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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함이 힘이 될 수 있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by 하난

악령이 가득한 세상. 이것은 영혼을 취하는 그들을 처치하는 헌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헌터들은 특이하게도 '음악'을 통해 악령을 퇴마한다. 아주 예전부터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써 온 헌터들은 오늘날 '아이돌'의 형태로 존재한다. 아이돌, 헌트릭스가 악령을 퇴치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과 한국의 설화, 문화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쉽게 한국어와 한복, 한옥 및 한국의 음식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근래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에 이토록 다양한 한국이 녹아있다는 건 소위 '국뽕'을 일으킨다. 알게 모르게 한국의 각종 문화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더욱 익숙한 장면, 소품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벅찼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기본적으로 재밌다. 시원시원한 전개와 단순한 설정으로 이해가 수월하고 답답함이 적다. 게다가 전문 아이돌 그룹이 부를 법한 퀄리티 좋은 노래들이 함께 해 흥을 돋우기도 한다. 뮤지컬 영화처럼 음에 감정이 동화되고, 노래로 인해 인물과 상황에 이입하도록 한다.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신나게, 혹은 애틋하게 각각의 장면에 임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장면을 즐겁게 보았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주인공 루미가 싱글 곡 골든을 부를 때이다.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가사를 읊조리면서 반대로 자신의 몸을 옷으로 가린다. 자신의 소리와 마음이 달랐던 탓일까, 그녀는 곧 노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사실 그녀는 악령과 사람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악령의 무늬를 지닌 채 태어났고, 날이 갈수록 커지는 무늬에 점점 더 긴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골든을 부를 때, 무늬는 더욱 커져 그녀의 목까지 이르게 되고 그녀는 노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루미는 자신의 무늬를 들키게 되고,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한다. 울며 고민한 그녀는 결심한다, 자신을 드러내기로. 소리와 마음이 같았기 때문일까, 그러자 그녀의 노래는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힘을 얻는다. 솔직함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그로 인해 그들 스스로를, 세상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많은 것을 말하지만 특히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기 피알의 시대, 자신의 표현하는 시대인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가. 얼마나 자신을 알고있는가.


나는 나름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나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도,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아한다. 때문에 늘 글을 쓴다.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상당히 많이 나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를 드러냈는지 모르겠다. 루미의 가사는 그녀의 모습과 달랐다. 나의 글은, 얼마나 나와 닮았나. 나는 내 글 같은 사람인가. 아닌 것 같다. 세상을 아름다운 것처럼 표현하는 많은 글들과 달리, 나는 생각보다 더 부정적이다. 화가 많고 짜증도 많다. 그저 얼굴 뒤에 가려놓고 수동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낼 뿐이다.


나는 내 글만큼 신념이 강하지도 않다.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생각하는 게 싫어 쇼파 위를 나뒹구는 나날이 일상이다. 성찰이 힘겨워 늘 같은 소리만 반복할 뿐이다.


강아지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얘기해놓고 매일 산책을 하지도 않는다. 공놀이를 바라는 하난이를 그저 껴안고 가만히 있으라 하는 시간도 많다.


나는 내가 그렇게 '보이기' 바라는 사람을 드러낼 뿐, 내 스스로를 드러낸 적은 없는 거 아닐까. 대체 무엇이 '나'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직 헤매고 있으리라. 자신이 무엇인지 몰라서, 어떤 걸 드러내야할지 몰라서, 드러내도 받아들여질지 몰라서.


사실은 가장 슬픈 시대이다. '나'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나'는 가짜여서, 도리어 스스로가 부정되는, 그런 세상이다. 우리를 알고자 한 시도인데 왜 우리는 갈수록 우리를 모르게 될까. 대체 언제쯤이면 알 수 있게 될까.


진솔함에 보다 다정했으면 좋겠다. 세상이, 네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리하여 영화에서처럼 진솔함이 합쳐서 힘을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세상을 메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내가 그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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