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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경 Sep 12. 2024

위암4기 항암일기: 항암1차~항암4차

항암치료 시작, 면역항암제 추가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

항암1차

항암 받기 전, 씩씩하게 포트 심고 추가 검사까지 완료


케모포트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깨라인 쇄골 아래쪽에 포트를 심는다

포트에 바늘을 꽂아 피부를 통해 항암제가 흡수되게 하는 것! 국소마취를 하고 칼로 절개하여 심어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마취시켜줘..실제로 칼로 절개하는 느낌이 다 든다)

그래도 눈 동그랗게 뜨고 잘 받았다


병원에서 잘 먹고 잘 자고 편안하게 푹 쉬면서

예상치도 못한 많은 사람들의 연락에 힘도 잔뜩 받아감사함을 느끼며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위암4기.. 무서운 병명만큼 크게 아프지도 않다

내가 암에 걸렸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만큼

아직도 조금만 많이 먹는다 싶으면 소화가 안되긴 하지만 여기 암병동에서 내가 젤 멀쩡한 것 같다

병원에 누워있으면 환자가 계속 바뀐다

항암치료할 때 2박 3일 정도 입원하고, 퇴원하고 보통 2-3주 있다가 다시 입원한다

수십 명의 바뀐 환자들을 봤지만 내 나이대는 아무도 못본것 같다.. ㅎㅎ (살짝 억울)

이런 생각을 하면 밑도 끝도 없어서 그냥 받아들인다

엄마와 함께 병실에 있으면서 우리가 이렇게 덤덤하게 웃으면서 무너지지 않은 건 다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고, 이런 일을 겪어보니 그게 전부고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얘기를 나누는데 또 벅차올랐다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고

첫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만으로도 힘든 내 몸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서 호르몬 주사도 맞았다

(부작용 중에 조기폐경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호르몬 주사로 주기를 조절한다)

무려 3개월치를 한꺼번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 보통 1개월치를 맞는데

3개월치를 맞으면 몸에 많이 무리가 될 거라고

많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꼭 이겨내라고 응원해 주셨다

이 호르몬 주사는 복부에 맞는 주사인데 배에 맞는 주사는 처음

으악 아프겠다고 소리 내서 말하는 나를 보며

간호사 선생님께서 뱃살을 최대한 꼬집어서 놔주겠다고.. 근데 의외로 하나도 안 아파서 민망 우하하 웃었다

손등에 꽂힌 영양제 바늘이 더 아픈 것 같다

나의 위암 세포를 부수기 위한 항암은 폴폭스요법

옥살리, 류코보린, 5-FU

항암의 부작용은 정말 다양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오한, 구토, 변비, 설사, 피부염, 탈모, 식욕부진, 체중감소, 호흡곤란, 감각변화 등

근데 사람마다 부작용도 다르고 차수가 늘어날수록 부작용이 심해지기도 하고, 처음부터 심한 사람도 있다

병원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부작용을 직접 보고 아파하는 모습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냥 나는 지금 내 몸상태에 집중하기로 했다

항암 주사는 40시간 몸에 심은 포트로 맞아야 한다

1차 항암 받으면서 정말 희소식은 내가 지금 쓰는 항암제 3개는 머리가 벗겨 질정도로 탈모가 오진 않는다고 한다


머리 밀 각오하고 벙거지도 시켰는데 추후 약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안 밀어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그리고 정말 정말 다행스럽게도

항암 1차는 큰 이벤트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갔다

속도 안 울렁거리고 잘 먹어서 살도 안 빠졌다ㅎㅎ

이제 시작이니까… 2주 뒤에 2차까지 체력관리 잘하고

(나중에 부작용은 그때 아프고 걱정하는 걸로)

교수님께서 오전에 회진 오셔서 내 상태를 보더니 초 긍정왕이라고 활짝 웃고 가셨다

내 안의 긍정이 평생 유지됐으면..

어쨌든 잘 버텨준 내 몸뚱이 너무너무 고맙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오늘을 살아야지

마음 고생한 우리 가족 너무 고맙고 사랑해

아, 나는 항암 하면서 늘 항암을 시작하기 전 루틴으로 엄지(떰브) 샷을 찍는다! 엄지 척.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 2024년 12월 6일 수요일


항암2차

2주 만에 다시 방문한 병원

병원은 올 때마다 내가 환자인걸 실감 나게 해주는 곳

입원 전에 피검사, 엑스레이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고 담당 교수님 외래진료 대기를 한다

외래진료를 기다릴 때, 항상 긴장도 되고 기분이 묘해진다​ 혹시나 피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항암도 못하고 돌아가야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항암은 그렇게 변수도 많고 이벤트도 많다

(항암에서 부작용을 이벤트라고 부른다)

교수님이 늘 먼저 웃어주니 고맙다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만큼 좋은 말이 어딨을까 감사했다

따뜻한 교수님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나왔다

다행히 몸상태가 괜찮아서 입원을 하러 갔는데

입원병동이 꽉 차서 보호자 상주가 어려운 병동에 배정을 받았다

일반 다인실은 보호자 상주가 가능한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은 오로지 나 혼자서 있어야 한다

항암은 only 나와의 싸움


몸속에 심어져 있는 케모포트를 다시 연결하고,

이번 항암부터는 면역항암제도 추가해서 맞는다

내가 맞는 항암제는 3가지

옵디보, 옥살리플라틴, 5-FU

추가된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는 폐질환, 피부발진이 가장 큰 부작용이다

부작용은 왜 이렇게 많고 다양한지..

항암제가 하나 더 늘어나니 부작용도 늘어나는 중이다

항암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미리 걱정하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도 편하다

1차 항암과는 다르게 잇몸이 아주 조금 헐었고 손끝이 저릿하지만 큰 이벤트가 오진 않을 것 같아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첫째 날이 무사히 잘 지나간다 ••


아, 오늘은

병실에서 넉살 좋은 할머니께서 항암제 맞고 있는 나를 쓰윽 보시더니 ‘젊은 아가씨가…’ 하고 혼잣말을 하시다가 갑자기 다시 등장하셔서 ‘젊은 사람이 아프면 안 되는데’ 라며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그리고 수시로 등장해서 밥 안 먹고 누워있으면 밥 먹으라고 잔소리도 하시는 중

​병동자체에 젊은 환자는 거의 없으니 항상 시선집중과관심집중을 한 몸에 받는다


병원에서의 아침 아니 새벽

새벽 4시가 되면 혈압이랑 열을 재러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신다

밤새 왔다 갔다 항암제 체크도 해주셔서 소리에 잠을 설치긴 했지만 큰 부작용 없이 하루를 보낸 거에 감사하다

1차 때는 뭔가 몸이 조금 신기하다고 느낄 정도로

정말 미세하게 부작용이 있었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 그냥 없다고 생각

이번 2차 때는 뭔가 몸이 엄청 아프진 않지만 이상하다

확실히 뭔가 달라진 듯한 느낌

손끝이 저릿저릿한 게 조금 강해지긴 했다

따뜻한 물로 손을 씻고 차가운 공기를 맞으면 손이 어는 느낌이 든다

1차 때와 동일하게 과일 같은 거 먹을 때 얼굴 신경이 엄청 찌릿하긴 하다 이건 더 심해진 듯..

​* 옥살리플라틴의 대표 부작용 : 손발 저림


뭐 그 정도..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증상이 없으니

난 이거에 만족하고 감사하다

(속이 점점 꿀렁꿀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보통 항암하면 구토증상이 가장 강해서 못 먹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엄청 마른 이유다

나는 조금조금씩 빠지는 살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억지로라도 무조건 잘 먹고 유지하는 중이다

아침에 교수님께서 회진 오셔서 토닥토닥해 주시더니

면역항암제가 추가돼서 부작용이 더 생길 수도 있다며

그래도 종양수치가 내려갔으니 해보자고 또 힘을 주고가셨다 긍정적인 환자와 긍정적인 교수님 환상의 조합


그렇게 또 감사한 항암 2차가 마무리된다


번외) 친구가 남긴 이벤트 글 중..


2023년 12월 27일 수요일

~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항암 3차

오래 기다린 항암 3차 드디어 맞는 날

월~수에서 수~금으로 요일을 바꿨다

이번에도 간호간병서비스병동이라 보호자 상주는 불가능하다(일반병동은 보호자 상주 가능)

차라리 항암 맞을 때는 혼자 있는 게 낫기도 하다

간단한 피검사, 엑스레이를 찍고 항암치료 시작

케모포트 연결하는데 살이 빠져서 그런가

유난히 바늘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이번엔 2차 때랑 침대위치까지 신기하게 똑같은 병실이다 답답한 거 못 참는 나한테 창가자리는 행복하다

밥 먹고 1시쯤 입원했는데 약이 안 올라와서 내내 잠만자다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항암 시작

얼마나 기다렸던 항암인지..!

나처럼 이렇게 빨리 항암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겠지? 항암 할 생각에 어찌나 설레던지

하루빨리 조금이라도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

병원에서 우연히 글을 보게 되었다

나와 같은 나이의 암환우분이 좋은 곳으로 가셔서 어머니께서 따님의 빈자리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글

그런 글을 보면 괜히 걱정도 되고 생각도 많아져서

일부러 안 보는데 너무 비통하게 느껴져서 잊히지 않아 마음이 아픈 밤을 지새웠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서 치료 잘 받고 이겨내야지!

다짐한다

많은 생각이 드는 밤,

첫째 날은 감사하게도 부작용 없이 무사히 지나간다


둘째날 아침, 오랜만의 병원에 잠을 엄청 설쳤다

두 시간도 못 잔 느낌.. 병원은 소등해도 불빛이 많고

5시부터는 혈압, 열체크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일찍 기상한다

좋은 소식이 있다

교수님께서 회진 오셔서 종양수치(cea)가 많이 내려갔다고 행복한 소식을 전해주셨다


어마무시한 나의 처음 종양수치는 257

그리고 현재수치는 84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바뀌었다


참고치인 정상인 수치는 0~4.7인데 4도 조금 높은 편

암 초기에서는 4~10까지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그만큼 나는 엄청나게 암이 퍼져있던 상태인걸 확인할수 있었다

그래도 257이라는 정말.. 무시무시한 숫자에서 항암 2번 만에 84까지 내려갔다는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피곤해서 낮잠 자고 맛없는 병원밥 나오자마자 속이 조금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살짝 빨간 고기버섯볶음이 자극적이지만 맛있어서 살기 위해 그냥 먹었더니

역시.. 먹자마자 속 다 내려가서 괜찮아졌고 해장느낌

항암 받을 때는 그냥 잘 먹는 게 중요하니까 병원밥이니 괜찮겠지

그래서 저녁에는 냅다 선택식단으로 선택했는데

세상에 떡볶이가.. 뭐든 잘 먹으라곤 하지만..

이거 내가 먹어도 되는 걸까 갈등하다가

몇 입 먹고 너무 자극적이라서 간호사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식판을 가져가셨다 이런

튀김 두 조각 재빠르게 먹었는데 진짜 맛있긴 하네..

근데 위가 아파오는 것 같고 마음이 불편하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음식들로 내 몸을 채워야지

방심하지 말자!

혈압이 자꾸 낮게나오긴 하지만 항암 부작용은 신기하게도 없다 오늘도 부작용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간다


남은 항암까지 다 맞고 무사히 퇴원

항암약이 늦게 올라왔는데도 약이 잘 들어가서 오전에퇴원을 했다

퇴원을 할 때, 이 해방감이란


항암 하기 전부터 컨디션이 엄청 좋긴 했지만 또 항암 하면 모르는 일인데 다행히 2차보다 더 몸상태도 괜찮고 컨디션도 좋다

11월 20일에 첫 항암, 이제 한 달 지났다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ㅎㅎ

드디어 다음 항암 4차 때는 중요한 ct 검사도 기다리고있다 항암 후 처음하는 중간점검이라 두근두근

검사 전까지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먹고 몸 잘 챙기자

떰브샷!

2024년 1월 10일 수요일

~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항암4차

이번에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항암은 얼른 맞고 싶지만.. 병원은 가기 싫어지는 아이러니한 일

항암 맞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져야지

피검사, 엑스레이검사까지 하고 입원!

이번에도 같은 병동이다

입원하고 종양표지자검사랑 피검사 결과 듣는데

종양수치가 아주 잘 훅훅 잘 떨어지는 중

간호사선생님께서 정상까지는 멀었는데 힘내라고 하셨다

257-154-84-46 *이번수치: 46


항암약이 잘 들고 있다는 표시! 46까지 떨어졌다니

견뎌온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니 뿌듯하다

근데 문제는 정상이었던 간수치, 혈소판수치가 이상

간수치는 높아지고, 혈소판 수치는 떨어졌다고

정상적이었던 게 비정상이 되니 항암약이 그만큼 독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암세포만 없애주면 참 좋을 텐데 좋은 세포까지 없애는 항암

항암 하면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지만 수치가 계속이러면 항암약 용량을 조절하거나 못 맞을 수도 있어서 조금 걱정된다

음식 더 조심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다음 항암까지 건강에 더 신경 써야지!

병원밥은 이제 쳐다도 보기 싫어져서(병원밥만 쳐다보면 속이 울렁울렁) 병원에 파는 죽을 사 먹었다

항암 차수가 올라갈수록 부작용도 심해지고 많이 힘들다는데 감사하게도 이번에도 부작용 없이 잘 지나간다

(자기 직전에 살짝의 두통, 속 울렁거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항암 후 처음하는 ct검사

아침엔 검사 때문에 금식, 검사결과는 다음 항암할 때 듣는다

뭔가 이제 시작인데 왜 이렇게 오래 달려온 것 같은지..

다행히 이때까지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서 잘 지냈지만

좋은 결과로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젯밤부터 살짝의 두통, 속 울렁거림이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말끔히 사라졌다!

항암 하면서 조영제 투여하고 ct검사하는 거에 대해 살짝의 걱정이 있었는데 물 많이 마셔주고 잘 먹어서 그런지 좋은 몸상태

온몸에 바늘을 꽂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ㅎㅎ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걸 신경 쓸걸 하는..

지금부터라도 몸을 다시 만들어가야지

이래놓고 병원에서 전복죽 먹고 소보로빵을 먹어버렸다(나는 빵순이다) 이번에 입맛이 왜 이렇게 도는 건지 잘 먹는 게 좋다고 하니까~

밤이 되니 다시 속이 조금 울렁거리기 시작

속 울렁거리는 건 정말.. 미친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이긴 한데 견딜만하다

아직 구토 한번 없으니 그게 너무 감사한 일

이번에도 큰 부작용 없이 4차도 지나가는구나ㅠㅠㅠ

너무 감사하다


이제 병원에서도 푹 자는 나

5시에 혈압재고 항암 약 확인 해주시는데 그것도 모르고 푹 잤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항암하고 큰 이벤트 없이 항상 같은 몸 상태

항암 1~4차 중에 1차랑 이번이 젤 괜찮은듯하다

이번에도 몸 관리 잘해서 다음 항암 때 부디 ct결과도 잘 나오고 간수치랑 혈소판수치도 원위치로 돌아오길

교수님이 회진 돌면서 ct결과가 좋다고 살짝 귀띔해 주시고 갔다

다음 치료까지 궁금해서 어떻게 기다리나요(?)

언제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지금 현재만 생각하고 만끽하자

아무튼 퇴원..  또 소중한 일상을 보내러 가야지!

떰브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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