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시험도 끝이다. 대학교 첫 학기를 맞으며 약간의 설렘과 또 조금의 두려움을 안았던 게 선명한데 어느덧 종강이 다가왔다니,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아 떨떠름하다.
마지막 시험-그래봤자 두 번째 시험-은 첫 시험에 비해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시험기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안했다.
물론, 이전의 시험들과 비교해서 말이다. 기본적으로 압박감에 취약한 나는 이번에도 스트레스와 강박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인간관계에 세심하지 못했고, 때문에 이번에도 연인과 싸웠다.
시험에 대한 압박, 인간관계에 대한 피곤함과 여러모로 다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 등이 쏟아졌다. 거세게 몰려오는 끈적이는 물결에 잠식당할 무렵, 작은 초가 다가왔다.
알바를 끝낸 늦은 밤이었다. 피로감에 허덕이며 늦은 데이트를 하러 갔다. 약속된 장소에 들어 선 순간 눈앞으로 무언가 쑥 들어왔다.
초코케잌에 꽃을 든 애인이었다. 쑥스럽게 웃는 그는 직접 고른 하얀 백합을 내밀며 고생했다 말했다. 눈 앞이 아른거렸다. 울컥 가슴에서 무언가 치솟는 듯했다.
안까지 찬 초코케잌은 그 자리에서 절반을 먹을 만큼 맛있었다. 함께 먹은 떡볶이는 또 어찌 그리 맛있던지. 백합향이 그토록 좋은지도 그날 처음 알았다.
격렬했던 우울의 순간은 그렇게 애인의 약간은 쑥스럽고 또 조금은 애틋한 웃음으로 저물었다.
때문에 근래 애인이 걱정이었다. 나는 그로 인해 괜찮아졌는데, 그는 일의 허무함과 상사의 진상에 한층 예민해져 있었다. 새로운 걸 공부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서 답답해하기도 했다.
평소라면 웃으면서 넘길 상황에 화를 내고, 자주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그는 어젯밤 결국 터지고 말았다. 모종의 사건을 겪은 그는, 자신이 예민해졌음을 이야기하며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강구했다. 스스로 일어서려 노력하는 그가 멋있으면서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아쉽고 또 미안했다.
오늘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를 따라 꽃을 사줄까. 돈도 없고 그만큼의 안목도 없다. 편지를 써서 줄까? 편지로 나아질 문제는 아니니, 그저 내 자기위안으로 남을 것 같다.
이것저것 고민해 본 끝에 나온 건 역시 단순한 결론 뿐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자!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슬프게도 잔고가 1만원 뿐이다. 과거의 과소비를 원망할 무렵, 하늘이 날 도우셨는지-사실은 함께 대회에 출전했던 친구들이 도운 것이다- 지난번 대상을 탄 독서토론대회 상금이 오늘 들어왔다.
띠링- 울리는 은행 어플이 얼마나 반갑고 감사했는지.
애인은 치킨을 좋아하니 오랜만에 집에서 재밌는 걸 보며 치맥을 하자고 해야겠다. 부디 이 소소한 식사가 그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