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일기를 적는다고?
매일 하나의 글을 남기려 한다. 아니, 가능하면 자주. 매일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우니 자주로 정정하겠다. 어찌되었든 자주 글을 쓰면 글이 난잡해지거나 내용 없이 비어있기 쉽다. 일기에 가까운 글은 독자로 하여금 이런 글을 왜 굳이 공개된 곳에 쓰나 의아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때문에 고민했다. 일기장에 따로 글을 쓰는 게 좋을까. 굳이 여럿이 볼 수 있는 곳에 사사로운 글을 게재하는 건 지나치게 관심이 고픈 이 같지는 않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그냥 쓰자'였다. 난 그리 성실하지 못하다. 과시적이고 누군가의 시선 아래에 있을 때 보다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관심이 필요한 사람도 맞고, 관심을 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더불어 '나'에 대한 지속적인 글쓰기는 내게 너무도 필요한 것이다.
얼마전, 너는 왜 늘 남에 대해서, 혹은 다른 어떠한 매체에 대해서만 글을 쓰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네 글에 너는 어디있냐는 물음에 울컥 화가 났다. 아니, 시발점이 어디든 무언가를 매개로 해 늘 내 생각을 풀어내지 않았나? 그게 내가 아니면 뭐지?
그러나 울컥이는 마음을 달래며 돌이켜보니 정말 '내'가 주인공인 글은 적었다. 그래서 나에 대한 글을 적어봤다. 그런데 우습게도, 글이 써지지 않았다. 한참을 키보드 위에서 주춤거리다 겨우 써내려간 어린아이 같은 문장들은 나를 담되 나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나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진정으로 무얼 좋아하는지, 애초에 좋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토록 싫은지, 어떤 게 하고 싶은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나름 지속적으로 성찰해왔고 감정에는 통달했다 자부했거늘, 그 간단한 감정조차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에 대한 글을 쓰는데 눈물이 났다. 스스로가 가여웠던 것일 수도 있고, 그렇게 아둥바둥한 결과가 고작 A4 용지 두 바닥이라는 게 분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끝없이 울었고, 개운했다.
답답한데 개운했다. 무엇 하나 해결된 게 없는데도 꼭 만사가 괜찮아진 듯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하찮은 글일지라도, 터무니 없이 가볍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얘기라도 글로 풀어보고 감정을 되짚어보자고. 그리하여 이번에는 진정으로 '나'라는 지독하게 까다로운 인간을 알아보자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그리 성실한 인간은 못 되기에 타인의 눈을 빌어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림으로써 감시 아닌 감시 속에 지속성을 얻고자 한다. 때문에 앞으로의 글들은 지난날보다 더 허접하거나 볼품없을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허접함을 견뎌주길 바라며. 첫날의 다짐은 가벼이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