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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

따로 또 같이하는 여행

by 지마음


이제 한국으로 떠나기 바로 하루 전, 열네 번째 날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함께 쇤브룬궁에 가기로 했었는데요. 어제 늦게까지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어 버려 늦잠을 자고야 말았습니다. 밤에는 이제 한국에 돌아갈 때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업무 연락이 와서 잠을 자지 못하고 일을 하느라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기도 해서 더 피곤하기도 했죠. (잠과 밥 중에 선택하라면 잠을 택하는 타입...)



결국 저는 두 작가님께 오전 스케줄 포기를 선언하고 좀 더 쉬다가 점심 먹을 즈음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은 이 뜨거운 날씨에 쇤브룬궁에 가셔서 저에게 안 오기를 잘했다는 카톡을 전해주셨죠.ㅎㅎ 왜냐하면 그곳은 그늘이 하나도 없어 내리쬐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기에...ㅎㅎㅎ 저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주 커다란 중앙역을 여기저기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혼자 커피도 한 잔 사 먹고, 중앙역의 지하부터 옆 건물까지 곳곳을 누비며 구경을 했습니다. 쇼핑몰부터 마트, 식당까지 전부 역 안에 있어서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유럽 어딜 가나 있는 디엠에 가서는 기침이 멈추지 않는 지노그림 작가님을 위해 목캔디도 샀지요. 저는 유럽에 가면 디엠을 자주 가는 편인데요. 여기서 파는 비타민과 화장품을 좋아해서 갈 때마다 사 올 수 있는 만큼 담아 오기도 합니다.ㅎㅎ 가격 대비 효과가 좋더라고요. 성분이 좋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도 저에게 딱 맞춤이었던 것 같아요.



드디어 작가님들과 오페라하우스 근처에서 조우를 했습니다. 약간 늦은 점심시간인 1시 30분 정도에 만났어요. 작가님들은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는지 아주 지쳐 보이더라고요. 저희는 근처에 피자가 맛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고요.(무엇보다 우리 모두 배가 고팠습니다ㅎㅎ) 빼놓을 수 없는 맥주까지 각 1병씩 마신 후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갔습니다.



어제 지나온 구시가지 거리를 이번에는 다른 골목을 통해 걸어봅니다. 사실 너무 더운 날씨라 그늘을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ㅎㅎ 숙소에 들어가서 잠시 쉬 다나 올까 했던 우리는 카페에 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어제 미리 봐두었던 베이커리가 매우 유명한 카페입니다. 한국 분들도 많이 방문하는 카페예요.



바로 카페 데멜입니다.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줄을 오래 서야 하면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금방 안내를 해주었어요. 카페 앞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카페 내부는 1층, 안쪽의 다른 건물, 2층까지 매우 넓었어요. 그래서 회전율이 매우 빨랐습니다. 여긴 팬케이크와 크로와상이 유명한 것 같았는데 배가 부른 저희는 팬케이크는 시도하지 못하고 커피와 간단히 크로와상, 도넛을 먹었어요. 빵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저는 이곳이 천국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카페에 앉아서 더 전의를 상실해 버린 우리는 급격히 떨어진 체력 때문에 잠시 호텔에 가서 쉬고 나오기로 했습니다. 카페가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았고,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테이블 간 간격도 매우 좁아서 더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또 오늘 저녁은 야경까지 보고 들어가기로 해서 앞으로도 일정이 많이 남아있었거든요. 다시 오페라하우스 앞으로 가서 숙소로 들어왔어요. ㅎㅎ



숙소에서 푹 자고 나와서 저희는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스몰사이즈를 시켰는데도 큰 햄버거는 결국 남길 수밖에 없었어요. 이곳에서 먹은 핫소스는 너무 매웠는데 (제가 소스 그릇에 따르다가 쏟아서 손에 묻은 걸 살짝 먹었는데 너무 매운 거예요. 그 모습을 두 분은 못 보셨죠.ㅎㅎ) 제가 모른 채 하고 지노그림 작가님과 지금사진 작가님을 핫소스 먹이기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듬뿍 찍어서 먹도록 했지요.ㅎㅎㅎ 얼얼한 매운맛의 뒤끝이 상당히 오래갔었는데 이 소스 이야기로 한참을 웃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플레이스. 프라터 놀이공원 앞인데요. 노을 지는 이곳의 모습이 아주 아름답다고 해서 일부러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추어 찾아왔습니다. 마침 광장에서는 분수가 나오고 있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속에 들어가서 노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노을에 비친 분수의 모습이 예쁘기도 했고요.



자, 이제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나요? 저희는 사실 프라터 관람차를 보러 왔어요. 놀이공원 입구에 있는 관람차인데요. 영화 '비포선라이즈'에 나와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관람차를 타볼까도 생각했는데 한 바퀴를 도는데 약 15분이 걸린다고 해서 그것은 패스하고, 이 앞에서 예쁜 인생샷을 많이 남겨보았습니다. 정말 노을이 지는 시간에 관람차를 바라보니 영화 속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돌아서기 아쉽기도 하고, 이 놀이공원이 생각보다 넓고 큰 것 같아서 우리는 놀이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세상에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고 무서운 놀이기구가 천지 아니겠어요? 제일 무섭지 않은 놀이기구가 범퍼카... 였습니다.ㅎㅎ 그 외엔 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제 돈 주고 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쫄보니까요. 아무튼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고, 그 와중에 무서워서 우는 남자 학생도 보고 ㅎㅎ 저희는 오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빈 오페라하우스였어요. 이곳의 야경이 그렇게 예쁘다고 해서 우리는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찾아왔죠. 어디서 제일 이 건물의 야경이 잘 보이는지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미리 찾아놓아서 저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ㅎㅎ 아니나 다를까 불 켜진 오페라 하우스는 너무 고급스럽고 예뻤고요. 다음번에는 꼭 여기서 오페라를 보리라 다짐하며 저와 지노그림 작가님은 근처 카페로 이동했어요. 지금사진 작가님에게 충분히 사진 찍을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요.



건물의 야경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카페도 있어서 맛있는 카페모카를 시켜 마셨습니다. 피곤했는지 듬뿍 올라간 생크림이 정말 맛있더라고요.ㅎㅎ 지노그림 작가님은 어김없이 저의 인생샷을 남겨주시느라 분주했고, 저는 또 열심히 즐기며 모델이 되어보았습니다. 밤 10시 30분이 되자 오페라 하우스의 불이 꺼졌어요. 사진을 찍던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저희가 있는 카페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쉬다가 얼른 숙소로 복귀했어요.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싸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보낼 우리가 아니죠. 잠은 어차피 비행기에서 자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저희는 마지막 밤을 또 와인으로 불태웠습니다. 무려 3병이나 마셔버렸다는...ㅎㅎㅎ 그렇게 아주 늦은 새벽 잠자리에 들었고, 내일은 아예 체크아웃을 하며 짐을 프런트에 맡기고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저녁 7시 정도 출발하게 되었거든요. 아쉬운 마지막 밤을 뒤로하고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아보았어요. 하지만 피곤해서 금방 잠에 들었다는 후문...



이 사진은 오전에 쇤브룬궁에 갔던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찍어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사진만 봐도 아주 더워 보이네요.ㅎㅎㅎ 하지만 다음번에는 슬쩍 들러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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