮아가기 시작한 우리.
사랑에 빠지니 서로의 취향을 맛보고 훔치게 된다.그와의 일을 글로 쓰며 함께 살아가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