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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Sep 23. 2024

기적

6개월 만의 기적

2023년 11월 14일 진행성위암,

복막전이 위암4기 판정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정말 갑작스럽게 다가온 위암

내 나이 스물일곱 그래도 남들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수술도 불가능했던 내 몸 상태

위암4기 판정을 받은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오늘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부모님과 생각지도 못한 위암4기를 판정받은 그곳에서 온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그날 기억이 생생한 병원에서

나는 6개월 만에 기적의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다학제 결과 : 모든 검사에서 깨끗해진 내 몸 상태

수술담당 교수님께서는 수술 목표가 없다고

즉, 수술 타깃이 없어 수술을 아예 안 해도 되는 상태라고 하셨다

날 괴롭히던 암덩어리가 사라져 버렸다

ct결과에서는 정상 사람과 비교했을 때 별차이가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아졌고 위내시경을 보니 작은 흉터만 남아있고 아주 깨끗한 상태라고 한다

pet-ct에서는 약간의 흔적만 보일뿐 암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 항암치료를 받고 암이 사라져도 원발은 남아있는 상태인데 아예 그런 흔적도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병원에서도 기적이라며 교수님 한 분 한 분의 입에서 희망적인 말들이 귀에 들려왔다 수술만 바라보고 수술만 받아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뛰어넘어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는 혹시 모를 몸상태와 앞으로를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당분간은 3주 간격으로 항암을 하고 3달에 한번 정도 ct검사와 내시경으로 지켜봐야 한다


이 상태만 잘 유지하면..

치료도 조만간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벅차오르는 이 감정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을


2023년 11월 20일 첫 항암을 시작했다

워낙 암이 빨리 퍼지고 있던 상태여서 수술은 당연히 할 수 없었고 아무런 기약 없이 항암치료를 했다

살기 위한 고식적 항암치료..

고식적 항암치료라는 말이 너무 마음을 옥죄어 오기도 했다

2주 간격마다 공격적으로 항암치료를 한 덕분에 감사하게도 총 12차의 항암을 하면서 큰 부작용이 없이 잘 넘어갔고, 항암제가 나랑 너무 잘 맞았다

그래서 감사하다

항암을 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항암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항암제에 속수무책 당하는 몸을 보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암을 가장 빨리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항암치료인 것 같다

나는 교수님을 믿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이 악물고 이겨냈다

항암이라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만큼 생명이 주어지는구나.. 부작용을 잘 이겨낼 수 있었음에 또 감사하다

4기 암 환자들은 같은 병에 걸린 환우를 보면서

특히 밝고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는 환우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얻는다

4기라는 숫자만으로도 힘든 치료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고되다

별거 아닌 내 글에도 그저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힘을 받는다는 댓글을 보면서 더 이겨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불안한 마음을 나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겨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분씩 별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면 불안한 건사실이다

몇 달 전까지 활짝 웃는 얼굴로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되는구나.. 그렇게 떠나는구나


그렇게 위암4기는 죽음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치료를 거부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나는 다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게 현실이 되었다

오늘도 결과 나오는 날을 기억해 주시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댓글을 보면서

얼른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세종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차에서 짧게나마 글을 급하게 적었다

별거 아닌 내 글이 힘들게 항암치료를 받고 암과 싸우고 있는 환우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희망이 되길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해 찾아보고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분들께도 힘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4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기적을 보여주세요


그동안 주변사람들의 많은 응원과 기도 덕분에 잘 이겨냈다

난 참 복 받은 사람이지..

오늘도 이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을 보며 한없이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

새해에 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살면서 간절하게 기도드린적은 처음이다

위암 진단을 받고나서 드렸던 기도는 큰 상처로 돌아왔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지금까지 잘 이겨내고 있으니 감사한 일

앞으로도 계속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셨으면

24년엔 건강 하나만.. 다른건 다 노력으로 얻을테니

건강만 주시면 늘 곁에서 지켜주는 내 사람들도,

그동안 응원해준 사람들 살면서 갚을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 드렸다


그리고

기적은 그렇게 너무나도 짧게 나를 스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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