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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Sep 19. 2024

위암4기 항암일기: 항암9차~항암12차

수술할 수 있을까?

항암 9차 전에 나온 두 번째 ct결과


우선 결과는 정말 좋다!!!

섣부르다고 생각돼서 항암을 몇 차까지 해야 하는 건지, 수술은 언제 가능한 건지 교수님께 묻지도 못했는데 ct결과와 함께 속 시원하게 말씀해 주신 교수님

간, 림프절에 있던 암은 거의 안 보인다고..

또 복막에 있던 암은 아주 사라져 버렸다

보여줄 사진이(ct결과) 이거밖에 없다는 말씀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래서 결론은

항암 12차까지 진행하고 (5월 1일 마지막항암)

전체 검사 후에 수술여부를 다학제를 통해 논의하고

지금 이 상태 유지하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수술이라는 단어를 들었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고 너무 감격스럽다

(나는 전이가 된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암환자로 고식적 항암치료 중인 상태다)

* 고식적 항암 : 생명연장을 목표로 하는 항암

위암2기, 3기 판정받은 환자들도 이만큼 항암 받는다고 지금까지 너무 잘하고 있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엄청난 속도로 암이 퍼진 만큼 항암약 효과도 엄청나게 잘 퍼지고 있나 보다

피검사 결과도 다 좋고, 간수치가 살짝 높긴 하지만

항암 맞는 중이니 이 정도면 우루사(간수치 낮추는 약)복용 안 해도 된다고 하셨고 종양수치는 또 떨어져서

2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아직 수술 확정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결과에 감사하며 사실 항암 12차만에 수술을 하게 된다는 건 정말 이게 기적이 아닐까 싶다..

무조건 수술받아야지 꼭!

그동안 잘 버텨준 내 몸뚱이 조금만 더 버텨보자!!!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 2024년 3월 22일 금요일


-항암9차

검사결과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항암약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잘 먹고 누우니 밤 12시

오늘도 역시나 병실에 들어오는 나를 보며 한 아주머니께서 깜짝 놀라시더니 젊은 사람이 여길 왜 왔냐며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신다

늘 병원 오면 듣는 이야기..


요즘은 암이 감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암환자는 많은데 4기 암과 생과사를 다투고 있는 젊은 환자는 드물긴 하다 그렇지만 젊다는 이유로 확실히 더 씩씩하게 이겨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걸린 암, 예전의 몸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더 건강해진 몸으로 만들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이번 항암은 역대급으로 괜찮은 것 같다

역시 긍정적인 게 최고다

떰브샷


2024년 4월 3일 수요일

~ 2024년 4월 5일 금요일


-항암10차

오늘도 치료를 위한 입원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 가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치료받고 조금 더 건강해져야지


교수님께서 회진 오셔서 피검사 결과는 여전히 좋다고 하셨다 요즘 바깥음식 먹는 횟수도 많아지고 음식이 광범위해져서 늘 불안하긴 하지만 몸이 아주 잘 버텨주고 있나 보다

입원하면 밥은 거의 시켜 먹거나 편의점에서 누룽지 사 먹는데 오늘은 병원밥을 안 먹겠다고 늦게 말씀드려서 저녁만 병원밥을 먹기로 했다

역시나.. 너무 역한 병원밥 냄새

분명히 메뉴는 괜찮은데 병원밥 냄새는 왜 이렇게 역했는지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울렁울렁


도저히 못 먹겠어서 포장해 온 김밥 먹고

항암을 핑계로 그동안 못 먹은 빵도 실컷 먹어버렸다

평소 아파도 약을 잘 안 먹는 편인데 교수님께서 약을 안 먹는 게 능사는 아니라며 아프면 약 좀 먹으라고 그러셔서 이제 아프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정도 아픈 건 견딜 수 있단 말이죠..!

(엄살이 매우 없는 편)


새벽에 할머니들이 3시부터 불을 켜고 활동하시는 바람에 잠을 설치고 아침에 잠이 들어서 교수님도 못 뵙고 잠만 잤다


5fu라는 마지막 항암제가 절반정도 들어갈 때쯤,

제일 상태가 안 좋은데 역시나 열이 난다

원래는 안 그랬었는데 항암7차부터는 열이 나기 시작

열도 신기하게 퇴원하고 나면 정상체온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병원에서만 조금만 버티면 돼

하루종일 자고 저녁에 교수님께서 회진 오셔서 자고 있는 나를 보고 많이 힘드냐고 오전에도 곤히 자고 있어 못 깨웠는데 아직 자고 있어서 깨우고 가셨다


계속 열이 나서 얼음찜질 하고 있다가 엉덩이에 주사한방 맞고 조금 힘든 둘째 날은 밤 ​10시에 기절

얼른 퇴원하고 싶어요

엉덩이 주사 때문인지 정말 기절하고 일어났다

아침에 교수님께서 회진 오셔서 열이 많이 나서 힘들었냐며 마지막 항암하고 위내시경에 ct 등등 검사를 많이 해야 하니 챙겨준 위벽보호제를 꼭 먹으라고 신신당부하고 가셨다

멀쩡한 사람들도 챙겨 먹는 약이니 위가 약한 나는 꼭 먹어라고..

꼭 먹겠다고 약속하고 퇴원

새벽에 속이 크게 울렁거렸지만 울렁거리기만 할 뿐

한 번도 구토증상이 없었던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손도 안 저리고 너무 좋다

퇴원하고 나서도 열이 계속 났지만 하루 푹 쉬고 나면

다시 돌아와 주는 내 몸뚱이 고마워

슬슬 몸이 지쳐가고 있는 게 느껴지지만.. 약한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다음 항암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제 검사까지 두 번 남았구나.. 정말 코앞이다

두 번만 잘 버티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믿고

식단관리, 운동관리, 멘탈관리 잘하자

떰브샷


2024년 4월 17일 수요일

~ 2024년 4월 19일 금요일


-항암11차

수술 여부 확인 전, 남은 항암 2번

이번 항암11차도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1번남았다

원래 병실에서 블로그를 작성하는데 이번에는 속이 너무 안 좋아서 폰을 보면 울렁거려 퇴원하는 날 새벽에 일어나서 글 쓰는 중

속이 어찌나 울렁거리던지 이튿날은 힘들어서 하루종일 잠만 자고 다행히 토는 안 하고 넘어갔다

교수님께서는 드디어 속이 많이 울렁거린다고 정상이라고 농담으로 웃고 가셨다(하하)

항암 차수가 올라갈수록 부작용이 심해져서 힘들 수도있다며 함께 토닥토닥해 주시고!


​이번에 병원에 있으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난 정말 교수님을 좋은 분으로 잘 만난 것 같아 감사하다

다른 교수님들 회진 도는 거 보면 정말 딱 할 말만 하시고 가는데 우리 교수님은 늘 밝은 미소와 함께 잘하고 있다고 힘을 주신다

덕분에 속이 안 좋은 와중에도 웃을 수 있었다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생생우동을 하나 사서 왔다

옆에 계시는 아주머니께서 생생우동을 가지고 나가는 내 모습을 보고 쫓아오셔서 이런 거 안 좋다고

(진단받고 처음 먹어보는 생생우동)

4기라는 것을 듣고 또 깜짝 놀라셨다가 한참을 대화하고 가셨다


그리고 퇴원 시간이 다가오자 오셔서 응원의 말씀을 해주시고 나를 보면 걱정이 없어 보인다며 대단하다고감탄하셨다


병원에 오면 늘 젊은 환자로 관심 집중도 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같은 환자로서 건네는 따뜻한 말과 응원이 힘이 되고 감사하다

원래는 2주 뒤인 5월 1일 마지막 12차 항암이지만,

혈소판수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한주 더 쉬었다가

5월 7일에 마지막 항암을 하기로 결정!


그날은 입원 중에 내시경, pet-ct 등 수술 여부를 위한 전체검사를 한다 수술이라는 희망적인 단어가 꼭 이번엔 현실이 될 수 있길

사실 피검사결과가 이번에 조금 안 좋게 나와서 종양수치도 정상범위긴 하지만 아주 조금 올랐다

교수님께 여쭤보니 정상범위 안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아주 쿨하게 넘어가셨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

이때까지 뚝뚝 떨어지기만 했던 수치에 집착하게 되지만 그만큼 수술 전까지 정말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야 한다

어쩌면 요즘 해이해진 식습관을 다시 잡아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위암은 정말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마지막 항암 남은 19일 동안은 정말 정신 차리고 내 몸만 생각하자!

수술, 기적 같은 소식을 가지고 다음에 돌아올 거다

떰브샷


2024년 5월 7일 화요일

~ 2024년 5월 9일 목요일


-항암12차

두근두근 과연 마지막 항암이 될 수 있을까?

정말 중요한 이번 검사결과

공식적으로는 마지막인 12차 항암

검사결과에 따라 수술여부가 결정된다

그리고 앞으로의 치료방향도

이번 항암하는 2박 3일 동안에는 검사가 있다

7일 내시경 , 8일 ct , 9일 pet-ct까지

항암 하는 중에 다른 약물까지 투여해서 많이 힘들겠지만 이 날만을 위해서 조금 더 신경 써서 먹고 생활하고 입원하러 왔다!

입원 전, 늘 해야 하는 피검사+소변검사+엑스레이

이제 웬만한 주삿바늘은 아프지도 않다

다행히 내려갔던 혈소판 수치도 올랐고,

종양수치도 정상범위에서 조금 더 떨어졌다고 한다

간단한 검사결과지만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기쁜지..

한 며칠정도 복통이 심하고 편두통까지 있어서 걱정했는데 제발 정밀검사 결과도 괜찮길

하루종일 물도 못 마시고 공복상태 유지하다가 오후 2시 30분쯤 위내시경 받고 바로 항암 시작

배고파서 빵 먹고 저녁엔 죽 시켜 먹었다

항암 맞는 기간 동안엔 이렇게 빵도 먹어주고 평상시 못했던 군것질을 살짝 해준다(보상심리랄까)

교수님께서 저녁 회진 오셔서 내시경 너무 깨끗하고 좋으니까 다음 주 다학제에 꼭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 다학제: 다양한 진료과의 의사가 여러 명 모여 의논


그리고 배가 아픈 건 항암 부작용일 수도 있으니 ct로 더 자세히 보자고 우선 위내시경은 너무 좋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도

남은 ct랑 pet-ct도 위내시경만큼 결과가 좋길

둘째 날 아침,

팔에 혈관이 안 보여서 세 번 찌르고 결국 손목에 꽂은 ct검사용 바늘(손목은 좀 아프다..)


마지막 항암제인 5-fu를 절반정도 맞을 쯤이면 속 울렁 시작 그래서 늘 이튿날이 젤 힘들다

속 울렁거림과 열도 같이 나서 얼음팩을 꼭 끼고 있다

열은 37.7도에서 38도 정도 사이를 웃도는 중

오늘도 역시나 3시에 ct검사가 있어서 물포함 금식

아침 일찍 일어나서 죽을 먹으려고 했는데 속이 안 좋아서 그냥 방울토마토 몇 알 먹고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교수님께서 또 회진 오셔서 복통은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우선 지켜보자고 하셨다

조금 싸하게 아파서 그렇지 크게 아픈 건 아니어서 차라리 부작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

하루종일 잠이 엄청 쏟아져서 잠만 자다가 오후 3시 30분쯤 ct검사를 하고 왔다

항암 하면서 처음으로 한기가 느껴졌는데 열이 38도까지 올라서 엉덩이에 주사한방 맞았더니 또 금세 살아났다 아파도 꾹 참기만 했는데 주사한방에 이렇게 살아나다니


시티 찍기 전에 주사 잡아놓은 왼쪽 손등이 조영제 넣기 전에 식염수 넣는데 혈관이 터질 듯이 너무 아파서 또 오른쪽 손등에 주사..

검사가 많은 만큼 온팔에 멍투성이

내 몸 정말 고생하는구나 미안해

이제 남은 검사는 하나

내일 퇴원하기 전 찍는 가장 중요한 pet-ct

마음을 비우고 기대하는 마음을 애써 꾹꾹 누르고 있지만 정말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 pet-ct : 포도당과 방사선 의약품을 주입하여 암의 미세한 움직임을 찾아내는 검사


밤새 식은땀이 엄청나게 났다

항암치료 중에 연이은 검사는 몸이 힘들긴 한가 보다

pet-ct(펫시티) 찍는데 통 안에서 왔다 갔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왜 이렇게 까지 된 걸까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올해는 더 이상 지금보다 아프지 않고 주변사람들한테 힘나는 소식만 전해줄 수 있길..

퇴원하고 나서도 하루동안은 열도 나고 속이 울렁거리지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이 정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이번치료도 정말 잘 견뎠다 토닥토닥

그리고 늘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고마워

떰브샷

* 종양수치(cea)

​257-154-84-46-15- 6.5-4-3.14-

2.83-2.7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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