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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킴 Oct 18. 2023

'위대한 개츠비'로 보는 나와 부자가 다른 점

포틀럭파티 그리고 재즈와 스윙댄스


오늘의 곁들임




Movie 
위대한 개츠비



 

Music
Glenn Miller And His Orchestra - In The Mood

곡을 누르면 유튜브로 연결됩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글을 읽어보세요.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의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꽤나 많은 파티 초대를 받았다. 그럴싸한 파티초대장을 받으니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나에게 파티란 친구들과 파티룸을 빌려서 놀았던 기억받게 없었기 때문이다. 


'파티 가려면 어떤걸 준비해가야해? 파티룸 대관비는 N분의 1이지? 드레스코드는 반드시 지켜야하나?'


그는 보통 외국인들이 여는 파티는 포틀럭파티이기 때문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돈은 줄 필요없어. 대신 포틀럭파티라 음식과 술을 가져가야해.  파티를 주최하는 사람이 장소를 제공하고, 참석자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음식과 술을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눠먹는거야.'


'파티에 뭘 입고 가야하나? 난 드레스가 없는데!' 

고민 끝에 검정색 롱원피스를 입기로 했다. 음식은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로 준비했다. 파티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과 술을 가져왔다. 칠면조, 라자냐, 맥앤치즈, 살사소스로 만든 이름 모를 음식, 타코 등등 식탁 위에 세계가 펼쳐졌다.


남자들은 턱시도를 여자들은 드레스를 입었다. 누구하나 드레스코드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파티장 한켠에선 밴드가 트럼펫으로 재즈를 연주했다. 재즈의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신나는 재즈부터 감성적인 재즈까지. DJ가 있는 클럽에 익숙해져있던터라 시끄러운 음악없이도 파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사람들은 파티장 중간에서 재즈에 맞춰 리듬감 있는 춤을 추었다. 이 춤을 '스윙댄스'라한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정해진 자리 없이 술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났고 얘기를 나누었다.





남자친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파티는 개츠비컨셉으로 진행된 파티라고 말했다. 

'개츠비?' 

'응, 위대한 개츠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로 봤는데 이 소설을 보지 않아서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어. 무슨 내용이야?' 



도덕이 해이해지고 불법이 난무한 시대, 재즈와 스윙댄스가 유행했던 1922년의 뉴욕. 개츠비의 꿈, 사랑, 욕망, 그리고 허망한 죽음까지. 1920년대의 미국은 금주법을 피해 Speak easy Bar가 성행한 시기이다. 전쟁 이후 공허함을 벗어나기 위해 술과 음악에 심취한다.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열린 파티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말 화려하고 볼거리가 넘쳐난다. 남성들은 수트와 페도라, 보타이, 행커칩을 여성들은 원색의 드레스와 빛나는 장신구를 착용한다. 


1920년대의 특징 중 또 하나는 Jazz이다. 뉴올리언즈을 중심으로 한 재즈의 유행이 뉴욕과 시카고로 번지졌다. 음악에 춤이 빠질 수 있나! 재즈와 함께 스윙댄스가 발전한 시기이다. 남녀가 어울려 재즈 음악에 맞춰 스윙댄스를 춘다. 패션, 음악, 춤 모두 유명한 시대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뉴욕에서는 'Jazz Age Lawn Party'라는 이름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재현한 파티가 붐이다. 



  



소설 원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너무도 유명해서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되었으며 두 차례나 영화로 각색되었다. 유명하다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난 소감은? 


'허망하다.' 

개츠비가 허망하게 죽음을 맞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 시대는 'The roaring 20's'로 불리며 경기호황 속 만연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시대이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한순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유럽의 문화를 동경하며 대저택을 짓고 사치와 향락을 즐긴다. 그리고 부자가 된 사람을 동경하는 개츠비 같은 서민들이 기를 쓰고 돈을 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같지 않는가? 



그 모습은 불과 2~3년 전 코로나로 부동산과 주식이 고공행진을 했던 때를 떠오르게 한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부동산, 주식, 코인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날까지도 1920년대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부자는 남보다 돈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 남보다 돈이 많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을 비교하면서 부러워한다. 거기에 SNS의 발달로 누가 부자인지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지구 반대편의 부자가 요트를 타고 골프를 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뜬다. 친구가 돈을 얼마나 많이 쓰면서 휴가를 보냈는지 알게 된다.  


우리는 쉽고 빠르게 SNS에 접속한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바야흐로 '초연결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요새 알고리즘에 월 1000만 원, 월 1억 벌었다는 영상이 계속 뜬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해서 돈을 번 거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게 되면 좋은 집, 멋진 차, 비싼 옷과 음식들이 줄지어 나온다. 쉽고 빠르게 무력감을 느낀다. 내 처지와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버겁다. 







사람들은 항상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기쁘고 행복한 감각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월급날을 떠올려보자. 월급을 받을 때는 기쁘지만 그 기쁨이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 시험 합격이나 승진을 했을 때 느낀 희열은 벌써 사라지고 없다. 그 경이로운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다시 고생하는 수밖에 없다. 실패한다면 성공하기 전보다 더 화가 난다.

   


행복만 하게 되면 행복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행복할수록 행복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방학이었을 때 더 잘 느껴진다.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가다 어쩌다 하루 쉬게 되어 늦잠을 자면 너무 행복한데, 방학일 때는 매일 늦잠을 자니 더 이상 그게 행복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오마카세를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 스시가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있나? 이건 그동안 먹어왔던 스시가 아니다. 바다를 통채로 집어 삼킨 듯한 맛, 쫄깃 쫄깃한 식감과 마지막에 퍼지는 유자 향까지. 스시 한 점 한 점이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토치로 불에 살짝 구운 소고기 불초밥을 먹을 때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혀에 닿자마자 부드럽게 사라지는 소고기와 적절하게 간이 밴 밥알들, 아밀라아제와 섞여 달큰한 맛으로 변한 생와사비까지.


오마카세가 비싼 값을 한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돈을 모아 기념일에 오마카세를 갔다. 그렇게 몇번 갔더니 처음 먹었을 때만큼 맛있지 않았다. 분명 셰프도 그대로고 나오는 초밥도 그대로인데. 내가 그 맛에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고등학생 때 캄보디아로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때가 떠오른다.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전혀 낯선 세계의 풍경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대자연에서 소를 몰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노을을 보았던 순간은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분명 한국에서 보았던 같은 노을일텐데 태양빛은 더 붉었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몇 번 하고 나니 처음 해외에서 느꼈던 감동은 사라진지 오래다. 



'감동의 역치' 때문이다. 역치는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이다. 처음 무언가를 하고 느꼈던 감동은 반복될수록 익숙해져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역치값이 높아진 탓이다.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같은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감동을 필요로 한다. 



부자가 된 후 갖게 되는 좋은 집, 멋진 차도 마찬가지다. 처음 느꼈던 감동은 줄어들게 마련이고 같은 의미로 알고리즘에 뜨는 월 1000만 원 버는 부자들이 느끼는 행복의 총량과 내가 느끼는 행복의 총량은 같을 것이다. 괜스레 남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 부자와 나는 같은 '사람'이니 부자가 느끼는 행복감과 내가 느끼는 행복감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임에 틀림없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평생 부자가 되기를 욕망하며 살아왔다. 개츠비가 모으는 돈, 집, 명품, 슈퍼카, 잘생기고 예쁜 배우자는 개츠비를 오래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걸 모른 채. 

개츠비가 매주 파티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개츠비의 모습에서 우리가 평생토록 가지길 원하는 세속적인 것의 덧없음을 느꼈다. 





명심하자. 배가 고파 음식을 먹게되면 입안에서 느껴지는 황홀감은 얼마 못 가고, 다시 그런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슬픔이 있어야 행복이 찾아왔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평일이 있어야 주말이 행복하고, 금요일이 있어야 일요일이 있다는 걸




초연결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은 이것을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가는 것, 즉 개츠비처럼 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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