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담도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난 Aug 20. 2023

다른 순간 같은 곳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예전에 보다 만 장편의 소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지루하거나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일상에 치여 중간에 손 놓을 수밖에 없었던, 한 때는 하루의 유일한 행복이었던 소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때의 감각이 둔해지며 다시 읽고픈 마음이 점차 사라졌었다. 그러던 중 소설의 작가님이 새로운 작품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보던 것을 먼저 다시 볼까, 하는 마음에 몇 년 만에 다시 펼쳐본 옛사랑.


소설의 첫 장을 펼치기가 무섭게 내가 왜 그리도 이 이야기를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박복한 삶 끝에 스스로마저 속여야 했던 아이가 사랑받는 게 좋았지, 절망적인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덤덤함과 중간중간 깃든 웃음이 좋았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재발견하는 순간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소소한 음식, 장소, 영화에서 사람까지도. '아, 내가 이래서 널 좋아했구나. 이래서 널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 사위가 밝아지며 세상이 한층 더 따스해지는 순간. 그 순간을 사랑한다.


변하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이전에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