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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후기를 못 쓰겠어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보고

by 하난

이야기는 한 기자의 실종에서 비롯된다. 혼자 지하자료실에 박혀 특종을 조사하던 기자. 아무도 그가 무엇을 조사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젊은 편집자인 오자와만이 엄청난 걸 조사하고 있다는 걸 흘러들었을 뿐이다.

그는 어느날 문득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행방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오자와와 그의 선배인 치히로는 그가 조사하던 특종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하자료실에는 사라진 기자가 정리해 놓은 자료들이 가득했다. 기사부터 잡지, 각종 비디오며 USB까지. 영화는 그 자료들을 비추며 이어진다.

영화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잘 만들었다.' 결말은 반전으로 진행되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법한 찝찝한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연출과 대사를 통해 해당 인물을 의심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래도 추리소설과 공포물을 제법 봤기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더불어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도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게 소름돋는다. 이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해당 영화는 잘 모르는 상태로 봐야 재미있기에 이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야기는 여러 조사 자료를 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캠코더 영상, 뉴스 속보 등이 주된 자료인데, 이게 또 기가 막힌다. 어렴풋한 이미지와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 일상적인 인물들의 엉성한 모습은 sns를 하던 중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혹시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고, 이걸 퍼뜨리고 싶은 사람이 영화로 제작해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서서히 조여드는 느낌, 명치가 울렁이는 긴장감과 진상에 대한 호기심.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감정들로 가득차 약 2시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온 신경을 다해 봤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재밌는 공포 영화여서 후기를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우스운 건, 진짜 무서웠던 탓에 다시 떠올리고 더듬어가며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게 두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이상 무언가를 적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그저 영화관에서 함께 공포를 나눠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겁쟁이의 기록은 여기서 멈추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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