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리의 교실 일지: 별사탕과 건빵 사이
나를 안전지대에서 끌어내어 나른했던 세포까지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곳.
그리고 동시에, 내게 새로운 정체성을 선물해준 곳.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로 향한다.
아파트 4층 높이만한 나무들이 좌우로 빼곡한 School zone을 25마일로 서행하며 지난다.
안도한다.
내게 새 날을 주심에 감사, 새 마음을 주심에 감사하다고 나지막하게 입술을 읇조리며 고백한다.
그리고 긴장한다.
School Zone (학교 서행 지대)에 들어설때면 두 마음이 교차한다.
여기서부터 out of my comfort zone (비안전 지대), 즉 나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곳은 미국 동부 최대 규모 카운티의 어느 초등학교. 내가 특수교육 교사로 근무하는 일터이자, 나를 안전지대에서 끌어내어 나른했던 세포까지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곳. 그리고 동시에, 내게 새로운 정체성을 선물해준 곳이다.
Hello, My Name is Ms. Lee.
안녕, 내 이름은 미스리
나른한 옅은 명도의 하늘과 대비되는 역동적인 짙은 채도의 녹색 나무들이 내게 외친다.
“괜찮아, 아니 안괜찮아! 진정해, 아니 긴장해!"
나는 내 비안전지대로, 아니 비무장지대로, 나를 미스리로 부르는 그 곳으로 좌회전해 진입한다.
한때 내 이름은 Regret (후회)와 defeat (패배). 잉여인간처럼, 그저 comfort zone (안전지대)에서 소비만 일삼는 내 스스로를 이렇게 불러대곤했다.
“후회야” 크게 부르면, 후회는 다른 가슴 한켠으로 도망가고, “패배야” 부르면, 패배는 다시 반대편 가슴 한켠으로 도망 다니곤 했다. 낙심, 번민, 패배, 그리고 후회 속에서 나는 갈 바를 몰랐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에 목이 말랐으나, 경력단절자, 이민자, 이방인이라는 현실의 닫힌 문. 그리고 결여된 실력, 고갈된 자신감, 상실된 자존감, 빈수레처럼 덜컹대는 내면의 문 앞에서 나는 멈추고 말았다. 그 문을 열기 위해 나는 다시 공부했고, 석사 학위 및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도 스스로 문을 열지 못했다.
"OO아!" "OO아!"
밖에서 계속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결국 문을 열었다. 나와보니, 여전히 같은 세상, 그러나 한 발자국 밖으로 떼어보니, '어쩌면 계속 전진할 수 있으리라'는 용기, '일단 더 나가보자'라는 결심이 생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문은 애초에 잠겨있지 않았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열 수 있는 문이었을 뿐, 닫힌 문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에 스스로 열지 못했을 뿐이었다.
밖에서 내 이름을 줄곧 부르며, 직접 내 손으로 문고리를 잡게 해주신 분이 있었다. 앞으로 쓰여질 내 글들은, 그 문 밖에서 내 이름을 크게, 때론 나지막하게 불러주신 그 분을 찬미하기 위함이다.
오전 7시 50분.
아직 듬성듬성 주차된 파킹랏을 껑충껑충 크게 걸으며, out of my comfort zone (비안전지대)으로 내 마음 100 마일로 들어간다.
내게 ‘미스리’라는 새 이름을 붙여준 곳.
건빵같이 단조로운 일상에, 별사탕처럼 사각사각 통통 튀는 즐거움을 더해준 그곳.
그곳에서 첫 2년간 겪었던 달그닥, 서걱서걱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주연 학생들과 조연 미스리의 아주 특별한 성장일지, 으라챠챠 모험일지, 미국 특수교육 시스템 정보일지, 상상초월 이변으로 인한 재난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배우고 성장케 하심에 대한 감사일지,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해방일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