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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Mar 31. 2024

02 우리, 여행 파트너로 어때?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여행법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02 우리들의 여행 가이드 라인 ‘같이, 때론 혼자’  ✈ 우리, 여행 파트너로 어때?        



우리, 여행 파트너로 어때?  

   

너무나 다른 셋, 이 여행 끝까지 잘 할 수 있을까?

심과 추, 그리고 나는 아주 가끔씩 보는 사이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기에 늘 반가운 사이. 그런데 이들과 3주간의 여행을 하기로 한다. 가끔씩이 아닌 3주간을 꼬박 함께 해야 하는 우리들... 여행 파트너로 우리 셋의 여행 합은 과연 어떨까? 우리의 여행 끝은 어떤 모습일까?


여행 준비 2차 모임 때의 일이다. 새로 이사한 추의 집에서 집들이 겸 만나기로 한다. 나는 여행 설계자로 이들에게 브리핑할 자료를 잔뜩 준비해 갔다. J 성향이 강한 나의 오늘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였다. 여행 계획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이 둘의 여행 스타일을 파악해 최고의 고객(??) 맞춤 계획을 짜야겠다는 목표만이 있었다. 나 혼자 떠나려고 한 이탈리아 여행 준비 중에 합류하게 되어 나라에 대한 선택권이 박탈된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만회하는 것은 최대한 이 둘의 선택권을 많이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리핑 과정에서 의견을 들어야 할 사항들이 생각보다 많아 브리핑 시간이 당초 생각한 것보다 많이 지체되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전체 3주 일정 중 겨우 일 주일 일정만 진행된 것이다. 그때 집주인인 추가 점심은 나가서 먹자고 제안한다. 내 머릿속은 하얘진다. 나가서 먹으면 브리핑이 흐지부지될 것만 같다. 때마침 심이 혹시 몰라 유명한 게장집에서 연어게장을 준비해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연어게장이라고? 게장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더 이상의 진수성찬은 없었다. 나가서 먹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게장도 먹고... 그런데 뜻하지 않게 집주인인 추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자신은 연어게장을 좋아하지 않으니 나가서 먹고 오자고... 왜? 시간도 줄이고 맛있는 게장도 먹을 수 있는데... 게장을 못 먹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배달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우리들의 우격다짐에 추는 할 수 없이 대세의 뜻을 받아들여 돈가츠나베를 시키는 것으로 한 단락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지고 만다. 한 요리 하는 심이 연어게장을 너무나 맛있게 한상 차림으로 만들어온 것이 화근. 연어게장 위에 아보카도와 야채, 그리고 달걀 프라이까지... 그런데 여기에서 추의 달걀 프라이를 빠트리고 만다. 그걸 우리는 나중에야 인식하게 되었지만...ㅠㅠ 집 주인인 추는 일회용 그릇에 담긴 맛없는 돈가츠나베를 먹고(나중에 들어보니 이날 따라 맛이 없었다고 한다.) 손님인 우리들은 예쁜 그릇에 멋지게 세팅된 연어게장밥을 연신 맛있다고 탄성을 지르며 먹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추의 기분을 전혀 파악하지 못 했다. 너무나 맛있는 연어게장에 홀려~~ 그런데 추가 세 숟가락 정도를 먹더니 아무 말없이 집을 나가버린다. 그제서야 나는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감지한다. 물론 다른 친구들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추가 집을 나가고 나서야 뭐가 잘못된 건지 파악하기 시작한다. 강한 J 성향을 지닌 나로서는 그 상황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거지? 연어게장을 못 먹어서 별도로 자기가 평소 잘 먹는 돈카츠나베까지 시켜서 먹었는데... 어느 부분에서 감정이 상한 걸까?

  

다행히 밖에서 한참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후 돌아온 추가 왜 자신이 화가 났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집 주인이 그토록 나가서 먹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집에서 먹자고 우긴 것... 자신이 연어게장을 싫어한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연어게장을 먹은 것... 거기다 아무리 자신이 연어게장을 싫어한다고 말을 했다 할지라도 집주인인 자기에게는 먹어보라는 소리도 하지 않은 채 손님들만 예쁜 그릇에 담아주고, 계란 프라이도 자기들끼리만 먹고... 순간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큰 양푼에 다같이 밥을 비벼 조금씩 덜어 먹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텐데 집 주인은 일회용으로 먹는데 손님들끼리 근사하게 먹는 모습이 한 마디로 꼴보기 싫었다고 한다. ㅋㅋ


이 사건은 다행히 추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기에 잘 넘어갔다. 그리고 이 경험은 우리들의 여행에 큰 지침이 되었다. 너무나 다른 우리들이기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펑~~ 하고 터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경험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서로에게 너무 강요하지 않기를... 먹고 싶은 것이 다르면 기꺼이 헤어져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도 있고, 서로 보고 싶은 것이 다르면 기꺼이 헤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기를... 여행 하다 힘들면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함께 하지만 때론 혼자일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도 서로에게 줄 수 있기를... ‘같이’면서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

  

이 날의 연어게장 사건이 우리에게 알려준 여행 가이드라인이다.




추(?)왕좌왕 이탈리아 여행


나는 언제가부터 여행의 목표를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로 잡으며 될 수 있으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행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편이다. 될 수 있으면 헤매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현지인처럼 자연스럽게 살아보고 싶은 나의 욕심이 나도 모르게 철저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습관으로 나타났다. 그러기에 내가 준비한 여행 설계 책자 한 권이면 누구나 여행을 떠날 수 있을만큼 나의 여행 준비는 철저한 편이다.

그런데 추가 이번 여행 콘셉트를 ‘추왕좌왕(여기서 ‘추’는 자신의 성을 딴 것임.) 이탈리아 여행’으로 잡자고 한다. 그래야 이야깃거리가 더 많다고 하면서... 이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그 말에 나는 여행 계획을 짜던 것을 멈추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들의 추왕좌왕 이탈리아 여행...


여행 준비 1차 모임 때 심과 추가 나에게 던진 말이 있다. “우리들 여행 파트너로 어때, 알라?” 이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네. 대신 글의 소재가 될 이야기는 많이 나올 것 같은데...ㅋㅋ” 

그렇다. 심과 추와의 3주간의 여행은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가려 한다. 

결국 해피엔딩을 꿈꾸며자신을 살리기 위해 떠난 우리들의 여행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겠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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