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인가요
벌써 여덟 번째 날 아침이에요. 이번 여행의 딱 반절이 되는 날이죠. 풀라의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약간 해비해 진 것 같아요.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장에서 마구 구매한 과일과 마트에서 구매한 시리얼을 다 먹어야 했기 때문이에요.ㅋㅋ 심지어 나 왜 오틀리 저렇게 큰 걸 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다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듯. 이때부터 욕심을 버리자고, 우리 그만 사자고 했는데 여행을 마칠 때까지 그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린 구매욕이 많은 작가들이라고 인정을 해야..;; ㅎㅎㅎ)
오늘 아침에는 어제 국경일이라서 닫았던 풀라의 거리와 시장을 둘러보고 슬로베니아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먹으며 이제 그만 사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또 시장으로 향하는 우리. 정말 못 말려요. ㅎㅎㅎ
풀라는 정말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유적지가 많아서인지 이렇게 투어버스도 다니고요. ㅎㅎ 더워서 탈 엄두가 안 나긴 했지만 조금 시원한 날에 다시 온다면 한 번쯤 타보고 싶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가이드와 함께 여행 오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동양인은 정말 찾아볼 수 없었지만 유럽에서는 유명한 휴양지인 것 같았습니다.
유적지가 많은 도시는 미리 공부하지 않고 오면 다니면서 봐도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을 한 번쯤 듣는 것을 저는 강추합니다. 그 도시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보면 더 잘 보이니까요. 이번 여행을 너무 준비 없이 떠나서 다음 여행에는 저도 공부를 좀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럽의 시장 풍경은 어디나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풀라는 해안가라 그런지 생선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그래서 갈매기가 저렇게 생선을 인터셉트하려고 시장에 막 돌아다닙니다.ㅋㅋ 자그레브와 별로 다른 건 없었지만 채소와 과일은 훨씬 쌌답니다. 그래서 또 저도 모르게 과일을 사고 있지 않았겠어요?ㅎㅎㅎ 저의 과일사랑은 못 말립니다. 그렇게 시장 구경을 마치고, 아직 낫지 않은 감기로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들렀다가 드디어 슬로베니아로 출발을 했습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차에 기름도 넣고 간식도 샀는데요. 유럽은 다 잘 아시겠지만 스타벅스를 가지 않는 이상 아이스아메리카노나 아이스커피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동안 계속 저는 주로 에스프레소마키아또를 마시거나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요. (사실 한국에선 얼죽아...ㅠㅠ) 휴게소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아이스커피를 만났습니다! ㅎㅎㅎ 어찌나 반갑던지! 바로 아이스를 주문해서 마셨어요.
그런데 유럽은 전 지역을 차로 운전해서 다닐 수 있잖아요. 국경을 넘을 때 어떻게 하나 생각이 많았는데요. 유레일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만 넘어봤지 차를 운전해서 국경을 넘은 건 처음이었거든요. 러시아에서 중국을 넘어갈 때는 국경에서 굉장히 오래 기다리고 하나하나 짐검사부터 여권검사까지 다 했던 기억이 있었던 터라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너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서 힘들었던 기억..)
그런데 이곳은 비넷이라는 것만 사면 되더라고요. 물론 국경마다 그냥 돈을 내고 사는 비넷이 있고, 티켓을 사야 하는 곳도 있고, E-비넷을 사라는 곳도 있는데요. 국경을 지나기 전 주유소에서 물어보면 대략 다 알려주는 편입니다.(친절하지 않은 곳도 있어요. 그렇지만 알려주는 게 어디냐는 생각에 그냥 감사 ㅎㅎ)
어쨌거나 국경을 넘는 일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요?ㅎㅎ 이렇게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과 북한도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방문할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는데 대한민국 사람만 못 가는 나라가 북한이니까요. 이럴 땐 분단국가라는 것이 와닿는 것 같아요.
드디어 도착한 포스토이나입니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슬로베니아에서 두 번째로 긴 동굴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긴 방문객 관람코스가 만들어져 있기로 유명하고요. 이 동굴은 석회 동굴인데 수백만 년에 걸쳐 카르스트 석회암 지대를 흐르던 피브카 강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티켓을 구매했고요. 기차를 타고 동굴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맞추거나 늦게 가면 못 들어갈 수도 있어서 일찍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희는 동굴과 성의 입장권을 같이 구매했는데 가격이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해요. 1인당 45유로 정도 됐었던 것 같은데 동굴은 영어가이드를 들어야 하고, 대신 한국말로 번역된 안내서가 있습니다. 성은 한국어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 수신기를 줍니다.
드디어 기차에 탑승하고, 영어 가이드님과 함께 출발! 관광객들에게 오픈된 동굴은 총 5km 정도인데요. 기차로 3.5km를 가고, 나머지는 가이드와 함께 도보로 이동합니다. (우리 분명히 쉰다고 했는데 왜 또 걷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ㅎㅎㅎ) 지노그림 작가님이 예전에 이 동굴을 와봤다고 하셨는데 별로 안 걷는다고 했거든요. 참고로 동굴 안은 정말 추워요. 여름에도 10도로 유지된다고 하니까 잠바를 챙겨가는 것이 필수입니다...
저는 잠바 안 가지고 가서 지금사진 작가님 잠바를 뺏어 입었어요. 참고로 지금사진 작가님은 추위를 잘 안 타고, 우리가 조금 덥다고 느끼면 땀을 흘리고 있고, 저희가 조금 춥다고 느끼면 시원하니 딱 좋다고 하고, 저희가 정말 춥다고 하면 그제야 약간 춥다고 하시는 얼음남.ㅋㅋ 추위 안타는 지금사진 작가님이 이럴 땐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수족냉증에 추위 완전 많이 타는 부실체력.
이 동굴은 1819년에 처음 관광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1872년에서야 동굴에 레일이 깔리고 기차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그 기차를 가이드들이 밀어서 움직였다고 해요. 20세기 초가 돼서야 기관차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가장 신기했던 것은 전 세계의 0.04%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동굴 도롱뇽, 프로테우스 안귀누스가 서식하기 때문에 이 도롱뇽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합니다.(동물과 아이를 좋아하는 저는 도롱뇽 볼 때 가장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동굴은 그닥...ㅋㅋ)
동굴 내부는 어두워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제 눈으로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들이 기암괴석을 만들어 장관을 이루었고, 석순과 종유석이 만나 생겨난 석주들도 보였습니다.
가이드와 함께 걸으며 중간중간 가이드가 동굴에 관한 설명을 해주는데요. 동굴이라 소리가 울리기도 하고, 함께 관람하는 관람객들이 떠들기도 해서 저는 반 정도 겨우 알아들은 것 같아요. (영어를 잘 못하기도 합니다ㅋㅋㅋ) 자연이 만든 신비로움을 보며 엉뚱한 상상력이 발동해 저 혼자 이 동굴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로 만들기 시작했더랬죠. 지노그림 작가님께 그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들으면서 그냥 웃으시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따로 한 번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괜찮은 이야기였는데... 저를 엄청 엉뚱하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추운 동굴에서 나와 저희는 프레자마성으로 이동했습니다. 참고로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프레자마성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데요. 둘 사이를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있다거나 트램이 있지 않아요. 저희처럼 자차를 가지고 가거나 혹은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꼭 가시기 전에 참고하셔야 한다는 점!
프레지마 성은 123m에 있는 높은 동굴에 반쯤 박혀있는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으로 기네스에도 등재되어 있다고 해요. 사진만 봐도 신기하죠. 13세기에 짓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동굴 안으로 어떻게 성을 지을 생각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어쨌거나 성 안이 추워요.ㅎㅎ
프레지마성은 성룡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용형호제'의 촬영장소기도 했고요. (여기서 성룡이 떨어져서 많이 다쳤다고 합니다.) 김래원 배우와 신세경 배우가 나왔던 한국 드라마 '흑기사'의 촬영지이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주로 유럽의 수신기는 한국어가 별로 없는데 이 성에는 한국어 수신기가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다닐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저는 그 장소에 담긴 역사나 배경, 인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ㅎㅎ)
성 안에 들어가 창문 밖에 보이는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성 안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죠?ㅎㅎ 저도 이제 세속에 치였는지 이런 곳에 와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번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이 했어요. 예전엔 불빛이 반짝거리고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가 좋았는데 요즘엔 자연이 있고 한적한 곳이 좋더라고요. 이게 나 이듬의 표본이라고...ㅎㅎㅎ
성 안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방마다 전시가 되어있는데요. 생각보다 성 안에서의 생활을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성은 매우 춥고 난방이 되는 방은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나머지는 다 추위와 싸우며 옷을 두껍게 입고 살아야 했던 것.ㅠㅠ 그리고 무엇보다 성은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던 것은 아니었더라고요. 누군가가 항상 우리를 공격할 것을 생각하고, 예의주시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편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고문실도 있고, 예배실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상반되는 장소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저 동굴의 끝까지 올라간다는 지금사진 작가님과 지노그림 작가님을 뒤로하고 저는 성에서 나와 햇빛이 드는 공간에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감기기운이 계속 떨어지지 않는데 동굴도 춥고 성 안도 추워서 얼굴이 좀 타더라도 햇빛을 쬐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어요. 나오면서 또 다시 한번 찍어본 마을의 풍경. 우리는 잠시 뒤 저 마을에서 밥을 먹게 됩니다. ㅎㅎㅎ
제가 한가로이 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앉아 햇빛을 쬐며 눈을 감고 있는데 어떤 미국 언니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너 어디서 왔니? 혼자 왔니? 나 사진 좀 찍어줄래? 하더라고요. 언니가 구도를 맞춰서 저에게 휴대폰을 줬기 때문에 저는 그대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자꾸 아니라는 거예요. 원 모어를 자꾸 외친 미국언니... 제가 원래 사진을 잘 못 찍기는 하는데 인물사진은 그래도 좀 찍거든요. 근데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원 모어를 10번 정도 한 뒤에... 미국 언니는 너도 찍어줄게 하더라고요. 저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사실 제 사진은 지금사진 작가님과 지노그림 작가님이 워낙 많이 잘 찍어주고 계셨기에 ㅎㅎ 우리에겐 전문 사진 작가님이 있잖아요!)
아무튼 그렇게 자세를 잡고 섰는데 이 미국언니는 저의 사진을 한 10장쯤 찍고 휴대폰을 넘겨주었습니다. 미국 언니 잘 가요.. 하고 다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 미국언니는 얼마나 내 사진을 잘 찍어주셨나 하고 봤는데.. 세상에나.. 이도저도 아닌 사진을 찍어주신 거예요. ㅎㅎㅎ 뭐지? 아무튼 그렇게 당황스러운 에피소드가 작가님들 없는 동안 생겨났습니다. 지금 사진작가님이 있었더라면 한 마디 해주었을 텐데 말이죠. 어쨌거나 그 사진은 쓸 수 없는 사진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소식...ㅎㅎㅎ
작가님들이 동굴과 성에서 내려왔습니다. 동굴에 들어가는 기차를 빨리 타야 해서 점심을 건너뛴 우리는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그래서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습니다. 이틀 전 먹고 반해버린 깔라마리와 감자칩스 그리고 슈니첼을 시켰는데요. 아무래도 관광지여서 그런지 맛은 좀 별로였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다웠으니 패스. 그리고 배가 고팠어서 그냥 먹었던 것 같아요.ㅎㅎ
저희가 밥을 먹는 동안 아주 큰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들을 몇 팀 봤는데요. 밥을 먹고 나와 주변을 조금 산책하다 보니 이 푯말이 보이는 거예요. 알고 보니 슬로베니아에도 순례길이 있는데 이곳이 순례길에 포함된 거리였던 것이죠. 저도 모르게 '부엔 까미노'를 외칠 뻔했어요. 저는 걷는 것을 싫어하는데 제 버킷리스트에는 순례길을 완주하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인달까. 이번 여행에서도 제가 정말 많이 느낀 것이지만 인생에서 무엇이든 주워 담는 건 쉽지만 버리는 건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하지만 가벼워야 무엇이든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비워보기로 결정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길 위에 멋진 나무가 한 그루씩 있어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하나도 없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이 풍경을 보고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셔서 저도 이 길 위에서 인생샷을 남겼습니다. 꼭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었는데 지노그림 작가님께서 아주 예쁘게 남겨주셨어요. ㅎㅎ 그렇게 오는 길에 사진도 찍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숙소에 잘 도착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해물김치수제비와 해물야채아스파라거스볶음, 그리고 와인입니다. 저희는 남은 야채와 재료를 다 소진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앞으로의 숙소들은 요리가 되지 않는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요리 없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챙겨가되 요리를 해야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오늘 밤 처리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우리 지금사진 작가님이 끓여주신 해물김치수제비는 정말 환상의 맛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이 맛을 내기 힘들 정도로 깊은 맛. 그리고 와인까지. 지금사진 작가님은 와인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고르시거든요. 오늘 하루종일 추운 곳에 있어서 감기 기운이 있던 저는 수제비에 와인을 먹고 감기가 싸악 낫는 느낌이더라고요. 지노그림작가님도 아주 맛있게 수제비와 와인을 드셨지요.
풀라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보내기가 아까운 저희들은 다시 구시가지에서 칵테일이라도 한잔하자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풀라에 사람이 엄청 많은 거예요! 바로 금요일이었는데 매주 금요일 밤의 풀라는 관광객들도 많고, 이런저런 전시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핫하다는 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국경일이라 사람이 없었던 거죠. ㅎㅎㅎ
사람구경도 하고, 구시가지 광장에서 문을 연 칵테일바 중에 자리가 있는 곳에 그냥 들어가 앉았는데요.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어요. 치즈케이크가 무척 짜고 아이스크림은 금방 녹고...ㅎㅎㅎ 나중에 검색해 보니 하필 저희가 들어가 앉은 곳이 별점 1.3인 레스토랑이지 않겠어요? ㅎㅎ 어쩐지... 계산할 때도 온리캐시를 이야기하더니..ㅎㅎㅎ 아무튼 그랬습니다.
와인도 마시고 칵테일도 마시고, 여행의 반절을 넘어오며 우리 꽤 친해지고 마음도 터놓고 서로를 더 배려하게 된 것 같아요. 핫한 풀라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보내고 저희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또 먼 길을 떠나야 했거든요. 이제 짐을 싸고 푸는 것이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아요. 도시마다 한 숙소에서 이틀 또는 삼일을 지내다 보니 짐을 다 풀지 않고 빠르게 싸는 법도 노하우가 생기고요.ㅎㅎ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계속 생각한 한 가지. 최대한 가볍게 살기입니다. 가볍게 살게 되는 그날까지 아마 여행은 계속되지 않을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