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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Apr 07. 2024

03 우리, 로마행 비행기 탈 수 있을까?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여행법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03 우리들의 여행 가이드 라인 ‘같이, 때론 혼자’ ✈ 우리, 로마행 비행기 탈 수 있을까?

       


캐리어가 박살 났어요.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간은 8시 30분. 심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알라, 어디야? 우리는 벌써 공항에 도착했어.” 

“벌써? 나도 30분에 도착할 거야. 대한항공 모닝캄 체크인 하는 곳에서 만나.”

30분 정각에 도착한 나는 심과 추를 쉽게 찾는다. 그런데 추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알라,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캐리어 손잡이가 빠져버렸어. 응급처치로 테이프를 붙였는데 문제는 접히지 않는다는 거야.” 

“캐리어 점검 안 했어?” 

“짐만 싸고 손잡이가 고장 났는지는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알게 되었어. 전철 시간이 다 되어서 그냥 가지고 오긴 했는데, 어쩌지?” 

“할 수 없지 뭐. 일단 짐을 부쳐주는지 한번 가보자.” 

다행히 항공사측에서는 손잡이가 파손되어도 배상 책임을 항공사측에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은 후 수하물을 부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어진다. 국제선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1인당 21㎏인데 추의 짐이 자그마치 28㎏나 되는 것이 아닌가? 추가 요금을 십만원 물어야 하는 상황... 나 역시 쌀과 화장품, 핫팩 등 공용물품으로 인해 23㎏로 초과되었으나 모닝캄 회원이었기에 짐을 두 개까지 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추다. 그렇지 않아도 여유롭지 않은 경비인데. 출발도 하기 전부터 예상치 못한 지출을 십만원이나 하게 될 판이니... 앞이 난감한 순간 우리 앞에 진정한 여행 고수가 나타났다. 바로 심... 목베게를 비롯해 다리 붓기 방지용 밴드 등 나름 여행 고수라고 자부해왔던 나도 생판 처음 본 여행용품을 이것저것 준비해온 심의 캐리어 무게가 겨우 13㎏... 그 순간 절대 추가 요금을 낼 수 없다는 나의 간절함은 재빠른 판단력으로 이어진다. 심의 가벼운 짐과 추의 무거운 짐을 교환해 무게를 맞추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공항 한켠에서 캐리어를 풀어헤쳐 무게 맞춘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한겨울인데 추의 목덜미에서는 땀이 줄줄~~ 벌써 에너지를 다 소진한 얼굴이다. 드디어 우리들은 추가 요금 없이 캐리어 무게를 맞춰 수하물을 부치는데 성공한다.

          


두 번이나 불려간 수하물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심의 남편 웅깔이와의 작별 후 출국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많이 들어본 이름이 방송을 통해 흘러 나온다. 


“로마로 가는 비행편에 탑승하시는 추○○ 손님 수하물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너 배터리 캐리어 안에 넣었니?” 

“캐리어 안에 넣는 거 아니었어요?” 

“마지막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그리 강조했건만, 수업 시간에 엉뚱한 짓 하느라 수업 잘 듣지 않는 학생이 바로 너구나...ㅋㅋ” 

추가 불려가려는 순간... 또 한번의 방송이 이어 나온다. 

“로마로 가는 비행편에 탑승하시는 ○○심 손님 수하물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너 내 캐리어 안에도 배터리 넣었니?” 

이를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심의 남편 웅깔이의 표정이 점점 어둡게 변하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이 여행을 잘 할 수 있을까? 내 아내를 이 팀에 맡겨도 안전할까 하는 표정으로... 나는 걱정 가득한 웅깔이와, 자신으로 인해 민폐를 끼쳤다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추에게 한 마디 한다. 

“앞으로의 우리 여행은 매우 순탄할 것 같은데? 왜냐하면 이렇게 가기 전에 벌써 액땜을 다 해버렸잖아.” ㅋㅋ     

자신의 실수로 연신 불려간 추의 영혼은 이미 가출 상태다. 캐리어 손잡이가 고장나 멘붕... 겨우겨우 공항까지 왔는데 무게 때문에 또한번 야단법석... 거기다 두 번이나 배터리 때문에 수하물실에 불려갔으니...      

시작부터 추왕좌왕~~ 이거 우리들의 여행 이름을 너무 잘 정한 거 아냐? 추왕좌왕이라고~~ㅋㅋ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행기 탑승까지 무사히 성공! 


“이제 곧 우리 비행기는 이륙합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오자 멘탈 털린 추가 한 마디 한다. 

“저는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 더 이상 이렇게 장기간 가는 외국 여행은 못 갈 것 같아요.”

“과연 추의 이 말이 여행 끝날 때까지 유효할까?”

이 여행이 끝날 때 추의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을 가지며 서서히 이륙하는 비행기에 내 몸을 맡긴다.

이륙을 위해 내는 굉음 소리만큼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사건사고(??)에 대한 기대로 내 심장도 함께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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