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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Jul 21. 2024

15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

이탈리아가 첫 방문이라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이탈리아가 첫 방문이라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의 두오모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을 위한 곳이야.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가 한 대사이다. 이 영화가 연인들의 성지인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이 영화로 인해 피렌체를 연인들의 성지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도 많은 사랑하는 남녀가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로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른다.  

    

영화 이야기를 이렇다. 서로에게 첫사랑인 아오이와 준세이는 오해로 인해 헤어진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는 10년 전에 한 약속이 있었다.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함께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자는 약속. 그러나 이 둘은 이미 헤어진 상태.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잊지 못 하고 있는 두 사람은 10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준세이는 아오이의 서른 번째 생일날 10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며 혼자 두오모에 오른다. 믿고 있다면 다시 만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같은 날 아오이 역시 ‘나만이 기억하고 있을 어떤 약속이 있다.’며 혼자 두오모에 오른다.


< 냉정과 열정 사이> 포스터


그리고 두오모의 쿠폴라에서 준세이와 아오이는 극적으로 마주한다. 끝끝내 서로를 잊지 못한 두 남녀의 재회 장면에서 360도 파노라마 화면으로 붉은 지붕의 피렌체의 전경이 펼쳐진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을 위한 곳이야.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지.’라는 아오이의 말을 확인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결국 이 영화는 준세이와 아오이의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들의 첫사랑을 이어주는 결정적 오작교 역할을 두오모가 한 셈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포스터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 이때 어디선가  <냉정과 열정 사이>의 테마곡 'Between Calm And Passion'이  감미롭게 흘러 나왔음.

       


또다른 연인들의 성지, 베키오 다리

   

아르노 강에 있는 여러 다리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은 베키오 다리다. 베키오 다리 중앙에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걸어놓은 수많은 자물쇠가 달려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고 증거로 자물쇠를 채워 그 사랑이 영원히 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열쇠를 아르노 강에 던진다고 한다. 그로인해 강 바닥에 던져진 수많은 열쇠가 부식되며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 결국 피렌체 시는 열쇠를 아르노 강에 던질 경우 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웃지 못할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연인들은 단속반의 눈을 피해 몰래 베키오 다리 위에서 자기들만의 사랑의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의 또 다른 연인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베키오 다리 위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품고 있는 아르노 강


베키오 다리와 피렌체를 감싸고 있는 아르노 강은 또다른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바로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준세이와 아오이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던 것과는 달리 단테는 시작도 못 한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단테가 처음 베아트리체를 만난 건 단테 나이 아홉 살 때였다고 한다. 단테는 첫 눈에 여덟 살의 베아트리체에게 운명적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첫 만남 후 두 번째 만남은 그로부터 9년 뒤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만남 역시 잠시의 눈 인사에 그쳤다고 하는데, 그 장소가 베키오 다리 근처 아르노 강가라고 한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난 것은 이 두 번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후 베아트리체는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단테 역시 정치 활동 과정에서 피렌체 시로부터 강제 추방을 당해 죽을 때까지 고향인 피렌체로는 돌아오지 못 했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첫사랑인 베아트리체를 잊지 못 하는 마음은 세계적인 명작 <신곡>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베아트리체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을 한 단테. 어느 날 베키오 다리 근처 난간에 기대 무심히 아르노 강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 안으로 베아트리체가 나타난다. 9년 동안 그토록 찾았지만 만나지 못 했던 그녀와의 재회 장면을 상상해 본다. 단테는 어떻게 했을까? 용기 있게 다가가 자기의 마음을 전달했을까? 아니다. 심장도 입도 얼어버린 단테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한 채 겨우 용기를 내 인사말 몇 마디만을 주고 받는데 그쳤다고 한다.

이 두 번의 만남만으로 평생 한 여인만 품고 산 단테... 그런데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자신을 이토록 지독하게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두 번째 만남 장면, 그림에서는 가운데 흰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베아트리체임. 헨리 홀리데이 작품(1883)



내가 사랑한 피렌체


25년 전 처음 피렌체를 찾았을 당시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피렌체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우피치 미술관의 매력에 빠져 오직 미술관을 보기 위해 1박 2일 머무른 도시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피렌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도 고작 1박 2일만에... 그런데 그 이유는 우피치 미술관이 아닌 아르노 강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베키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아르노 강이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남아 아련한 그리움으로 자리했다.    

 


점점 어두워지고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나는 베키오 다리에 걸터 앉아 하염없이 아르노 강을 바라봤다. 그동안 밀린 일기도 쓰고... 가족이 함께 온 것 같은 여행객들은 거리의 집시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한 편에선 사랑하는 남녀의 애정 표현이 자유롭다. 베키오 다리에서 나는 아르노 강 위로 은은하게 비치는 불빛을 배경으로 이곳에 머문 사람들을 보고 또 보았다.  (25년 전에 쓴 ‘안나의 여행 이야기’ 중에서)




다시 찾은 피렌체에서 나는 원 없이 아르노 강을 보고 또 보았다.

이른 아침의 생기 넘치는 아르노 강을...

첼로의 음색을 닮은 노을진 아르노 강을...

그리고 은은한 불빛에 감싸인 아르노 강을...      

그중 이번 피렌체 여행이 나에게 건넨 장면은 묵직한 첼로 음색을 닮은 피렌체를 품고 있는 아르노 강이다.

 

이 여행의 향수가 나를 여행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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